서귀포예술의전당 대관 거부로 난관에 부딪혔던 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가 어제(26일) 막을 내렸다. 천 여명의 시민이 몰린 개막식부터, 연일 매진사례를 기록하면서 성공점수를 받은 강정영화제는 서귀포시의 오판을 제대로 증명했다는 평이다.

황진미 수석프로그래머는 폐막식 날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잘 될줄 몰랐다. 짧은 기간 내에 우여곡절을 겪으며 준비해 걱정이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영화제가 성공했다."고 말하는 등, 영화제 관계자들도 이번 강정영화제의 성공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 했다.

직접 영화제에 참여한 감독들과 시민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임순례 감독은 개막식날 가진 인터뷰에서 "이런 게 시민들의 연대구나 하고 느낀다. 여느 영화제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가슴 뭉쿨함을 느꼈다"고 말했고, 팔레스타인에서 온 기 다비디 감독도 "숱한 영화제를 가봤지만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만든 영화제는 처음,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영화제에서 만난 시민들도 "평화를 얘기해온 강정의 문화가 응집돼 분출되는 것 같다. 해군기지는 결국 완공됐지만 이제 강정은 평화의 마을이라는, 평화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임을 느낀다. 프로그램에 있는 영화들도 사회 여러 문제를 살필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자,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서귀포예술의전당은 어떤 모습일까? 이달 서귀포예술의전당 대관표를 보면 공연 몇가지를 제외하고는 대극장 대관일정이 거의 없다. 전당에 따르면 809석 규모의 대극장이 올해 들어 매진된 사례도 없었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문화향유를 이끌만한 공연 등이 마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옳고 그름을 따지자면 조례며, 전당의 운영규정, 서귀포시의 판단까지 면밀히 봐야겠고 이미 판단난 내용들도 있지만, 강정영화제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동안 텅 빈 서귀포시전당 대극장의 모습은 묻고 따지지 않아도 서귀포시가 무엇을 '오판'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품격있는 문화도시를 지향한다는 서귀포시의 품격은, 시민이 찾지 않는 텅 빈 대극장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기회는 아직 있다. 사과가 우선이고, 문화에 자의적 잣대를 들이밀지 않겠다는 자성도 필요하다. '영화제가 끝났으니 이제 우리에게 향했던 조명도 치워지겠군' 안심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오판. 문화는 끝이 없다. 시민의 눈도 감기지 않는다. 강정국제평화영화제가 그 판을 제대로 보여줬으니 이제 서귀포시의 차례. 그 응답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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