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왈종 화백

제주를 너무 사랑하는 중도의 작가 ‘이왈종’ 화백, 그가 제주에 둥지를 튼 지도 벌써 27년째다.

그 동안 이 화백은 제주에서 작가 특유의 예술세계를 구축해왔다.

그가 오는 17일부터 다음달 12일까지 서울 현대화랑(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8)에서 ‘제주생활의 중도’라는 주제로 100여 점(회화, 부조, 목조, 도자기, 판금, 테라코타 등)의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회를 연다.

‘제주생활의 중도’란 주제로 4년 만에 열리는 이번 개인전은 제주의 이국적 정취와 아름다운 절경을 회화, 부조, 목조, 도자기, 판금 등 다양한 매체로 표현한 작품을 총망라했다. 또한 이 화백의 작품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며 첫 선을 보이는 테라코타도 감상할 수 있다.

이 화백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학교수직을 버리고 아무 연고도 없는 제주도로 홀연히 내려와 서귀포에 정착했고 그의 작품은 중도 전도사로써 역할을 독톡히 해내고 있다.

<제주생활의 중도(中道)>라는 일관된 제목과 <서귀포왈종>이라는 일관된 사인을 하고 있는 이 화백의 작품 세계는 ‘도대체 인간의 행복과 불행한 삶은 어디서 오는가?’라는 화두에서 출발됐다.

이 화백은 일상을 생활의 중도로 풀어서 어느 누구보다도 예술의 주제로 택했던 사람, 일상을 마치 보물처럼 여기며 서귀포의 휘파람새가 되어 제주 전역을 자신의 정원인양 훨훨 날아다닌다. 그는 제주 자연의 요소요소를 끄집어내어 생활에 접목하여 실재(實在)보다 더욱 풍요로운 제주를 재구성한다. 그의 그림 안에서 제주는 실제(實際)보다 더 아름답게 완성된다. 그가 완성해낸 이 새로운 제주 안에 들어오면 사람들은 늘 행복해 한다. 인생이란 즐거운 것, 그의 그림을 대하면 사람들은 마치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한다.

또한 그는 자연과 빛과 바람이 잘 전달되도록 건물모형을 만들고, 건축설계사와 의논해 전시실과 어린이 미술교육실까지 마련해 2013년 지금의 ‘왈종미술관’을 건립했다. 커피숍을 겸한 아트숍도 마련했다. 새들의 놀이터를 위해 예전 집 뜰에 있던 나무들을 그대로 옮겨 심는 작업도 잊지 않았다. 미술관을 개관하게 된 동기는 예술의 사회적 환원이라는 생각을 염두에 둔 때문이다. 이로써 이왈종은 1990년 이후 줄곧 살아온 제주 서귀포에 값진 선물을 한 셈이다.

이제 칠순에 접어든 이왈종. 그를 대하면 노화가라기보다는 항상 젊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의 이런 생각에는 ‘늙으면 죽어야지’라는 식의 패러독스가 배어있고, 이 철학적 코믹성은 삶에 활력을 주는 위트로 돌아온다. 그의 코믹성과 위트는 그의 삶의 미학이자 젊은 삶을 유지하는 은유의 반전(反轉)이기도 하다.

또한 이 화백의 마음에는 인간에 대한 배려가 숨어있는데, 이것은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윤리 의식과 같은 것이다. 그의 나눔에 대한 실천은 서귀포에서 부각되었다. 이왈종은 일찍부터 유니세프와도 깊은 인연을 맺고 있었다. 2011년 서귀포시가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협약도시로 선정되면서 유니세프 서귀포시후원회의 회원으로 위촉된 이후 그는 매년 옵셋판화전을 개최해 그 때마다 3,000만원을 유니세프기금으로 후원함으로써 나눔의 문화를 확산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2016년 바다로부터 봄이 왔다. 한라산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서귀포 정방폭포의 파도소리를 가슴으로 안고 있다. 정방폭포 주변에 북적되는 사람들의 소리도 연례행사처럼 끊임없이 들려온다. 생활의 중도 그 대장정에는 자연과 인간에 대한 포용력을 느낄 수 있는 따뜻한 메시지가 있고, 현실과 비현실의 조화로움이 있다. 마치 우리 마음의 놀이터가 바로 이왈종의 작품인 것처럼 말이다. 미술관 한 켠에 위치한 2평짜리 황토방은 이왈종의 더 없는 안식처다. 아침저녁 황토방에 비치는 그의 얼굴엔 여전히 아이 같은 웃음이 포말처럼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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