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 행정대집행

너희들은 
야금야금 강정마을 땅을 수용하더니
강정바다를 통째로 들러먹고
중덕 구럼비 할망물 식당을 접수하더니
군관사 저지 망루를 해체하고
이제 크루즈항 도로를 핑계로 
삼거리식당마저 철거 집행하러드는구나

그래, 너희들 마음대로 다 수용하고 접수하고 집행해라 
그래, 너희들 계획대로 다 제압하고 점령하고 정복해서
발길 닿는 곳마다 너희들의 깃발을 꽂아라
그래, ‘생명평화 강정마을’ 노란 깃발이 뽑혀진 자리마다
승리의 태극기를 꽂고 ‘제주해군기지’ 깃발을 휘날려라  

그래, 이제 강정마을 최후의 보루인 삼거리식당을 
너희들의 불도저 포클레인으로 밀어버려라
그래, 거기 밥통에 밥이 있든 깔끔하게 정돈된 그릇이 있든 
거기에 밥을 먹는 사람들이 있든 쇠사슬 목에 걸고 끝까지
저항하는 사람들이 있든 그 무엇이 있든
그래, 그까짓 것들이 게겨봤자 얼마나 버티겠느냐
너희들의 막강한 폭력으로 간단하게 초토화시켜버려라
그래서 주민이 없는 지방자치를 잘 만들고
그래서 국민이 없는 대한민국을 잘 지켜라

그러나 , 너희들이 집행한 것은 가건물 식당 하나가 아니다
너희들은 우리의 삶을 현실에서 지워버렸고
너희들은 대한민국 지도에서 강정마을을 도려냈다 
그러나, 이것 하나는 명심하여라
너희들이 작전의 승리를 자축하며 축포를 쏘는 순간
너희들은 이미 대한민국이라는 배와 함께 침몰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너희들에게 던져줄 구명보트 하나 없다는 것을


 

김경훈 시인

시인의 말

‘행정대집행’은 행정상의 강제 집행 수단의 하나로 
행정법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사람을 대신하여 
행정 관청이 직접 그것을 하거나 제삼자에게 대신하게 하고 의무자로부터 비용을 징수하는 제도입니다. 
서귀포시는 6월2일까지 강정마을 중덕삼거리에 설치된 망루와 컨테이너, 비닐하우스 등 10개동을 자진 철거하지 않을시 행정대집행을 하겠다는 계고장을 강정마을에 보냈습니다. 
해군이 34억원의 구상권을 청구한 데 이어 이제 행정까지 나서서 마을을 옥죄고 있습니다. 
강정마을을 소개(疏開)시키고 주민들을 유민(流民)으로 만들려는 처사입니다. 
강정은 지금 사면초가(四面楚歌), 아니 팔면초가의 위기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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