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내에 등록된 자원봉사단체는 1500여개. 현재 13만명이 자원봉사자로 등록돼 있고, 이들의 활동범위는 다양하다. 생활편의라던가 환경보호, 안전-방범 등의 활동영역이 중점적이고 이외 사회 곳곳의 요구에 따른 자원봉사 단체들도 점차 생겨나고 있다.

통계와 연구에 따르면, 자원봉사 단체의 활동 지속성은 5년 단위를 넘기가 쉽지 않다. 첫 뜻은 좋았으나, 지속성이나 전문성 등 여러 관문을 뛰어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자원봉사에 대한 사회 인식이 높아지고, 수요도 많아지는 지금. 제주를 대표하는 자원봉사 단체와 자원봉사자를 만나 그들의 활동이야기, 그리고 지속가능한 자원봉사를 위해 현실적으로 필요한 대안을 들어봤다.

다른 지역에 비해 제주도는 재난에 취약한 곳 중 하나다.

천혜의 자연환경이 재난위험의 변수가 될 확률이 높고, 큰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외적 도움을 받기 취약한 지리적 위치이기 때문이다. 태풍이 지나가는 첫 관문에 있어 늦여름에 유난히 큰 사고들이 많아 지자체도 이맘때쯤 사전정비에 긴장도가 높아진다.

제한된 공간에 한정된 인력. 따라서 제주지역에 가장 필요한 자원봉사 분야 중 하나가 바로 재난재해 구조 분야다.

하지만 대부분 생활과 편의에 분포돼 있고 아직은 이쪽 영역의 자원봉사자들이 많지 않다. 그래도 차츰 그 인원이 늘어나는 추세라는 데, 재난재해 자원봉사 활동으로만 14년을 채워간다는 나름 베테랑 봉사자가 있어 눈길을 끈다.

제주소방서 직할여성의용소방대 고향심 대장을 만났다.

제주소방서 직할여성의용소방대 고향심 대장. 지난 2003년 대원으로 처음 소방대 봉사활동을 시작한 그녀는 '재난재해' 현장에서 대원들과 함께 소방보조를 한다. 평소에는 화재예방을 위한 취약계층 지원활동과 심폐소생술 교육, 주택안전점검도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인연이 닿아 이동목욕 봉사도 시작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형편의 학생을 돕는 장학금 후원단체에서도 활동을 하는 등 자원봉사에 있어서만큼은 '몸이 열개라도 부족할' 정도로 부지런한 그녀다. @변상희 기자

*언제 자원봉사 활동을 처음 시작했나?

20여년전 아이들이 학교다닐 때 어머니회 활동을 하면서 바자회 활동과 겸한 물품봉사를 한 게 시작이었다. 그때는 행사처럼 봉사를 했었다. 진심으로 우러나서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은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고 나서다.

일곱 해 전에 아들을 그렇게 사고로 잃고 난후, 그 아이를 위해서라도 봉사를 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마음으로 다짐했었다. 아들이 사회복지 공부를 했었고, 사회복지시설에서 일하는 게 꿈이었다. 

그 일 이후, 누군가 내게 도움을 청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 거절을 해본 적이 거의 없다. 특히 소방 봉사는 그런 의미에서 내게 특별하다. 누군가를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 사고 이후 3~5분 내에 행해져야 하는 심폐소생술이나 긴급 구호 활동은 생명을 살리는 귀중한 일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현재 하고 있는 자원봉사 활동은?

올해는 제주소방서직할 여성의용소방대장을 맡고 있다. 소방업을 보조하는 관에 속해있는 봉사단체다. 화제예방활동과 심폐소생술 교육, 주택안전점검 등을 의용소방대원 50여명과 함께 한다.

지난해부터는 이동목욕 봉사도 시작했다. 탐라장애인복지관을 찾아 한 달에 한번 가서 점심식사를 도와주고는 했는데, 그곳에 이동목욕차가 배정돼서 참여하게 됐다.

*이동목욕 봉사라는 게 쉽지가 않을텐데.

거동이 불편한 분들의 목욕을 시키는 일은, 1명당 4명이 거들어야 할 정도로 쉽지 않은 일이다. 다치지 않고 최대한 불편하지 않게 이동을 시켜야 하고,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해야 하니 쉽진 않다.

아주 일부의 분들은 고마워하기보다 너무 당연히 생각해서 이렇게 밖에 못하냐고 핀잔을 주기도 한다. 최선을 다해서 했는데도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는 조금 힘이 빠지기도 한다.

또 비장애인과 달리 변수가 많아 이동목욕 일정이 갑자기 취소되거나 하는 일들도 있어 쉽지만은 않은 일임은 맞다. 그러나 보람되고,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많기에 꾸준히 하고 싶다.

*재난관련 자원봉사는 아직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의용소방대원 활동을 소개해 달라.

이를테면 화재사고가 나면 소방서에서 바로 호출이 들어온다. 어느 곳에 어떤 사고가 났는지 알려주는데, 때가 맞으면 직접 가서 소방업무 보조를 한다.

특별히 기억나는 때는 태풍 나리로 물피해가 컸을 때인데, 당시 무근성쪽에 가서 침수피해 집의 물을 퍼내는 작업을 도왔었다. 밀물 때라 물을 계속 퍼도 들어오는 어려운 상황이 있기도 했다. 또 물이 허리춤을 넘어 올라와 튜브를 타고 사람들을 대피시키기도 했다.

태풍 나리가 지난 이후 보수작업 등에도 투입돼 대원들과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최근 있었던 노형 화재 때도 달려갔다. 크고 작은 사고라도 일단 내용이 들어오면 시간만 맞으면 달려간다.

*재난현장에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부분들도 많을 것 같다.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때문에 한 달에 한번 대원들의 정기교육이 진행된다. 물론 심폐소생술 일반인 강사 자격증도 기본이다. 올해 개인적으로는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땄다.

자원봉사자도 공부를 해야 한다. 무조건 하겠다고 해서 시작할 일은 아닌 것 같아서 공부를 계속 하려고 한다. 올해 목표 중에 우리 대원들이 모두 실제 자원봉사 활동과 관련한 자격증 3개 이상은 딸 수 있었으면 하는 것도 있다.

이외 재난현장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는 데 필요한 것은 ‘안전’이다.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현장에 들어가는 거니,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하다. 옛날하고 달리 이젠 체계적이고 질서있게 현장이 돌아간다. 안전을 기본으로 현장진행이 체계적으로 진행돼야 2차 사고를 막기 때문이다.

*의용소방대원으로서 특별히 기억나는 일은?

얼마 전 탑동에서 치러진 한 행사에서 심폐소생술 교육을 맡은 적이 있었다. 나이 지긋하신 분이 오셔서는 자신도 해보고 싶다고 하더라. 그분 말로는 군에서 해봤는데 기억이 너무 가물가물해 다시 배워봐야겠다는 거다. 그러고 교육을 받으시고는 자기 소원을 이뤘다고 하시는데, 그 말이 기억에 남는다.

꼭 알아야 하는 일이라고 다들 알고는 있으시지만 이렇게 직접 교육을 받을 기회가 많지 않아서 아쉬워하는 분들이 많다는 걸 알았다. 대체로 그런 일들이 기억에 제일 많이 남는다.

또 생활이 어려운 분들의 집을 고쳐드린다던가, 화재예방을 위한 장비를 설치해 드릴 때도 뿌듯하고 기억나는 일들이 많다.

*여러 활동을 이어왔는데, 자원봉사자에게 필요한 부분들을 누구보다 잘 알 것 같다.

예전보다 환경이 대체로 좋아져서 크게 필요한 부분은 많지 않다. 그러나 몇 가지 자원봉사자들이 알아야 할 기본 교육은 필요해 보인다. 기본적으로 자원봉사라는 게 모든 이가 서로 공존해야 하는 마인드로 해야 하는 일임을 활동가들이 알아야 한다.

예를 들면, 현장에서 자원봉사자간 불필요한 언쟁이 있을 때가 있다. 단체별 끼리끼리 활동을 구분지어 소외되는 단체들도 있던 경험도 있다. 그런 일들은 현장 분위기를 흐리게 하고, 비효율적인 일을 만든다. 때문에 자원봉사자교육, 소양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경제적 지원이야 교통비나 식사비 정도만 지원돼도 충분해 보인다.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는 봉사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다만 자원봉사자들의 전문성과 자격을 갖추는 소양교육, 그리고 봉사를 받는 이들에게도 일정 교육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봉사 지원을 받는 것도 사회와 소통하는 방식의 한 부분인데, 너무도 당연히 지원을 받는 걸로 인식해 도를 넘어선 요구를 하는 일이 더러 있다. 그런 일들은 자원봉사자들이 접하는 어려운 부분 중 하나다.

*자원봉사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제 내 나이도 50대 후반이다. 나름 운동도 하고 부지런히 일을 해서 체력은 뒤지지 않는다. 다만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자원봉사라는 게 있더라. 마음만 갖고서 할 수 없는 일이 자원봉사라고 생각한다.

건강할 때, 남을 도울 수 있는 처지에 있을 때, 늦지 않게 봉사를 해야 한다. 훗날 어떤 일을 당할지도 모르는 데, 그때 남의 도움을 받기 전에 자신을 돌아봤을 때 아무 봉사도 한 적이 없다면 부끄러운 일이 아닐까.

또, 사실 자원봉사라는 게 남을 돕는 일이지만 스스로의 삶을 감사하게 돌아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기도 하다. 내가 건강해서,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감사함이 크다.

*자원봉사로 계획하는 일이 따로 있다면?

1997년부터 늘푸른교육봉사회 회원으로 활동해 왔다. 매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형편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단체인데, 2014년부터 회장을 맡았고 지난해부터는 장학금 지원 금액을 조금 더 늘렸다. 이렇게 경제지원이 필요한 대상자들을 지역사회와 연계하는 후원단체의 활동을 좀 더 키워보고 싶다.

또 재난구호 자원봉사로는 ‘산악구호’를 배워보고 싶다. 체력적으로 뒷받침이 돼야 할 수 있는 분야인데, 평소 운동을 열심히 해서 어려운 부분은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이니 차근차근 배워가려고 한다.

올해 중에는 바로 다음 달에 해외 오지봉사로 미얀마에 가게 됐다. 처음으로 해외 봉사를 나가게 됐는데, 남들은 힘들 것이라고 충고하지만 ‘밥순이’ 역할이라도 자신있다는 마음이다. 설레고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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