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성 변시지 화백

[1926년 서귀포시 서홍동에서 태어나 2013년 향년 87세로 세상을 떠난 우성(宇城) 변시지는 제주가 낳은 세계적인 화가다. 어린 시절 일본으로 건너가 청년시절을 지내고 한국으로 돌아온 뒤 서울에서 활동을 하다가 지난 1975년 고향에 정착하고 오랫동안 가장 제주적인 정서를 작품에 담아왔다. 2016년은 그가 세상을 떠난 지 3주년이 되는 해다. 제주투데이는 ‘[문화기획] 왜 변시지인가?’를 통해 다시 한 번 宇城 변시지 화백의 예술혼을 되돌아 보고자 한다.]

 

1982년에 발표된 본격 성인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을 기억하는가?

황인선(문화마케팅 평론가

그들을 안다면 만화가 이현세도 기억할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암울한 시대면서도 경제적으로는 에너지가 넘치던 80년대에 까치라는 캐릭터로 청춘들에게 큰 희망과 극복의지를 줬던 그 마초(Macho) 만화가가 ‘우리의 문화영웅을 찾아서’ 시리즈를 시작한다고 한다. 그 시리즈 1호는 변시지 화가이다. 변시지는 6살에 일본으로 건너가 조센징으로 핍박받으며 어린 시절을 시작했다.

일본의 주류 화단이었던 광풍회에 23세때 최연소로 최고상을 받았고 조선인으로는 한국의 국전에 해당하는 일전(日展)에서 최초로  입선한 잘 나가는 화가였다. 그러나 그는 해방 후 귀국하여 한국화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를 고민한다. 일그러진 시대에서의 고달픈 삶과 도전 그리고 나이 50에 고향 제주도로 돌아와 현대성과 풍토성 거기다 제주도 신화성을 그린 화가이니 1호가 될 만하다. 서귀포 서홍동에는 생가 터 주변에 기념 공원이 있다. 동과 지방자치위원회에서 기금을 모으고 생전에 변시지를 존경하는 조각가가 제작 기증할 변시지 동상 제막식이 7월 중 열린다고도 들었다. 다 좋은 일이다. 폭풍의 화가 변시지의 귀환인 것이니.

예술가는 고향 사람들이 알고 좋아하고 자랑해야 오래 사랑받는다. 서귀포시 서홍동 주민들 집집마다 그의 그림이 걸려 있으면 멋질 것이다. 판화라도 좋고 복제화라도 좋다. 서홍동 들어가는 로터리 중앙에 그의 폭풍 그림이 높이 솟아 있기도 바란다. 절망 속에 배회했다던 실재 자살바위를 찾아 거기에 풍토 예술 창조 열망에 일그러진 그의 리얼리티 동상이 만들어지기도 바란다. 혹시 가능하다면 기당 미술관에 기당( 재일교포로 현재 미술관 건물 기증자) 이름은 영예로운 기증자로 남으시고 미술관 이름이 ‘ 폭풍 미술관 ’으로 바뀌기도 바란다. 더 욕심을 내자면 서홍동 전체가 ‘폭풍의 타운’으로 컨셉트를 설정해 외로운 영혼들이 와서 활력을 찾는 타운이 되기를 바란다. 사실 제주도에 박물관은 많지만 제(Origin) 스토리와 거기서 나온 풍토(風土 * “현대는 자연 풍토의 미가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려 들고 있는 시대라 할 수 있다. 지난날의 소박한 것이나 순수한 것 등의 미에 대한 감수성도 차차 사라져가고 있다.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자연미나 역사의 유산으로 물려받은 그 많은 조형미는 이제 상실과 망각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파괴의 힘도 점차 가속적인 위력을 더해가고 있어 막을 수 없는 힘이 되어 갈 것이다..... 인간은 그 매력 앞에 인간 자신의 참된 빛을 잃어가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이대로 흘러만 간다면 세계의 어느 곳에 가도 풍토가 주는 미는 쉽게 찾아볼 수 없게 될 것이다.” 이상 변시지의 <예술과 풍토>에서 인용 ) 컨셉트를 가진 박물관은 없지 않은가? 그리스 로마 신화 박물관, 성 박물관, 우주 항공 박물관 등이 흥미는 끌지만 왜 제주도에 있어야 하는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폭풍의 미술관, 폭풍의 타운은 반드시 제주도 서귀포에 있어야 한다. 그건 실재 스토리니까. 실제로는 6개월 밖에 체류하지 않았던 이중섭 화가도 소중히 보듬어 안은 제주도의 예술인심 아니던가.

왜 폭풍의 테마 타운이 필요한가?

예술은 시대의 산물이지만 시대를 넘어서 현존해야 위대함이란 이름이 붙는다. 우리의 삶이 폭풍이고 우리는 그 폭풍 속에서 많이 힘들다. 그때 우리는 한국인만이 아니라고 생각하자. 시대를 사는 모든 우리이다. 그래서 일단 한국, 중국, 일본 등에서 삶이 버거운 청춘, 리더들, 창조자들이 그의 마을에 와서 폭풍을 맞고 거기서 폭풍을 죽이다가 그들 마음에 대결의 칼을 들고 다시 가면 좋겠다. 저성장에 노령화, 예술가의 죽음, 인구 절벽 등등 들리는 것은 폭풍의 아우성뿐이다. 그러니 5년 쯤 뒤에 내가 또는 우리가 더 흔들리는 삶을 살게 됐을 때 폭풍의 타운에 가서 대결의 칼을 다시 들고 되돌아 나오기를 바란다.

뭍에 사는 한국인에게 대안의 땅이 되고 있는 제주도! 제주도는 현대인에게 멋진 선물을 줄 수 있는 화가를 한 분 모시게 되었다. 폭풍의 칼이라는 선물을. 평화의 섬 제주도 이미지도 폭풍을 이기고 얻은 선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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