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하(子夏)가 고을 태수로 내려가면서 공자(孔子)에게 ‘어떻게 일을 해야 할지’ 가르침을 청했다.

공자가 말했다.

‘욕속부달(欲速不達) 욕교반졸(欲巧反拙)’.

“급히 서두르지 말고 작은 기교에 집착하지 말라”는 뜻이다.

‘급하게 서두르다 보면 일을 그르치기 쉽고 작은 일에 매달리다보면 큰일을 이루지 못할 것’이라는 가르침이었다.

2500여 년 전 공자의 말씀을 떠올리는 까닭은 다른데 있지 않다.

오늘날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정치를 하는 사람들에게도 와 닿은 가르침으로 여겨져서다.

임기 안에 자신의 치적을 남기고 싶어 안달하는 정치가의 속성을 꼬집는 것이기도 하지만 일반인들도 갖기 쉬운 과욕을 경계하는 말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한마디로 과유불급(過猶不及)의 교훈이다.

이는 당장 ‘원희룡 도정’의 행태에서도 드러나는 흐름이다.

민선 6기 원희룡지사는 취임 2주년을 넘겨 28개월째로 접어들고 있다.

이 기간 원도정의 짐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하고 무거웠다.

폭증하는 인구, 교통대란, 넘치는 쓰레기와 하수처리 문제. 집값폭등, 제주 제2공항문제, 강정갈등과 중국인 문제, 대규모 개발로 인한 환경파괴와 경관 훼손 문제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히 다를 수 없는 과제들이다.

여기에다 감귤 산업과 관광산업 등 지역경제 관련이나 도민의 삶의 질 저하 등도 만만치 않는 도정의 하중(荷重)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지사 입장에서는 사실상 과부하(過負荷)가 걸린 셈이다.

그래서인지 원도정에 대한 도민사회의 평가는 썩 너그러운 편이 아니다.

취임 2주년에 즈음한 일부 여론조사 기관의 원지사 도정 수행 평가에서 도민들은 ‘잘하고 있다’ 보다 ‘못하고 있다’에 더 많이 대답했다.

그만큼 지사에 대한 도민 정서나 호감도가 호락호락 하지 않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직무 수행 지지도가 50%이하로 떨어졌다는 사실은 60% 득표율로 호기롭던 지사당선 때와는 격세지감이다.

민심의 흐름이 왜 이렇게 야박하게 돌아가고 있는가.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그냥 흘려버릴 수 없는 몇몇 주장들이 있다.

먼저 ‘신뢰성의 상실’을 이야기하는 쪽이다.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이중행태에 대한 비판이다.

엘리트의식에 사로잡힌 설익은 정책개발과 ‘우선멈춤’을 무시한 일방통행식 정책추진의 속도위반을 말하기도 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과 관련해서도 ‘신뢰성 문제’나 ‘과속 정책 추진’이 읽혀진다.

원지사는 취임 초 제주미래비전 가치로 ‘청정과 공존’을 내세웠다.

난개발을 방지하는 ‘중산간 지대 개발 억제 방침’도 환경보전을 최우선 하려는 ‘청정과 공존’의 가치 창출인 것이다.

원지사는 이에 따라 인·허가 절차가 상당부분 진행 상태인 애월읍 상가리 ‘상가관광단지’ 개발이나 애월읍 봉성리 지경의 ‘치이나 비욘드 힐’ 개발 사업을 사실상 무력화 시켰다.

“이미 행정절차가 진행 됐거나 기존 개발진흥지역에 포함 됐다 해도 ‘청정과 공존’이라는 제주미래비전 가치에서 벗어나 관성적으로 흘려버리는 예외영역은 있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때만 해도 원지사의 환경보전 의지는 돋보였다. 도민사회에서 말과 행동의 신뢰성도 상당부분 확보했다.

그러나 오라관광단지와 관련해서는 한없이 너그러웠다. 말이 달랐고 행동거지도 변했다. 중국을 다녀온 뒤부터라 했다. 오라관광단지 앞에서는 왜 그렇게 작아졌는가.

오라관광단지는 중국자본이 주도하는 대규모 관광개발 사업이다.

제주시 오라동 해발 350~580m 중산간에 위치한 357만5753평방m 부지에 2021년까지 6조2800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사업면적과 투자규모에서 역대 최대다.

이러한 위치와 규모의 면에서는 당연히 생태계 변화나 자연파괴나 경관훼손, 지하수 오염 등의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환경자원 총량 관리 시스템 적용 시 1·2등급의 90% 이상이 개발이 불가능한 지역으로 분류되는 곳이기도 하다.

오죽해야 국책연구기관인 환경정책 평가 연구원에서도 “열안지 오름과 한천 본류·지류의 생태 축 연결과 관련하여 사업규모를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었겠는가.

그런데도 관련 사업 추진은 파죽지세였다.

지난 2월 경관심의, 6월 교통영향평가, 7월15일 도시·건축 심의, 9월21일 환경영향평가 심의, 10월14일 환경영향평가 사업자 심의 보완서 통과 등 속도전을 방불케 하는 일사천리의 속전속결 진행이었다.

이 같은 고속 추진은 원지사의 가이드라인 제시 성 발언이 탄력을 준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오라관광단지는 개발 가이드라인 바로 밑에 있고 지대가 높다는 이유로 개발을 못하게 한다는 것은 과도한 것”이라거나 “오라관광 단지는 현재 제주에서 대규모로 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땅으로 백지화 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발언이 그것이다.

대규모 생태계 및 환경파괴나 경관훼손 등을 불러 올 수밖에 없는 엄청난 규모의 개발 사업이 지사 말 한마디에 각종 의혹을 밀어내고 일사천리로 마무리 됐다면 정상적 행정행위라 할 수 없다.

오라관광단지 사업부지의 80%는 경관 3등급 지역으로 건축물 높이가 12m(3층)으로 제한 돼 있었다.

그러나 지난 3월 경관심의위원회에서 건축고도 15m(5층)로 완화해줘 특혜의혹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의혹은 또 있다. 제주도가 환경영향평가 심의 위원회의 ‘조건부 동의’를 무시하고 이중 일부를 ‘권고 사항’으로 바꾸어 사업자 심의 보완서를 통과 시켰다는 의혹도 있다.

이 같은 여러 의혹 덩어리에 대해 도 당국이 도민들에게 납득 할 수 있는 해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원지사 입장에서는 6조2800억원이라는 대규모 외자에 눈독을 들일수도 있을 것이다.

국내 최대 외자 유치사례로 실적을 자랑할 수도 있다.

아무리 실적이나 성과에 목이 말라도 이러한 외자가 제주도와 제주도민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면밀하게, 그리고 신중하게 평가하고 분석한 다음에 유치 결정을 내리는 것이 순서다.

대규모 개발로 인한 환경파괴나 경관훼손 문제만이 아니라 지하수오염·하수처리·쓰레기문제·교통문제 등 자연환경이나 도민의 삶의 질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들여다봐야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대규모 호텔, 콘도, 숙박시설 등과 면세백화점, 명품빌리지, 글로벌 백화점 등 각종 판매시설이 제주지역 관련업체에  불랙홀이 되어 초토화 되지 않을 것인지 등 지역경제와 인문환경에 미치는 악영향 등도 지나칠 수 없는 부분이다.

제주도의 랜드 마크는 거대한 관광단지나 호화스런 각종 시설이 아니다.

한라산과 오름, 바람과 바다 등 청정한 자연 환경, 그 자체다.

무분별한 개발이 아니라 이를 올곧게 지켜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기에 과속 방지턱을 모르고 개발을 향해 질주하는 ‘원희룡 도정’의 신뢰성 위기에 보내는 주문은 까칠해 질 수밖에 없다.

‘청정과 공존’이라는 제주미래 비전 가치가 ‘신뢰성 위기’를 불러 ‘오염과 공멸’ 을 초래한다면 여간 큰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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