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예나르(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지난 10월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예술인마을에 새로운 전시 공간인 ‘스페이스 예나르(관장 양재심)’가 문을 열었다. 여기서 지난 11일부터 개관 두번째로 마련되고 있는 아주 특별한 기획전이 미술 애호가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프린트베이커리 더 에디션(Print Bakery The Edition)'이란 타이틀로 열리고 있는 이번 기획전은 국내 최대 미술 경매회사인 서울옥션에서 론칭한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미술작품이 전시·판매되고 있다.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프린트베이커리(Print Bakery)'란 보다 많은 사람들이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손쉽게 소장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한 미술 대중화 브랜드다.

지난 2012년부터 서울옥션이 론칭한 '프린트베이커리(Print Bakery)'는 한마디로 얘기하면 우리가 동네 베이커리에서 빵을 고르듯 쉽게 만나는 ‘판화’를 지칭하는데 이는 원화(Original Painting)의 ‘또 다른 버전’으로 복제를 통해 멀티플(Multiple)아트로 재탄생한 것을 의미한다.

'프린트베이커리(Print Bakery)'는 원화 고유의 특성을 온전히 담아내면서도 오리지널에 비해 합리적인 금액으로 나만의 그림을 소장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원작을 그린 작가 또는 유족이 직접 감수하고 작가의 친필 서명과 에디션 번호가 새겨져 있어 단순한 원화 작품의 복제품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양재심 관장

이번 스페이스 예나르의 기획전에는 김환기, 박서보, 장욱진, 김창열 등 한국현대미술 거장들과 생동감 있는 컬러를 선보이는 하태임, 그리고 지난 달 한남 플래그십스토어에서 국내 첫 전시를 열며 뜨거운 호응을 얻은 슈퍼픽션까지 다채로운 작품을 '프린트베이커리(Print Bakery)'로 만날 수 있다.

스페이스 예나르 양재심 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스페이스 예나르'가 많은 미술 애호가들뿐만 아니라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도 보다 편안하고 쉽게 다가서는 예술적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 ‘물방울 작가’로 널리 알려진 김창열 화백의 작품도 '프린트베이커리'로 만날 수 있다.

김창열 작품

김창열 화백은 평안남도 맹산 출신으로 서울대 미대에서 수학한 뒤 1968년 미국 뉴욕아트스튜던트리그에서 판화를 전공했다. 1972년 파리에서 열린 살롱전‘살롱 드 메’에서 처음으로 ‘물방울’작품을 선보인 이래 40여 년 동안 물방울을 소재로 작업해왔다.

2004년 파리의 쥬드폼 국립미술관, 2005년 베이징 중국 국가박물관 등 다수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박서보, 이우환과 함께 한국 현대화의 1세대 작가로 꼽힌다. 그의 물방울은 정화의 의미를 담고 있는 상징적인 매개체로 “물방울이라는 소재를 통해 동양의 정신을 현대미술로 승화시켰다” 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프린트베이커리' 작품 특유의 제작방식인 매끄러운 디아섹과 물방울이라는 소재의 만남은 시너지를 내면서 세련된 느낌을 더한다. 미술시장에서 억대에 거래되는 김창열 작가의 작품은 그 자체로도 단연 훌륭하지만 시각적으로도 세련되고 멋스럽다. 동양의 정신과 현대미가 공존하는 그의 작품을 서재나 거실 한 켠에 연출한다면, 컬러가 주는 안정감과 더불어 방울방울 맺힌 물방울이 주는 리듬감이 공간 내에 신선한 변화를 부여할 것이다.

김환기 작품

다음은 김환기의 대표적인 점화(點畵) 중 하나이다. 흰 선 위에서 원을 그리며 퍼져나가는 점들은 천체의 움직임과 같은 에너지를 갖고 있다. 수많은 점들은 작가가 떠나온 고향과 자연을 그리며 하나하나 찍은 것이라는 점에서,그의 추상적인 마음의 풍경이라고 할 수 있다. 김환기는 한국 추상미술의 제1세대로서 세련되고 승화된 조형언어로 한국적 서정 주의를 바탕으로 고유의 예술세계를 정립했다. 순수한 조형 요소인 점,선, 면을 주로 사용하며 현대적이고 절제된 표현 방식을 통해 보편적이고 내밀한 정신세계를 표현하고자 한다. 한국 근현대 작가 중 가장 최고가의 작품 값을 보유한 김환기는 뉴욕,동경,파리 등에서 활동했다. 미술관이 아니면 보기 힘든 그의 대작들을 내 집에 배치할 수 있다. 단연 그 가치를 인정받는 한정판 에디션작품으로 평가될 뿐 아니라 거실과 같은 공간을 김환기 작품 한 점으로 갤러리와 같은 공간으로 변신할 수 있다. 심플한 색감과 인테리어면 더욱 작품이 돋보일 것이다.

김환기는 1970년대 작품인 ‘점화’ 로 잘 알려져 있지만 1950년대에 그는 산, 달, 항아리, 새 등 한국 고유 정서를 서정적으로 풀어낸 구상작품을 많이 그렸다. 이 작품이 그에 해당한다.1950년대 김환기가 본격적인 추상화를 그리기 전 단계에그려진 이 작품은 접하기 드문 그의 구상 작품이기도 하다. 면은 분할되어 있지만 여러 소재들이 동일한 색조로 구성되었고 상징하는 의미가 통일되어서 높은 완성도와 조형미를 느낄 수 있다.

박서보 작품

박서보는 1931년 경북 예천 출생으로 1954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한 뒤 , 2000년 홍익대학교 명예미술학 박사학위를 수료했다. 1961년 세계 청년화가 파리 대회에서 1위를 했고, 1979년 제 11회 대한민국 문화예술상과 1994년 옥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1991년 국립현대미술관, 2007년 경기도미술관과 아라리오 베이징, 메트로폴 생떼띠엔느 근대미술관 등 다수의 개인전과 비엔날레에 참여했다. 1994년 재단법인 서보미술문화재단을 설립했으며, 현재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 현대미술의 한 장르인 ‘단색화’의 중심에 서 있는 작가이며, 활발하게 작품활동 중에 있다.

또한 박서보의 작업 방식인 선 긋기는 물감을 지워버리는 행위로써 스스로의 존재를 가장 순수하고도 투명한 상태로 만드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나아가 자연과의 합일로 해석되면서, 동양적 내지는 한국적 미술로 정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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