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캠페인 자원봉사 ‘제주를 바꾸는 힘’]으로 제주지역 자원봉사의 실태와 사례를 소개했다. 인구가 늘고 자원봉사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 가면서 봉사자 또한 늘고 있지만 몇 가지 풀어야할 과제도 있다.

제주투데이가 만난 봉사자들은 봉사란 결국 자신의 행복을 찾는 과정이라고 보람을 전했고, 제주지역 봉사 시스템의 개선해야 할 과제로는 보다 적극적인 ‘행정’과 ‘지원’, ‘체계화된 시스템’을 꼽았다.

선진화된 자원봉사로 가기 위해 한 단계씩 걸음을 옮겨가는 제주의 자원봉사. 지역 자원봉사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맡은 제주도자원봉사센터의 이유근 센터장을 만났다.

이유근 제주도자원봉사단체협의회 회장 겸 센터장(2006)*1998 한마음병원 원장*1981~현재 동려야간학교 후원회원, 이사, 교장, 고문*한국스카우트 제주연맹 고문*제주문화원 부원장*1997~2015 제주도의사회 회장, 윤리위원장*1999~2004 제주시자원봉사단체협의회장 겸 센터장 @변상희 기자

이유근 센터장이 처음 봉사에 발을 들여놓은 건 50여년 전. 당시 수눌음이 있다하지만 자원봉사에 대한 인식은 지금 같지 않았다. 반세기만의 장족의 발전이라고 센터장은 강조했다.

“당시에는 그저 있는 것 나누고 식이었다면 지금은 나눔에 대한, 자원봉사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지고 방법도 다양해졌죠. 수눌음의 정신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사회를 바꾸는 큰 동력이라는 인식이 퍼져있어요.”

이 센터장이 2000년초 제주시자원봉사센터를 맡았을 때만 해도 98개 단체, 참여율이 10%였던 것이 10여년 지난 지금 제주도자원봉사센터 기준 2008개 단체에 참여율 20%까지 높아졌다. 자원봉사에 대한 사회 인식변화는 서서히 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제주가 다른 지역과 다른 건, 자원봉사 연령층이 다양하다는 거에요. 다른 지역은 중장년층이 두드러진 반면, 제주는 학생과 중장년층이 엇비슷하죠. 또 아너 소사이어티(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설립한 고액 기부자 모임)에도 전국 1300여명이 등록돼 있는데 제주에선 60명 정도가 포함돼요. 인구 비율로 보면 매우 많은 거죠. 제주인들이 가질 수 있는 긍지 중 하나에요. 김만덕의 정신이 알게 모르게 우리 제주지역의 수눌음 바탕이 되고 있는 것으로 저는 보고 있어요.”

지난 1월 한파로 제주공항이 마비됐을 때, 10월 태풍 차바로 물난리가 났을 때, 제주의 자원봉사자들은 자신의 일처럼 나서 적극 도움의 손길을 더했다. @도자원봉사센터 제공

바탕은 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등록 자원봉사자들이 늘고 있지만 비활동 자원봉사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을 어떻게 하면 활동을 지속하는 봉사자로 끌어올릴지가 센터의 가장 큰 고민이기도 하다.

“지속적으로 봉사하는 인구를 끌어올리기 위해 여러 방법들이 도입되고 있지만 사실 기본적으로 자원봉사에 대한 의식 변화가 가장 중요하지요. 우리 사회가 ‘봉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부터 다져가야 해요.”

그가 말하는 봉사란 ‘나를 위한 것’, ‘나의 행복을 찾는 것’이다. 봉사자들의 행복지수가 높다는 것만 봐도 그렇다. 누구나 주변인들에게, 사회에게 ‘빚을 졌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가진 것을 ‘나누고 함께 하는 일’이 어렵지 않다고 이 센터장은 강조한다.

도자원봉사센터 주관으로 추자도와 우도, 가파도 등 섬을 찾아 재능기부봉사자들의 활동을 이끌어내는 '섬마을선생님'. 한 해 두 해 횟수가 지날수록 지역주민들의 호응도 늘고, 단체와 봉사자들의 참여도 더불어 늘고 있다. @도자원봉사센터 제공

“성공한 이들은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은 덕'이라는 것을 알아야 해요. 따라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현해야 한다고 이 사회는 강조하죠. 일반 시민들도 스스로를 돌아보고 사회에 진 빚을 생각하며 이를 ‘갚는 마음’으로 봉사를 시작할 때 자신의 행복을 찾는 길도 열린다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간단한 말 같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자원봉사를 시작하더라도 얼마 안 돼 그만둔다거나, 열심히 몇 년째 해오던 봉사활동을 그만두는 이들에게 이와 같은 생각이 뿌리 깊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서, 보람을 찾기 어려워서 그만두는 이들이 적지 않죠. 그런데, 그렇게 생각할 필요가 없는 거에요. 왜냐. 자원봉사는 바로 나를 위해 하는 것이니까. 누가 알아주든 안 알아주든 내 행복을 찾기 위한 노력을 그만둘 이유는 없잖아요.”

어느 때보다 ‘시간’이 중요한 요즘, 자신의 시간을 기꺼이 내어주며 하는 봉사활동은 무엇이든 가치 있다. 이 센터장은 그중에서도 ‘정성’이 들어간 육체적-정신적 봉사를 높게 산다.

“봉사활동은 경제적 봉사, 육체적-정신적 봉사, 생명적 봉사 등으로 나눠 볼 수 있죠. 돈이란 있다가도 없는 것이고 없다가도 있는 것이지만, 시간이란 누구에게나 한정된 것이에요. 때문에 자신의 시간을 들여 하는 봉사활동은 그 무엇이든 가치가 높죠.”

도자원봉사센터는 다양한 자원봉사 실천 전략으로, 도민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자원봉사 기관 네트워크 구축 등 연대와 협력의 기반을 조성해가고 있다. @도자원봉사센터 제공

봉사에 대한 교육은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우리가 바라는 선진화된 자원봉사로 가기 위한 첫 걸음이 바로 교육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봉사에 대한 인식의 변화도 바로 이 교육으로부터 나온다.

“사회시민인식의 틀, 생각의 틀이 바뀌어야 사회가 더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봉사든 무엇이든 ‘교육’이 중요해요. 저도 그래서 이렇게 늦은 나이에도 교육과 문화 분야의 자원봉사를 멈출 수가 없어요. 본질적이고 기본적인 것부터 제대로 된 ‘틀’이 갖춰져야 우리가 원하는 사회의 방향으로 갈 수 있을테니까요.”

올해 제주도자원봉사센터장과 도자원봉사단체협의회 회장을 맡은 이유근 센터장. 제주지역 자원봉사의 콘트롤 타워를 맡은 그의 한해 소감은 어떨까. 또다른 ‘봉사’의 의미로 명예직 센터장을 맡고 있는 그는 원로로서 따뜻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여러 차례 권유가 들어온 걸 마다하다 결국 맡게 됐지요. 들어와서 보니 직원들의 열의가 강해요. 지역의 자원봉사 콘트롤 타워라는 게 사실 인력이나 행정지원 규모가 적지 않게 들어야 하거든요. 그럼에도 도자원봉사센터는 적은 인력 안에서도 최대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죠.

다만 봉사도 ‘전문성’을 갖춰야 하니, 제가 임기를 다한 이후에는 센터장도 ‘전임’형식으로 바뀌었음 좋겠어요. 오로지 이곳의 역할에만 집중할 수 있는 전문가의 도입이 지금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모두가 ‘한 방향 큰 그림’을 그려야 할 때이니까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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