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시장

이재명 성남시장이 연일 상한가 행진이다. 최순실 게이트 및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야권 지지자들을 열광케 하는 사이다 발언으로 지지율이 수직상승하고 있다. 표정관리에 나서야 할 정도다. 마의 5% 벽을 깬 이후로는 거칠 게 없다. 어느새 10% 지지율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3위 자리를 위협하더니 최근 상당수 여론조사에서는 안철수 전 대표까지 추월했다.

이 시장의 상승세는 촛불민심에 가장 적극적으로 화답하는 정치인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 시장은 촛불정국 내내 좌고우면하지 않고 가장 선명한 주장을 내놓았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오는 순간 수갑을 채워 구속해야 한다는 것. 박 대통령의 탄핵과 하야, 구속수사 등을 주장할 때만 해도 야권 후발주자의 노이즈 마케팅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그 선을 훌쩍 뛰어넘었다.

물론 이 시장의 돌풍은 찻잔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지지율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문재인 전 대표를 따라잡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이 시장이 문 전 대표의 보완재가 아니라 대체재로서 자리매김하는 것. 사실상 밑바닥 지지율에서 시작해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오른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광을 재현하는 것이다.

문재인 23.5%(▲2.7%p), 반기문 18.2%(▼0.7%p), 이재명 16.6%(▲1.9%p), 안철수 7.5%(▼2.3%p)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는, '박 대통령 탄핵 국민행동 돌입'선언을 주장했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주 주간집계 대비 2.7%p 상승한 23.5%를 기록하며 6주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 전 대표는 영남권과 수도권, 20대와 40대, 정의당 지지층, 중도층에서는 주로 상승한 반면, 호남, 30대와 60대 이상, 새누리당 지지층과 보수층에서는 하락했고, 호남(文 24.2%, 安 14.1%, 李 23.5%)에서는 이재명 시장과 초박빙 차이를 보이며 해당지역 오차범위(±7.3%p) 내에서 11주째 선두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기문 UN 사무총장은'1월 1일 귀국설'과 '국내 정국 언급'의 보도가 있었으나 0.7%p 내린 18.2%를 기록, 2위를 유지했다.

반 총장은 PK와 TK, 20대와 40대, 50대, 새누리당 지지층과 진보층에서는 하락한 반면, 충청권과 서울, 30대, 무당층과 정의당 지지층에서는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조사에 출석한 기업총수들에 대한 비판과 재벌체제 해체를 언급했던 이재명 성남시장은 1.9%p 오른 16.6%로 4주째 상승과 자신의 최고치를 경신했고, 반기문 사무총장과의 격차도 1.6%p까지 좁히며 3위를 이어갔다.

이 시장은 6일 일간집계에서 17.6%까지 올랐고, 호남과 충청권 PK(부산·경남·울산), 40대 이하, 민주당 지지층과 무당층, 진보층과 보수층에서 주로 상승했는데, 정의당 지지층(李 33.2%, 文 29.6%)에서는 1위, 서울(文 23.3%, 李 19.0%)과 호남(文 24.2%, 李 23.5%, 安 14.1%), 20대(文 36.3%, 李 20.9%)와 30대(文 28.7%, 李 21.4%), 40대(文 32.2%, 李 23.8%), 진보층(文 34.0%, 李 22.2%)과 중도층(文 29.0%, 李 18.8%)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에 이어 2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대표는 '추미애·김무성 뒷거래 의혹'발언 논란이 증폭되면서 2.3%p 내린 7.5%를 기록, 주간집계로 작년 11월 3주차(5.5%) 이후 가장 낮은 지지율을 나타냈고, 이재명 시장에 더 큰 격차로 뒤지며 3주째 4위에 머무른 것으로 조사됐다.

안 전 대표는 충청권과 서울, 호남, 20대와 40대 이상, 국민의당 지지층과 무당층, 중도층에서 주로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으로 박원순 시장이 지난주 주간집계와 동일한 4.3%로 5위를 기록했고, 손학규 전 의원은 지난주 대비 0.2%p 하락한 4.2%를 기록, 6위로 한 계단 하락했다.

이어 안희정 충남지사가 지난주 주간집계 대비 0.8%p 하락한 3.3%를 기록,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0.4%p 내린 3.3%로 나타나 공동 7위를 기록했고, 유승민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가 0.2%p 내린 2.5%로 9위, 남경필 경기지사가 지난주와 동일한 1.5%로 10위, 김부겸 민주당 의원과 홍준표 경남지사가 각각 1.3%, 원희룡 제주지사가 0.9%로 집계됐다. '모름/무응답'은 0.1%p 증가한 11.6%이다.

이 시장에 대한 대중적 기대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8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재명 시장의 출마를 요구하는 여론이 형성된 것. 이른바 야당의 체질 개선과 강력한 리더십에 대한 갈망 때문이었다. 이 시장은 주변의 요청으로 고민 끝에 불출마를 선택했다.

이 시장은 “제가 아직 대한민국 제1야당을 대표하기에는 많이 부족하고, 현실에 충실하며 더 준비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전대 불출마는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가 됐다. 이 시장은 성남시장에 이어 2018년 서울시장 선거 도전, 2022년 대선 출마의 큰 그림을 그린다는 전망이 적지 않았지만 촛불정국을 거치면서 보다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차차기 대선의 우회로가 아닌 차기 대선으로 직행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이 시장 상승세의 원동력은 선명성이다. 좌고우면하지 않는 직설화법이다. 박 대통령의 거취를 놓고 온갖 말들이 나오지만 이 시장의 주장은 간단하다.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 후 구속이다. 100만 촛불민심 정국에서 가장 큰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것이다. 여론조사전문가인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이 시장의 상승세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 퇴진 후 구속 처벌을 구체적으로 적시해서 강도 높게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야권 지지층 특히 진보적 성향의 유권자들이 맹렬하게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대선 라이벌인 박원순 서울시장마저도 “이재명 시장은 국민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아주 단순하고 명쾌하게 하는 분으로 알려졌지 않느냐. 그런 면에서 탁월한 능력이 있는 분”이라고 평가할 정도다. 문재인 전 대표도 이 시장의 지지율 상승곡선에 대해 “아주 좋은 거다. 야권 전체의 파이가 커지는 것”이라면서 나중에 누군가가 후보가 될 경우, 그 지지율이 다 함께 모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명 시장은 본인의 지지율 상승세와 관련해 ‘정치패러다임의 변화’라고 설명했다. 이 시장은 2일 YTN라디오에 출연, “정치인 개개인에 대한 평가는 진짜 국민들을 위해서 일하는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해서 조금 더 신중하게 들여다보는 문화로 바뀐 것 같다”며 “화려한 경력이나 세력보다는 구체적인 실적과 증거들을 많이 중시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정치권은 국민의 대리인으로 국민의 뜻을 대변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정치인들이 국민을 지배하고 있었다. 국민들은 거기에 화가 나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면서 “요즘 국민들이 주체적으로 상호 소통을 통해가지고 자기 목소리를 내고 정치권을 압박하는, 실제로 정치를 점령하기도 하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영국의 ‘브렉시트’라든지 미국의 대선 결과를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시장의 지지율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문재인을 꺾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미국 대선에서 각종 막말과 기행으로 여론의 지판을 받았던 도널드 트럼프는 힐러리 클린턴을 누르고 최종 승자가 됐다. 이 때문에 일부 언론은 이 시장을 한국판 트럼프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시장이 꿈꾸는 것은 한국판 도널드 트럼프가 아니라 한국판 버니 샌더스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민주당 내부에서 대세론을 누리던 이인제 후보를 꺾은 것처럼 이 시장 역시 대세론을 구가해온 문재인 전 대표에 대역전승하는 이변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는 것. 만에 하나 이 시장이 문재인의 대체재가 되지 못한다 해도 정치적으로는 여전히 손해보는 게임이 아니다. 내년 상반기로 예상되는 조기 대선 국면에서 야권이 정권교체에 성공할 경우 이 시장은 일등공신으로 평가받으며 차차기 대선의 가장 유력한 고지를 선점할 수도 있다.

이번 주중집계는 2016년 12월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511명을 대상으로 무선 전화면접(20%), 스마트폰앱(40%), 무선(25%)·유선(15%) 자동응답 혼용 방식으로 무선전화(85%)와 유선전화(15%) 병행 임의걸기(RDD, random digit dialing) 및 임의스마트폰알림(RDSP, random digit smartphone-pushing) 방법으로 조사됐고, 응답률은 전화면접 20.9%, 스마트폰앱 56.2%, 자동응답 6.5%로, 전체 12.8%(총 통화시도 1만1829명 중 1511명 응답 완료)를 기록했다. 통계보정은 2016년 6월말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 연령, 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이뤄졌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p이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http://www.realmeter.net/category/pdf/)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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