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시민 혁명’, ‘촛불 혁명’, ‘광장민주주의 승리’, ‘촛불민심의 승리’.

12월 9일, 국회가 찬성234의 압도적 표로 박근혜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하자 나온 시민사회의 반응들이다.

탄핵안 표결 결과에 대해서는 먼저 ‘가(可)·부(否)’간 표결에 임했던 국회의원부터 놀랐다.

처음과 끝은 지켜봤던 국민들도 놀랐다.

압도적 표차의 의외성 때문이었다.

표결 전까지만 해도 가결 여부는 예측 불허였다.

탄핵안 가결 정족수 200표 찬성의 턱걸이를 전망하는 분석도 없지 않았다.

이른바 ‘새누리당 비주류’의 표심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비롯된 전망치였다.

그러나 결과는 압도적 탄핵소추안 가결이었다.

표심의 불확실성이나 예측불허의 애매 모호성을 한방에 날려 버렸다.

아줌마 최순실에 의해 자행된 국정농락과 국정농단은 세계 10위 권역의 대한민국 국격(國格)을 하루아침에 하류로 추락시켜 버렸다.

얼굴 들 수 없는 부끄러운 국치(國恥)였다.

이것이 6차례에 걸친 연인원 600만명의 분노한 촛불 민심에 불을 질러 전국을 타오르게 했다.

이러한 국민적 공분이 촛불의 눈치를 보며 우왕좌왕하던 정치권을 몰아세웠고 국회를 압박했다.

그 결과가 탄핵소추안의 압도적 찬성표로 나타난 것이다.

대통령 탄핵안 가결이 헌정사의 부끄럽고 참담한 비극으로 기록된 터이지만 ‘민심(民心)이 천심(天心)이라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되새기는 교훈으로 새겨지게 될 것이다.

탄핵안 가결이 시민혁명이니, 촛불혁명이니, 명예혁명이니 하는 구호로 스스럼없이 회자되는 이유다.

광장을 달구었던 600만개의 촛불이, 이를 모아 목 터지게 외쳐온 민심의 목소리가, 결국은 무도하고 불의하고 멍청한 권력을 발가벗겨 법의 심판대로 불러낸 것이다.

그러기에 촛불 민심은 위대했다. 그것은 자랑스런 시민의 힘이자 명예였다.

수백만이 광장을 메워 분노의 파도타기를 하면서도 폭력 상황은 없었다. 엄청난 자제력이었다.

축제를 방불케 하는 평화적이고 질서 정연한 촛불 집회는 그래서 세계를 놀라게 하며 자랑스런 시위문화의 새 이정표를 제시했다.

촛불 민심은 경이로웠고, 위대했고, 명예로운 우리의 또 다른 명품 문화가 되었다.

숨 가쁘게 외치며 달려온 ‘촛불’이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대통령 죄 값의 판단을 헌법 재판소로 넘긴 것이다.

그렇다면 ‘촛불’은 우선 여기까지다. 숨고르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대통령 직무정지로 나라는 대통령 권한 대행체제로 전환됐다. 비상한 시국상황이다.

안보위기가 걱정이다. 경기침체도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과도기적 상황에서 또 어떤 돌발 변수가 국정불안과 사회혼란을 부를지 모를 일이다.

적어도 최장 180일까지의 헌법 재판소 탄핵 인용(認容)여부가 결정될 동안, 정국은 불안하고 불확실성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것이다. 예측불허 상황인 셈이다.

현재가 탄핵 결정을 한다면 60일 안에 조기 대통령 선거가 끝날 때까지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시계제로의 국정불안 상태가 계속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과도적 황교안 대통령 권한 대행 체제와 탄핵을 가결 시킨 국회 등 정치권, 촛불 민심의 진면목을 보여줬던 시민대중의 역할은 막중하다. 백번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정국안정과 사회 불안 해소를 위한 역할이 이들에게 주어진 것이다. 탄핵 가결 이후 헌법 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짊어져야 할 책무인 것이다.

황 대행은 국가 관리 시스템 정상화에 진력해야 한다.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위해 공적 채널에 의한 투명한 정책 결정과 추진이 필요하다.

여야 등 국회와의 협치(協治) 시스템 구축도 대행체제가 감당해야 할 국난 극복의 지혜다.

정치권의 역할도 마찬가지다.

이번 탄핵안 가결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야당의 책임은 더욱 막중하다.

먼저 정국안정 로드맵을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

야권 일각에서는 탄핵소추안 가결에 이어 대통령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내각 총사퇴를 이야기하는 그룹도 있다.

이는 선동 정치의 영역이다. 법치 적 민주주의 가치를 붕괴시키려는 망령된 공격에 다름 아니다.

민주정치의 본령은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이성적 합리성에 기초하고 있다. 이것이 이른바 법치주의다.

법에 따라 탄핵을 가결 시켜놓고 즉각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법치가 아니다. 초법적 발상이며 감정적 대응이다.

600만 촛불에 함의된 요구는 이런 것이 아니다.

대통령 탄핵 뿐 아니라, 정치개혁, 부정부패 척결, 정경유착 근절, 사회양극화에 의한 극단적 사회분열 해소 등 사회전반을 관류하는 구체제 혁신을 요구했다고 보아진다.

따라서 정치권이 촛불 민심에 편승해서 헌법 절차를 무시해 당장 사퇴하라는 것은 법치주의에 대한 반역이다. 명예로운 시민 혁명의 이름일 수가 없는 것이다.

야 3당의 조속한 탄핵 결정 강박도 헌재에 대한 압력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헌법재판소를 정치적으로 이용 하겠다는 욕심을 드러낸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권력 욕심의 또 다른 얼굴이다.

헌법 재판소는 정치적 영향이나 외부의 압력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다중의 힘이나 압력에 의해 법리를 왜곡 시켜서는 곤란하다.

재판관은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에 임해야 하는 것이다. 법으로 판단하고 법으로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빈틈없는 증거조사, 피소추자의 반론권도 법으로 보장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헌법 재판소의 심리과정이나 결정 과정에 외부의 입김이 작용해서는 곤란하다. 논란의 여지나 소지를 아예 차단하는 것이 옳다.

광장의 촛불이든, 국회의 당리당략에 의한 간섭이든, 헌법 재판소의 결정에 영향을 준다면 더 큰 혼란과 부작용만 양산 될 뿐이다.

그것은 법치에 대한 폭력이며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다.

탄핵안 가결 후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 집회를 자제해야 할 당위도 여기서 비롯된다.

‘촛불’, 이제는 숨고르기에 들어가야 할 시점이다.

집단 발작의 대중심리를 자극하는 선동보다는 냉철함을 잃지 말고 헌법 재판소의 결정을 조용히 지켜보는 인내심 발휘도 성숙한 민주 시민의 모습이다.

‘촛불’을 잠시 접고 평상심으로 돌아가 국민이 원하는 새로운 질서 구축을 위해 미래를 얘기할 때인 것이다. 우리 모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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