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대선 시계가 빨라지면서 대선주자들의 발도 빨라지고 있다. 여러 이합집산의 수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차기 대선은 최소한 4자 이상의 다자구도가 될 전망이다. 여권의 분열과 야권의 후보 단일화 실패가 기정사실화 됐기 때문이다. 다만 정치권은 ‘권력 분점형 개헌’이 선거 막판 최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문재인 전 대표라는 확실한 대권 후보를 보유한 친문계는 개헌에 줄곧 반대해 왔다. 이는 곧 야권 내 개헌을 기치로 한 연대 가능성이 사실상 희박함을 의미한다. 반면 여권은 친박과 비박을 가리지 않고 개헌론에 불을 지피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의 ‘친박-황교안’, ‘비박-반기문’ 구도가 개헌을 구심점으로 뭉치게 된다면 선거 막판 ‘보수 대통합’ 나아가 ‘막판 대역전’ 시나리오도 허황한 꿈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보수 대통합’ 깃발 아래 ‘막판 뒤집기’ 노린다
- 文 ‘책임 총리’ 카드로 安 설득 나설 수도…

정치권의 이합집산(離合集散)이 시작됐다. 충분히 예견됐던 바지만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안이 의결되자 곧바로 정치권엔 새판 짜기 신호탄이 울렸다. 여권 내 친박계에선 차기 대선주자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신친박’ 황교안 국무총리가 뜨고, ‘구친박’ 반기문 사무총장이 지는 모양새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권한대행을 맡았던 고건 전 총리가 유력한 대권후보로 떠오른 것과 비슷한 모양새다. 더욱이 ‘탄핵 정국’으로 인해 반 총장의 친박행이 사실상 물거품이 된 상황에서 ‘황교안 대망론’은 친박계의 마지막 희망 인 게 사실이다.

‘신당 창당’ 潘… ‘러닝 메이트’ 누구?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황 권한대행은 굉장히 보수적 색채를 띠는 인사인 만큼, 비박계와 분당을 가정했을 때 보다 강경한 보수를 주장할 친박과 잘 맞을 수 있다”며 “친박계 입장에선 좋은 대선후보라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대로 비박계는 대권후보로 반기문 총장을 내세울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한 언론사는 익명의 반 총장 핵심 측근의 입을 빌어 반 총장의 ‘1월 신당 창당설’에 불을 지폈다. 다만 국내 정치세력이 얕은 반 총장으로서는 신당 창당 과정에 누구를 러닝메이트로 삼을지가 최대 숙제로 남게 됐다. 이에 정치권은 새누리당 내 비박계가 반 총장의 신당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한 것.

실제로 지난달 24일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반 총장도 아주 훌륭한 분”이라며 반 총장과의 연대 가능성을 언급했다. 정운찬 새누리당 의원 역시 이달 12일 “(비박계에) 잠룡 주자들도 있고,   반기문 총장도 있다”며 반 총장을 영입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에서는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최종적으로 대선에 출마한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비록 이재명 성남시장이 문 전 대표의 턱밑까지 추격하고는 있지만 대선후보란 정당의 당원과 소속 정치인이 뽑는 거다. 즉 특정 정당의 대통령 후보로 나오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여론조사보다 그 정당 당원들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고 있는 문 전 대표가 유력한 게 사실이다.

마찬가지로 안 전 대표 역시 최근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고배를 들기는 했지만 다른 유력 경쟁자가 없는 국민의당에서 안 전 대표가 당의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이다.

‘개헌’, ‘보수 대통합’이라는 ‘선물’ 안겨줄 것

정치권에서 이번 대선이 여권에선 황교안, 반기문 야권에서 문재인, 안철수 4자 구도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문 전 대표를 제외하고는 ‘단독 집권’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권력 분점형 개헌’이 나머지 대선 주자들을 묶는 연결고리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이는 곧 여권 내에서 친박과 비박을 가리지 않고 개헌론이 대두되는 상황이 선거 막판 ‘보수 대통합’이라는 ‘선물’을 안겨줄 수도 있다는 것. 그러나 ‘보수 대통합’이 가시권에 들어오더라도 여권은 친박의 황교안이냐 비박의 반기문이냐는 ‘딜레마’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에 일각에서는 기존 보수층의 정권을 뺏길 수도 있다는 불안감과 탄핵 정국에서 보여준 비박계의 ‘배신의 정치’에 대한 원망이 친박 지지로 귀결될 수 있다고 말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 역시 “비박계는 사리사욕을 위해 탄핵을 악용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며 “야당은 그럴 수 있다고 해도 여당은 이래서는 안 되는 일이다. 당이 좌초 직전인 상황에서 야당과 의기투합해 궤를 같이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황 권한대행이 여권의 대선주자로 급부상하기 위해서는 비박계와도 어느 정도 권력 분점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반 총장이 ‘제3지대’행을 선택할 가능성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치권은 이 같은 여권의 막판 뒷심에 위기의식을 느낀 야권에서도 물밑 접촉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야권 내에서 개헌을 기치로 단일화를 할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안철수 대표 혹은 손학규 전 고문에게 과거 노무현 정부의 이해찬 전 총리와 김영삼 정부의 이회창 전 총리와 같은 ‘책임 총리’를 제안할 수도 있다는 것.

‘개헌론’의 핵심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자는 것이다. 이는 국무총리에게 헌법에 보장된 국무위원 제청권과 각료해임건의권 등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책임 총리제’는 개헌을 대신해 야권이 뭉칠 수 있는 새로운 구심점이 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다만 이미 대통령이 됐다는 착각에 빠져 있는 문 전 대표가 자신의 권력을 나누는 ‘딜’을 제안할 것인지는 미지수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고정현 기자  jh0704@ilyoseoul.co.kr

#관련태그

#N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