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2016년 대한민국은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혼돈의 시대였다. 나라가 망할지도 모른다는 한탄도 나왔다. 하지만 김홍신 민주정치아카데미원장은 희망을 보았다고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최 씨의 국정농단에 대한 분노속에서도 미래를 생각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있어 망하지 않는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도 헌법재판소가 인용할 수밖에 없고 기각하면 민족사에 죄인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필(역사적 필연)이란 말도 했다. 또한 차기 대통령에 대한 조건도 솔직하게 밝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몸을 담고 있어 조심스럽다면서도 개헌에 있어서 우선 임기 단축을 약속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꼽았다. 최 씨의 국정농단도 대통령에게 권한이 집중돼 발생된 만큼 절대 권력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김 원장은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은 욕심을 내려놓고 국민의 최고의 머슴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임기단축 개헌’에 반대하고 있다. 이번 인터뷰는 지난해 12월27일 오후 김홍신 원장 자택에서 한 시간 가량 이뤄졌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대통령은 국민 최고의 머슴, 욕심 버려야”
- “장엄한 혼을 가진 국민 때문에 나라 안 망해”

- 우선 근황을 소개하면.

▲ 올해 작가로 데뷔한 지 40주년이 됐다. 글쟁이로서 소설을 썼다. 그런데 시국이  어수선해 40주년 잔치도 못하고 ‘사랑멀미’라는 책을 내지도 못했다. 사회비평적 소설도 아니고 사랑얘기라 내기가 민망했다. 개인적으로 사실 약도 오르고 분하기도 하다. 평화재단에서는 법륜 스님과 함께 하고 있고 통일 의병 대표도 맡고 있다. 통일의병은 교육도 받고 선언도 하고 군번도 나온다. 나는 1000번 군번이 있다. 통일의병은 1500명 정도 회원이 모집됐다. 선관위 산하 민주시민정치아카데미 원장으로 인재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180명 수강생 중 국회의원도 배출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을 당했는데 탄핵심판 결과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 헌재도 탄핵을 안할 수가 없을 것이다. 안하면 민족사에서 죄인이 될 것이다. 역사적 필연, 사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조선시대에도 풍문탄핵이라는 게 있었다. 나쁜 소문만으로 고위직을 박탈했다. 각별히 고위직은 수신제가를 하라는 뜻이다. 이 시대에 한번 되새겨봐야 한다.

- 최순실 일가 재산이 해외에 10조 원 있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는데.

▲ 미국 LA에 있는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하면서 국고 환수해야 된다고 말했다. 진작부터 최 씨가 막대한 자금을 해외에 감춰두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돈일 수 있다는 말도 있다. 내가 국회의원 시절 공개편지를 박 대통령에게 썼다. MBC 지분부터, 부산일보, 영남대, 육영재단 어린이 대공원 땅 등  박 대통령 관련 재산을 확인해 국고 환수하라는 내용이었다. 최 씨의 해외 은닉 재산도 마찬가지다. 특검만 나서면 안된다. 국고 환수를 하려면 외교부 법무부 등 정부가 팔을 걷고 나서야 한다. 국제적 신뢰의 문제고 외교적 관행도 있다. 범죄은닉자금이기 때문에 독일 정부가 선진국으로서 도와줘야 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탄핵되기 전까지 국고환수는 쉽지 않을 것 같다.

- 한나라당에서 15, 16대 국회의원을 지냈는데 보수당의 분열 무엇이 문제인가.

▲ 보수의 분열로 보기보다는 친박과 보수로 나뉘는 것이다. 친박을 보수라고 얘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친박은 의리 얘기를 한다. 의리의 본질을 잘못 알고 있다. 의리는 정당하고 바르고 다중의 이익을 위해서 국가와 민족을 존중하는 게 의리다. 부정한 것을 옹호하는 것은 의리가 아니다. 친박당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고 친박 세력은 살아남더라도 역사 속에서 대통령을 위한 사당적 이익을 추구한 부역자로 기록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국회의원 시절 특권 폐지와 당 개혁을 추진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무엇이었나.

기득권이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누리고, 폼을 잡고, 자기 사익을 탐하고 이걸 깨기가 가장 힘들었다. 그래서 특권을 내려놓자고 6년간 주장했다. 2년은 민주당 대변인으로 시작했다가 조순 총재가 이회창 총재와 합당을 하면서 당적을 옮기게 됐다. 세계에서 대한민국 국회의원처럼 최고의 직업은 없다. 왜냐면 청와대도 국정감사를 받는데 국회의원만 감사받지 않는다. 지역에서 당선만 되면 된다. 이제 바뀌어야 한다. 국회의원 주민소환제도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

- 권력구조를 재편하겠다는 개헌에 대해 조언한다면.

▲ 최 씨의 국정농단 사건도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돼서 나온 결과다. 개헌은 반드시 해야 한다. 너무 오래됐고 국민 다수가 원하고 있다. 대통령의 절대권력, 말은 민주적 형태지 실제 내부에서는 독재적 권한을 갖고 있다. 역대 대통령을 보면 주변이 다 문제가 있었다. 헌법 개정을 통해 권한을 분산시키고 지방분권도 정리해야 한다. 대선 전 개헌은 국민투표도 해야 하고 시간적으로 쉽지 않다. 하지만 출마하는 사람이 임기를 줄이는 약속을 하면서 개헌을 전제해야 한다. 5년 임기를 채우려고 하면 국민에게 얻어맞는다. 이제 좀 내려놓아야 한다.

- 현재 대선후보 지지율 1위인 문재인 전 대표는 개헌에 부정적인데.

▲ 그것은 욕심이다. 욕심을 내려놓고 국민만 바라보고 가야 한다. 대통령은 현재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고위직이지만 국민의 최고 머슴이어야 한다. 머슴이라는 개념을 가지면 되는데 권력을 누리려고 하니까 문제가 생긴다.

- 차기 대통령의 조건을 꼽는다면.

▲ 첫째 개헌에 자기 임기 단축을 약속하는 사람, 둘째 국가의 미래에 대한 명철한 시각을 가진 사람, 셋째 너무 늦었지만 통일 전략에 올인할 수 있는 사람, 마지막으로 육아정책, 교육 개혁으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 저출산 원인은 분명하다. 이런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사람, 시각 자체가 함몰돼 있지 않고 좌우로 상하로 사고하는 십자형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 이게 안 되면 널리 인재를 중용해야 한다. 영남이든 호남이든 대한민국 인재를 고르게 중용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 동서갈등을 해결할 수 있고 남북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속해서 선거는 엄정 중립해야 할 입장이다. 하지만 이런 사람이면 지지할 수 있겠다.

- 2017년 대한민국 전망이 어둡다. 그래도 한 말씀 한다면.

▲ 우선 경기가 안 좋은 게 문제다. 자영업자, 중소기업도 힘들고 대기업도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힘들어한다. 해외 신인도나 국가적 위상이 추락한 것도 경제에 치명적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망하지 않는다. 이번 최순실 사태에 한국인이 보여준 아름다운 시위, 향기나는 시위, 분노를 표출할 때도 미래를 생각하는 정신사, 한국인에겐 웅장함과 장엄한 DNA가 있어 대한민국은 안 망한다. 지도자들 하는 행태를 보면 몇 번 망했어야 하는 나라다. 국민들이 가진 장엄한 혼 때문에 대한민국이 유지되고 있다. 지하자원도 없고 인구도 적다. 강대국 틈바구니에 철책에 가로막힌 섬나라임에도 세계경제 교역 11대 강국이 된 것은 놀라운 것이다. 민족사적 자긍심을 가져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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