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대란에 휩싸인 제주도. 이대로 가다가는 섬의 곳곳이 쓰레기로 채워질 판이다. 모두가 고심하지만 딱 맞는 답을 찾지 못하는 지금, 쓰레기 정책이 짚지 못 한 '제주도 쓰레기 대란의 근본 문제'를 하나씩 짚어본다. -편집자주]

쓰레기 요일별 배출제를 시행한지 한 달, 이달 1일부턴 서귀포시도 정책을 시행하면서 제주도 전지역이 쓰레기 요일별 배출제를 시행하게 됐다. 행정은 시민의 불편이 있더라도 효과적으로 쓰레기량을 줄이기 위해선 꼭 필요한 정책이란 판단이다. 시민들은 시민의 불편을 담보로 행정이 편의주의적 발상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제주시가 쓰레기 정책을 밀어붙이는 데에는 만적한 쓰레기 매립장의 현실이 있다. 더는 매립장을 늘릴 수 없는 형편에 이미 도내 9곳의 쓰레기 매립장이 들어찰 대로 꽉 찼기 때문이다. 전체 쓰레기 발생량도 크게 늘어 2014년 도내 폐기물 발생량은 하루 3870t 규모다.

*쓰레기 주범. 과연 시민일까?

문제는 늘어나는 쓰레기의 주범이 과연 ‘시민’이냐는 것. 쓰레기는 크게 가정생활폐기물과 사업장폐기물 두 가지로 나뉜다. 사업장폐기물에는 일반 폐기물과 건설폐기물, 지정폐기물이 있다. 이중 사업장폐기물에는 또 사업장생활폐기물과 사업장배출시설폐기물로 나뉘는데,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생활폐기물’에는 바로 이 사업장생활폐기물과 가정생활폐기물이 함께 통계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생활폐기물 내 ‘가정’ 폐기물의 비중이 어느 정도냐는 것. 제주특별자치도는 현재 제주도민 1인당 하루 생활쓰레기 발생량을 1.73kg으로, 전국평균 0.95kg과 비교해 두 배에 가깝다고 통계했지만 근거인 ‘생활폐기물 발생량’에는 적지 않은 사업장폐기물, 특히 혼합쓰레기로 배출되는 건설폐기물이 포함돼 있어 정확한 수치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김정도 정책팀장(제주환경운동연합)는 "2012년을 기점으로 2013년도 쓰레기 매립량이 41%나 크게 늘었는데 해당 기간 인구량 증가는 13%수준이었다.”면서 “건설경기가 가열되던 시기와 맞물리던 때로 쓰레기 전체 매립량을 단순히 인구수 증가로 풀어볼 수만은 없다.”고 지적했다.

*건설폐기물 재활용율 95%? 실제 매립되는 양, 아무도 몰라.

그렇다면 정확한 건설폐기물은 어느 정도나 될까? 제주도에 따르면 2015년 건설폐기물 발생현황에서 1일 건설폐기물 발생량은 2610.2t이다. 이중 재활용량은 2606.8t이고 나머지는 소각 또는 매립되는데 매립량이 3.2t 수준으로 비교적 낮다.

하지만 이 통계는 5t이상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폐기물에 한한 통계로 행정시에 직접 보고가 들어가는 쓰레기만 포함된다. 제주도가 주장하는 건설폐기물의 95%이상 재활용이라는 주장은 전체 건설폐기물 중 일부만 적용한 오류를 범하는 셈이다.

김정도 팀장은 “집계된 건설폐기물 발생현황은 콘크리트나 아스콘 등 대부분 재활용 되는 것들로 실제 건설폐기물로 매립되거나 소각되는 양은 추정하지 못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도 관계자는 "실제 건설폐기물 발생량과 매립되는 량을 정확히 통계하긴 어렵다."면서 "특히 혼합폐기물로 매립되는 건설폐기물은 일반 사업장 페기물과 구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문제는 매립이라면서... 쓰레기 종류별 '매립량' 통계 없어

문제는 매립이다. 매립되는 쓰레기에는 혼합폐기물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가정과 사업장의 쓰레기 중 재활용되지 않고 소각할 수 없는 것들이다. 가정의 생활쓰레기는 청소용 차를 통해 매립장으로 향하고, 사업장 생활쓰레기는 6만3000원/t당으로 매립된다.

보통 혼합폐기물로 매립되는 사업장생활쓰레기에는 적지 않은 건설폐기물이 포함된다. 소각이나 재활용처리보다 매립단가가 가장 싸기 때문이다. 재활용되거나 소각될 수 있는 폐기물들도 혼합폐기물로 처리되는 셈이다. 때문에 전체 쓰레기 매립량 중 건설폐기물이 어느 정도를 차지하는 지 통계를 낼 수가 없다.

서귀포시는 지난 12월부터 급증하는 혼합 건설폐기물 매립장 반입을 금지하기 위해 매립장 반입 검사를 강화했다. 근거로 서귀포시는 2016년 10월 말 서귀포시 쓰레기 매립량 중 매립장으로 반입된 건설폐기물을 30% 수준으로 잡았다. 서귀포시는 매립장에 직원을 따로 둬 혼합폐기물을 일일이 검사하고 있다.

반면 제주시는 5t 미만의 혼합폐기물을 일반 사업장폐기물과 따로 분류해 매립량을 분석하고 있지 않다. 매립비만 내면 건설폐기물 여부를 따지지 않고 그대로 매립하고 있다. 서귀포시가 전체 매립되는 쓰레기량의 30%를 건설폐기물로 잡은 것을 비교하면 제주시의 도내 폐기물 매립량 중 적지 않은 부분, 약 1/3 가량을 건설폐기물이 차지하고 있다고 '추측'할 수만 있다.

김정도 팀장은 “제주도의 건설폐기물 발생현황에서 집계되지 않는 건설폐기물 발생량이 적지 않다.”면서 “혼합쓰레기 매립비용을 현실화 하고 누진세를 적용하는 등 매립되는 건설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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