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관광단지’ 사업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6조가 투자돼 제주에 도움이 된다’는 사업자의 주장과 ‘자본의 불투명, 특혜의혹 등 절차상 문제가 많다’라는 시민사회단체의 입장이 팽팽하다.

다시 말하면 개발이라는 사안을 두고 서로 다른 시각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도는 제3자처럼 어정쩡한 스탠스다.

왜, 그럴까?

‘개발을 해야 한다’ ‘문제가 많아 안된다’ 이에 대한 서로 자신의 입장을 상대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는 명확한 설득논리가 없다. 개발에 대한 객관적이고 명확한 잣대가 부족하다. 좀 더 심하게 표현하면 서로 막연한 논리로 억지주장만 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한 책임은 개발을 조정하고 결정해야 할 제주도에 있다. 행정이 개발과 보전에 대한 정확한 소신과 철학을 갖고 이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시간만 허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비단 이 사안뿐만 아니라 제주는 개발을 둘러싸고 오랫동안 주민들의 갈등이 이어져 왔다. 특히 최근에 더욱 심화되고 있다.

제주개발은 역사적으로 보면 지난 1970년대 후반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1979년 제주도 지역 개발사업과 각종 공사, 국유재산 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건설교통부 산하 연구기관인 제주개발건설사무소(濟州開發建設事務所)가 생기면서 부터다.

제주개발건설사무소는 주로 국도 포장과 도로 유지보수 등 도로개발사업과 관련돼 도내 일반국도와 우회도로 개설을 통한 원활한 교통소통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시행했다.

또한 당시에는 개발이라는 콘텐츠로 월간잡지까지 발간될 정도였다. '개발제주(開發濟州)'이란 잡지가 1975년 8월에 창간되어 1977년 9월까지 만들어졌다. 그 만큼 어려웠던 시절에 도민들의 개발에 대한 갈망이 컸던 것이다.

월간 ‘개발제주’는 당시 공화당 국회의원인 홍병철(洪炳喆)이 설립한 사단법인 제주도 개발문제연구소에서 만든 잡지로 지역 개발의 주체로서의 주민들이 어떤 역량을 갖고 어떻게 참여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제시했다.

이처럼 70년대 말부터 지금까지 40여년 동안 제주는 여러 가지 개발을 이어왔다. 그 사이 많은 시행착오도 겪었다.

먼저 중문관광단지개발사업이다. 한국관광공사가 1978년 구 관광단지개발촉진법 제3조와 제7조 1항의 규정에 따라 중문관광단지개발사업의 시행자로 지정받은 후 중문관광단지조성계획에 따라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일원 3백56만2천㎡에 중문관광단지를 1978년부터 현재까지 조성·관리해오고 있다.

전직 국회의원인 A모씨는 "관광객 1300만명 시대 제주관광은 호황을 맞이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중문관광단지 내의 땅을 내놓고 길을 터준 중문지역 주민들은 지금 엄청난 분노와 허탈감에 빠져있다"며 "이는 제주관광개발의 근본모순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까지 그 누구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던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며 "재벌자본과 육지 투기자본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제주관광단지형개발에 문제의 원인이 있었던 것"이라고 말한 후 "국내 재벌가들은 제주도 관광단지형 개발을 부추기 말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제주개발은 이처럼 출발부터 순탄치 않았다.

1990년대 이후엔 민(民), 관(官) 공동출자 개발방식인 일명 ‘제3섹터’가 도입되어 제주개발을 주도했지만 성과 없이 끝나 버리는 바람에 대규모 토지만 외지인들에게 넘어가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후 개발이 주춤하다가 지난 2002년 제주개발을 본격적으로 시행하기 위한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이하 JDC)가 탄생하면서 제주는 개발의 속도를 내게 된 것이다.

그러나 JDC는 제주에 들어온 후 최근까지 조직의 생존을 위한 조급한 개발로 도민들에게 불신의 벽만 키웠다. 물론 제주지역 경제에 일정부분 긍정정인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지만 부정적인 시각이 크다.

‘진정으로 제주와 도민을 위한 개발 사업을 했는가?’ 소신과 철학 없이, 도민과 함께 공감하는 제대로운 룰없이, 지금까지 달려온 JDC는 깊은 자기반성이 필요하다.

이렇게 최근 4-5년 사이에 중국관광객과 중국 자본이 갑자기 몰려들고 JDC의 사업이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되면서 제주는 좌충우돌식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고 도민들은 개발이라는 소리만 들어도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문제는 아직도 제주가 앞으로 어떤 방향의 개발이 바람직 한지, 정확한 청사진이 없다. 그래서 ‘개발을 하는 것이 좋은지’ ‘하지 말아야 좋은지’ 도민들은 판단하기가 어렵다.

제주가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누구나 공감하고 따를 수 있는 개발에 대한 정확한 룰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제주도가 개발에 대한 정확한 소신과 철학을 갖고 룰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 ‘오라관광단지’ 사업에 대한 논란도 이를 판단하는 정확한 잣대가 없어서 그렇다.

흔히 ‘룰대로 한다’는 말이 있다. 이는 명확하고 서로가 인정할 수 있는 룰이 있을 때 성립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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