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고층 하루카스빌딩

"ありがとうございました。気をつけてください: 아리가토오고자이마스. 기오쓰케테구다사이:감사합니다. 조심히 가십시오."

일본 전통 민족의상 기모노를 입은 중년 여성이 치료를 마치고 나가는 환자들에게 출구까지 배웅하면서 정중히 머리를 숙이고 인사를 했다.

담당 의사라면 가운을 입었을텐데 나들이 정장인 기모노여서 치료를 마친 의사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사무직 여성으로서는 치과의원에 어울리지 않는 차림새였다.

"그러니까 제가 언제나 그러지 않아요. 사람이 말을 할 때는 넘어가는 소리로 듣지 말고 잘 들으라고 말이에요. 그 분이 원장 선생이라고 분명히 말했어요." 마누라가 은근히 면박을 주면서 말했다.

지난 해 3월이었다. 잇몸이 부어서 통증이 심할 때 좋은 치과의원을 알았으니 그곳에 가라고 마누라가 매일 권했다. 그 전부터 참 좋은 치과의원이었다고 내가 듣지도 않는데 말했었다.

"좋은 치과의원이라고? 그럼 오카모토치과의원은 어떡하고?" 우리 집에서 걸어서 십분도 채 안 걸리는 곳에 있는 치과의원인데 가족 모두가 다니고 있었다.

마누라는 언제부터인가 그곳이 아니고 잘한다고 소문난 다른 치과의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흔들리는 치아 보호를 위해 그 위에다 틀니에 가까운 이를 덮었었다.

그런데 통증이 심해서 찾아가면 복용하는 진통제 약만 줄뿐 근본적인 치료를 해주지 않아서 그 고통을 감수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때 하루카스 갔다가 우연히 이 치과의원을 알게 되었는데 복용하는 진통제 약보다 틀니처럼 덮은 그것을 다시 뽑아서 근본적으로 치료해 주어서 지금은 통증도 없어졌습니다." 

마누라는 일상적으로 자기가 다니는 의원만이 아니고 슈퍼, 음식점 등은 다 좋고 친절하고 잘해 준다면서 나에게 반 강제적으로 권하는 예가 종종 있었다.

이번도 마찬가지였다. 그 치과의원이 그래서 좋으니까 나에게 무조건 가라는 것이다. 나는 그 치과의원 운운 이전에 하루카스에 있다는 말에 거부감을 느꼈다. 

하루카스는 2014년 3월에 준공한 일본 최고층 빌딩으로서 지상 60층, 지하 6층으로 높이는 3백미터였다. 우리집 2층 베란다에서도 15층 이상은 볼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있었다.

자전거로 이십분도 채 안 걸리지만 그 빌딩에 간 것은 딱 두번 밖에 없었다. 아는 조각가와 화가가 10층에 있는 갤러리에서 개전을 열 때였다. 그 빌딩의 21층에 치과의원이 있다니 처음 듣는 말이고 이해할 수 없었다.

한국의 63빌딩(249미터), 대만의 타이베이 101층빌딩(509미터)에 필자가 가본 적이 있었다. 관광 손님으로 북적여서 다시 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일상적인 생활감이 없는 비일상의 세계였다.

하루카스빌딩에 대한 필자의 선입감도 그랬다. 최고층 빌딩이라면 어느 곳에서나 관광 등의 관심이 대상이 되어 생활 환경상 방문자 대부분이 일시적인 유동적 이동객이 넘치는 곳이다.

이러한 비일상적인 곳에 있는 치과의원이 어떻게 지역주민에게 밀착한 의료가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이었다.

아프던 잇몸은 낫기는 커녕 점점 부풀어오르면서 어금니가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마누라는 이아픈 것이 어떠냐면서 빨리 가보라고 계속 권했지만 괜찮다고 버티었지만 한계가 있었다.

언제나 다니던 오카모토 치과의원에 갈려다가 이 때문에 그렇게 권하는 마누라와 미묘한 갈등을 빗고 싶지 않아서 탐탁치 않았지만 5월 초순에 그 치과의원을 찾아갔다.

"AKIデンタルクリニック"(아키덴타르크리닛크:아키치과의원)이었다. 깨끗하고 아담했다. 필자는 진료 신청서의 엉케이트란의 소개자란에 지인은 있었지만 가족이 없어서 처라고 썼다.

알파벳트 A는 일본어로 "아카루이:밝다", K는 "키레이:곱다. 예쁘다"이고 I는 "에가오:웃는 얼굴"의 의미인데, 따뜻이 환자들을 맞이 하고 깨끗하게 치료를 마치고 웃는 얼굴로 갈 수 있는 치과의원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네 사람의 치과 의사 선생과 한 사람의 기공사, 두 사람의 위생사, 세 사람의 사무직이 있는데 원장 오카다 치카코(岡田 千佳子) 선생은 보통 의대를 나왔는데 딸을 위해서 원장직을 맡고 있다고 했다.

필자는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이곳의 야마나카 위생사로부터 바른 양치질을 두번이나 직접 실습을 해보라고 해서 배웠다. 그렇게  실습대로 해줘서 잇몸이 좋어져서 고맙고 나도 기쁘다는 인사도 들었다. 

처음 가서 일주일이 지났을 때 일본 최고 높은 곳에 있는 치과의원 아키치과의원에서 보내는 "메일 매거진"이라면서 오카다 원장으로부터 메일이 왔다.

치과와 다른 의료 관계로부터 스스로가 일상생활 속에서의 경험들을 소재로 한 다양한 내용들인데 일주일마다 발신하는 정기 "메일 매거진"이었다. 

두번 째 아키치과의원에 가서 처음 오카다 원장 선생을 만나서 나올 때였다. "감사합니다. 조심히 가세요."라는 인사를 들었다. 어떤 때는 양장의 정장과 캐쥬얼 차림으로 다른 환자들도 갈 때마다 들었다.

그야말로 웃는 얼굴로 환자들을 배웅하는 소통의 마무리였다. 봄과 여름 가을에는 그 인사를 뒤로 하고 엘레베이터를 타려고 나오다 보면 서쪽 하늘에 지는 저녁해를  볼 수 있는데 무척 아름다웠다.

오사카에서도 높은 지대에 있는 아베노쿠에 지은 하루카스빌딩 21층에서 보는 저녁놀과 한겨울의 야경은 금속성 치과 기구들 속에 움추렸던 마음을 더없이 아늑하게 해주었다.

하루카스에 있는 치과의원에 다닌다고 아는 사람들에게 말했더니 그러한 곳에 있는 치과의원이니 치료비도 비쌀 것이라고 누구나가 말한다. 입지조건 때문에 오는 선입감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필자는 잘 모르지만 다른 곳과 치료비는 다름없다고 말한다. 필자는 그 보다도 앞에서 말한 것처럼 지역 밀착형이 아닌데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이었다.

그런데 21층과 22층은 각종 의료 기관이 개업을 하고 있고 약의 처방은 17층에 있는 약국에서 일괄적으로 취급하고 있으며, 그 바로 옆에는 편의점이 있고 그곳에서는 음식도 가능했다.

백화점, 비지네스 오피스, 의료기관, 미슬관, 다양한 업종의 들어있는 일본 최고층 하루카스빌딩에 필자가 한달에 서너차례 21층까지 다닐 줄은 전혀 예상 못할 일이었다.

시설도 그렇지만 필자는 환자와 의원 측 선생 사이의 신뢰감에 아키치과의원에 대해서 신선감을 느꼈다. 아직도 관광객들이 북적이는 관망대가 있는 30층에는 가본 적이 없다. 한국에서 오는 관광객들도 많이 찾아가는 곳이다.

원장 스스로 정기 "메일 매거진"을 발신하고 치료 마치고 나가는 환자들에게 고개 숙이며 인사하는 의원 필자는 지금까지 만나본 적이 없다. 참고로  "AKI치과의원"의 홈패지를 첨부한다.

http://akidental.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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