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관홍 의장을 비롯한 새누리당 소속 도의원 13명이 12일 탈당을 공식 선언했다. @제주도의회

몰염치다. 새누리당 소속 제주도의회 의원들이 집단 탈당해 바른 정당에 합류했다. 정치적 계산에 익숙한 그들의 탈당 러시는 어제오늘의 일이다. 하지만 셈법이 뻔하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문이 열리면서 등을 돌린 촛불 민심에 각자도생을 꾀하는 모양이다. 어처구니 없다.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를 위해 제주도민들에게 표를 달라고 읍소했던 그들이다. 공천을 받기 위해 대통령을 비롯한 유력 정치인들에 줄을 댔던 장본인들이다.

지금 촛불민심의 분노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때문만이 아니다. 네 편 내편으로 나눠 편 가르고 자기 편이 아니라는 판단이 들면 밥줄을 끊어온 게 이 정권이다. 304명의 생명이 한 순간에 싸늘한 바다에 빠져 숨지고 있을 때조차도 정권의 안위만 생각했던 정권이다. 국정농단이 문제가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의 자질과 인격 자체가 문제다.

강연호 원내대표가 12일 오후 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새누리당 소속 도의원들과 탈당을 공식 선언하고 있다. @제주도의회 제공

대통령이 그런 사람인줄 몰랐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정치인이라면 지역의 일꾼이 되고자 했던 사람들이라면 정치적 출세보다는 민심을, 역사를 제대로 바라보아야 한다. 정권에 빌붙어 자신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꾀하는데만 관심을 기울였던 자들이 이제 탈당을 한다. 한 표를 달라고, 박근혜 대통령을 도와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자신들의 정치 행위는 반성하지 않는다. 오로지 다음 선거에서 어떻게든 정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계산 뿐이다.

반성도 성찰도 없다. 박근혜 시대가 오면 국민이 행복해질 것이라고 했던 자신들의 과거는 없었던 것으로 치부한다. 몰염치도 이 정도면 ‘역대급’이다. 여당 의원이 되어야 지역이 발전할 수 있다고 했던 그들의 말과 행동을 도민들은 똑똑히 기억한다. 도민들이 우스운가. 아니면 단기 기억상실증이라고 걸린 것인가. 도의원이라는 자들이 자신의 정치적 행위에 대한 책임은 뒤로 하고 오로지 정치적 유불리만 판단하다.

신관홍 의장, 강연호 원내대표, 고충홍 의원 등 새누리당 소속 도의원 13명은 12일 오후 새누리당 탈당을 공식 선언했다. @제주도의회 제공

좋다. 그게 정치고, 정치인의 일이라고 하자. 바른 정당에 가든 무소속으로 남든 선택은 자유다. 하지만 그들이 누리는 자유란 결국 국민의 기본권을 권력의 더러운 발로 누른 채 얻어지는 것이다. 누를수록 일어선다. 바람보다 빨리 눕고 바람도 빨리 일어서는 민중들이다. 반성도, 성찰도, 최소한의 양심도 없는 그들의 이합집산은 촛불을 든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두 달이 넘게 차가운 광장에서 촛불을 든 민심의 함성은 무엇인가. “더 이상 그 더러운 입으로 표를 달라고, 지지해달라고 외치지 말아달라.”는 국민의 명령이다. “대의민주주의에 의해 부여된 권한을 권력이라고 여기지 말라.”는 선언이다. 촛불의 민심도, 촛불의 의미도 모르는 이들의 탈당 러시를 도민들이 가만히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촛불의 민심이고 촛불의 외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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