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6기 원희룡 도정의 세계섬문화축제 부활 프로젝트는 우려와 기대가 뒤섞인다.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고도 2회 만에 실패했던 축제의 과거가 아직 생생하기 때문이다. 반면 제주를 대표할 만한 축제, 특히 ‘국제축제’에 목말랐던 여론은 부활의 성공을 염원하고 있다. 세계섬문화축제, 실패의 반복이 될 것인가 화려한 부활이 될 것인가. 축제의 과거를 짚고 현재를 진단하며, 미래를 예측해 본다. <편집자주>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지난해 8월 제주를 ‘문화예술의 섬’으로 조성하겠다며 그 핵심 프로젝트에 세계섬문화축제의 부활을 공식화 했다. 곧바로 떠오른 ‘실패한 축제의 기억’은 세계섬문화축제의 부활을 두고 엇갈린 반응을 내놓게 했다. 옛 세계섬문화축제는 다소 아쉬운 수준의 축제가 아니라 ‘철저히’ 실패했던 축제로 평가받아왔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 개최를 앞둔 세계섬문화축제. 그렇다면 과거 세계섬문화축제는 ‘왜’ 실패했었나. 임기 내 축제의 팡파르를 울리려는 원 지사의 계획은 타당한지 과거 세계섬문화축제의 기억을 되돌려 본다.

*물거품 된 200억 축제의 기억 ‘세계섬문화축제’

세계섬문화축제는 ‘섬’을 주제로 ‘섬과의 연대’를 통해 동아시아를 대표할 ‘축제’의 염원을 담았었다. 1998년 제1회 세계섬문화축제가 기획됐을 당시 ‘국제’축제에 대한 기대로 상당한 호응이 뒷받쳐 줬다.

1998년 7월부터 약 한달 간 제주시 오라2동 오라관광지구에서 이어진 축제는 그러나 목표했던 80만명의 관람객 절반 수준(44만1290명)을 겨우 채웠다. 예산은 125억원. 컸던 기대만큼 막대한 예산이 초기에 투입됐다. 실패로 접기엔 판이 커도 너무 컸다.

숨을 고른 제주도는 2001년 다시 90억원을 투입해 제2회 세계섬문화축제를 연다. 목표는 60만명이었지만 실제 관람객은 26만3414명. 이중 무료입장객은 10만명이었다. 3년의 준비기간을 뒀지만 첫 축제의 성적표에도 못 미친 결과였다.

제주도는 결국 2003년, 세계섬문화축제를 더 이상 개최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또 실패하느니 폐지하자는 결론이었다. 모래 위에 지어진 성처럼 와르르 무너진 축제의 기억이다.

*과거 세계섬문화축제는 왜 실패했었나

세계섬문화축제의 가장 큰 실패 요인으로는 ‘시작과 함께 지나치게 큰 기대를 건 결과’로 꼽힌다. 큰 돈 들여 축제의 규모를 키웠을 뿐 내용이 없었다. 세계적으로 꼽히는 국제축제들이 최소 수 십년 닦은 내공을 한 순간 지으려는 성급한 오판이었다.

당시 언론들은 세계섬문화축제의 실패 원인을 △독창성-기획력 부족 △행정의 실적 위주 무리한 목표 △전문인력의 부족 △관 주도의 축제 운영 등을 꼽았다.

첫 판부터 화려하게 축제를 키우기 위해 행정이 무리한 목표를 설정했고, 목표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결과는 곧바로 여론의 포화를 받게 됐다. 축제 인지도는 떨어졌으며, 관람객의 기대도 함께 추락했다.

전문성이 뒷받침 되지 않은 축제의 기획은 이에 더해 실패를 재촉했다. 세계 섬들 간의 문화와 비전 공유를 내세웠지만 축제의 대부분은 ‘민속공연’ 수준에 멈췄다. 2001년 제2회 축제에 참가한 27개 섬 중 25개 섬은 ‘민속 춤’만 선보였고 세계섬문화축제는 ‘세계섬댄스축제’라는 오명을 얻었다. 한 달간 이어진 축제가 섬들의 ‘춤’으로 채워지면서 행정과 기획사의 축제 기획 능력이 도마에 올랐다.

미흡한 축제 진행 능력도 축제의 파행을 불러왔다. 2회 축제에선 첫날부터 외국 공연이 절반 이상 취소돼 환불 소동이 빚어졌다. 조직위와 기획사의 마찰이 행사 내내 이어졌으며 이는 곧 축제 기간내 관람객들의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결국 행사 관리의 실패를 놓고 대행사와 조직위는 법정싸움까지 가게 됐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세계섬문화축제는 결국 ‘무책임한 행정의 전형’을 남기고 2013년 폐지를 공식화 했다. 당시 제주도 관광문화국장은 “섬 축제의 문제점을 보완하더라도 축제의 성패를 둘러싼 논란을 극복하기 어렵다. 세계 각 국의 섬 문화를 모아 나열하는 축제로는 국제 수준의 축제 발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폐지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실패의 후유증... 도민 혈세만 '허공으로'

축제에 투입된 예산은 1회 125억원(국빕 48억, 지방비 17억, 자부담 60억) 2회 90억원(국비 30억, 지방비 30억, 자부담 30억)이다. 1990년대 후반 물가 수준을 감안하면(1998년 자장면 1800~2000원 수준) 현재의 600억원 정도 예산이 당시 투입된 셈이다.

축제를 열면서 투입된 기반시설과 공연시설에만 60억원이 투입됐고, 2회때도 시설비에 30억원이 들어갔다. 목표 관람객의 절반을 겨우 채웠지만, 그마저도 무료 입장객이 대다수로 예산 투자 대비 실익은 거두지 못했다.

관광객 유입효과도 거두지 못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도 미미했다. 특히 축제의 실패를 예측하지 않은 채 사유지에 과다한 시설투자를 하면서 축제 이후 시설 활용은 전혀 기대할 수 없게 됐다.

#관련태그

#N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