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하석홍

‘작가 하석홍’의 첫 인상은 넉넉하고 투박하다. 그가 오래 전부터 작품의 소재로 삼아 온 제주 돌 역시 그렇다. 이처럼 서로 닮은 둘의 만남은 어쩌면 운명일지 모른다.

작가는 그동안 사소한 것들에 대해 남다른 예술가의 관점으로 작품을 만들어 왔다. 숟가락 하나, 밥그릇 하나, 굴러다니는 돌멩이 하나, 모두다 그의 훌륭한 작품의 테마가 된다.

‘작가 하석홍’을 온통 제주 돌 천지인 제주돌문화공원에서 만났다.

그는 이곳 오백장군갤러리에서 다음달 5일까지 '돌을 던지다 돌에 맞다'라는 주제로 자신의 열한 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다.

‘하석홍’ 그에게 돌은 어떤 의미일까?

“돌은 척박(瘠薄)이 새겨진 문신(文身)이며 문명(文明)의 시작이자 문명(文明)의 미래다”또한 “돌은 우리 삶의 원초이면서 모든 문명의 원형"이라고 말한다. 그가 제주의 돌에 주목한 것은 섬 전체가 돌로 이루어졌다는 점과 다른 지역의 돌과 달리 삶의 근원에 가까운 형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돌은 모든 문명의 원천으로 그 속에 포함된 다양한 광물들이 바로 인간의 문명을 탄생시켰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가 돌을 탐구하는 일은 바로 인간 문명의 탐구이며 우리 삶의 근원에 대한 탐구인 셈이다.

‘작가 하석홍’은 실험정신이 강하다.

이번 전시는 그가 직접 제작한 돌을 소재로 평면, 오브제, 설치, 변형된 자동자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하석홍'은 예리한 절단 보다는 비틀기를 택한다. 작가는 돌들을 하늘에 띄우기도 하고 물 위에 떠내려 보내기도 한다. 그의 돌들은 중력을 거부한다. 마치 기계의 톱니바퀴처럼 세련되게 돌아가는 우리의 일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그의 돌들은 거침이 없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자동차에 박히기도 한다.

그는 항상 새로운 것을 꿈꾼다.

'하석홍'의 몽상은 돌들을 통해 과거로 돌아가고 미래로 나아가기도 한다. 그는 투박한 돌에서 인위적이지 않은 자유로운 정신을 읽어내고 있다. 그래서 그의 자동차는 세련됨을 거부한다. 빠름과 세련, 날렵함으로 대변되는 현대의 삶은 우리를 편안하게 하지만 결국 우리의 삶을 갉아먹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던진 돌은 하늘로 한없이 뻗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중력을 통해 되돌아와 우리의 뒤통수를 때린다. '하석홍'의 자동차는 그러한 우리의 어리석음과 이중성을 고발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돌은 중력을 거부하는 조형적 공간을 모색하고 그러한 공간을 우리의 생활공간으로까지 확장한다.

미술평론가 윤우학은 ‘작가 하석홍’을 지금 이 시대에 있어서 진정한 지방작가라 했다.

그는 “그것은 우선 향토색을 보이되 그것이 단순한 애향심과 결탁한 지방주의가 아니라 세계 어디에 내 놓아도 독특하고 한 지방 고유의 내음이 물신 풍기는 말 그대로 하나의 ‘국제적 개성’으로 전환시켜, 예술특유의 창의성과 더불어 내용에 있어서나 표현법에 있어서나 다 같이 폭 넓고 깊은 감성을 제공할 수 잇는 작가를 의미한다. '작가 하석홍'은 그러한 의미에서 진정한 지방주의의 향토색 짙은 작업의 작가다”라고 평했다.

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 기획전시실(전시기간 2016년 11월19일 - 2017년 2월 5일)

이제 '하석홍'의 자동차는 제주도에만 머물지 않고 바다를 건너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서, 미국 뉴욕의 타임스퀘어에서도 돌아다닐 것이다.

이런 상상은 결코 꿈이 아니다. ‘하석홍’은 투박하게 자신의 꿈을 하나씩 하나씩 실천하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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