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주를 찾던 중국관광객이 주춤하면서 제주관광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면세점과 화장품 등의 업종은 지난해 중국 수요에 힘입어 '대박'을 거뒀지만 올해는 상황이 전혀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보복 성격으로 한국 여행과 상품에 대한 본격적인 규제가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도의 속내는 복잡하다. 제주관광의 '질적 성장'을 선언한 이상 관광객 증가율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중국관광객의 감소가 현실화 되자, 제주관광의 체질 개선에 대한 고민은 더 깊어지게 됐다.

제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10명 중 8명 이상이 중국인일 정도로 편중 현상이 심하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제주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총 360만3021명인데, 이 중 약 85%인 306만1522명이 중국인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전체 방문객 수에선 성장세를 잇는 반면에 국내·국제선 항공편을 통해 제주에 들어오는 유커는 전년보다 줄고 있다. 급증하는 크루즈 관광객이 그 감소분을 채우고 있지만 도내 체류시간이 평균 5~6시간(제주관광공사 2015년 실태 조사)으로 짧은 탓에 도내 관광업계의 체감도는 낮다.

중국 명절인 춘절(1월27일~2월2일)은 도내 관광업계에도 대목으로 여겨지지만 올해는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제주를 방문하는 유커가 이례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제주도관광협회는 이 기간 중국인 관광객 4만2880명이 제주를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5만1385명)보다 17% 가량 줄어든 것으로, 춘절 연휴에 제주 방문 유커가 감소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 건 관광협회가 춘절 연휴 유커 입도 현황을 조사하기 시작한 2005년 이후 처음이다. 중국발 국제선 여객기의 운항이 줄고 서울 등 다른 지역을 거쳐 국내선으로 제주에 들어오는 유커가 모두 감소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올해 들어 중국 항공사가 제주 노선 정기편의 운항을 중단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제주지방항공청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동방항공, 오케이항공을 포함해 중국 항공사 8곳이 제주~푸동, 제주~닝보 등 15개 노선에서 이달 운항할 예정이던 항공기 125편(제주 출발 기준)이 결항했다. 국내 항공사인 티웨이항공도 제주~난닝 노선에서 9편의 운항을 중단했다. 1월 한달간 제주에서 중국으로 향할 예정이던 항공기(전체 650편) 5대 중 1대가 결항한 셈이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으로 붐볐던 신제주 바오젠거리에서도 "유커를 보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 큰 우려는 이 같은 현상이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와 같은 분위기 때문에 바오젠 거리에 입점한 점포 가운데 일부는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기 힘들어 폐업 일보직전에 있다.

제주관광은 구조적으로 보면 관광객 수와 민감하게 맞물려 있다. 면세점, 호텔, 전세버스, 신제주 상권 등이 중국 관광객 수에 따라 희비가 교차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제주도의 관광정책은 그저 구호에 머물고 있다. 지난 4월 제주도는 '제주관광 질적성장 기본계획'을 마련했다. 그러나 과연 질적성장의 구체적 플랜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고 관광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조차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양적성장도 무시할 수 없다.

질적성장을 위한 제도적 개선과 함께 중국 관광객이 많이 올 수 있도록 제주관광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

제주관광은 제주 지역 경제를 견인하는 가장 중요한 산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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