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6기 원희룡 도정의 세계섬문화축제 부활 프로젝트는 우려와 기대가 뒤섞인다.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고도 2회 만에 실패했던 축제의 과거가 아직 생생하기 때문이다. 반면 제주를 대표할 만한 축제, 특히 ‘국제축제’에 목말랐던 여론은 부활의 성공을 염원하고 있다. 세계섬문화축제, 실패의 반복이 될 것인가 화려한 부활이 될 것인가. 축제의 과거를 짚고 현재를 진단하며, 미래를 예측해 본다. <편집자주>

문제는 ‘새 판’이다. 과거, 그리고 지금의 제주 축제의 판을 그대로 이끌어서는 세계섬문화축제라는 ‘국제’ 축제의 판을 짤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예산을 쏟아 붓고 메머드급 축제로 키우더라도 핵심 축이 제대로 짜여지지 않아서는 또 외면 받을 수 밖에 없다. 세계섬문화축제의 부활에 기대를 걸면서도 적지 않은 우려를 보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지금의 제주 축제, 그 안에서 반복되는 과거 답습의 안일한 체계에선 아직 ‘국제 축제’는 시기상조라는 말도 나온다.

*평가부터 뒤틀린 축제, 제자리 걸음 ‘당연’

제주도에는 수십 개 축제가 때마다 열린다. 이중 가장 큰 규모의 ‘광역축제’는 총 6개. 탐라문화제(주최/한국예총도연합회), 제주해녀축제(제주도), 성산일출축제(성산일출축제위원회), 제주馬축제(렛츠런파크제주), 제주들불축제(제주시), 서귀포칠십리축제(서귀포시)가 있다. 이들 예산은 탐라문화제가 12억 규모로 가장 많고 들불축제가 10억9400만원, 이외 축제는 2억원 선이거나 그 아래다.

제주에는 탐라문화제, 들불축제 등 6개의 광역축제와 23개의 지역축제가 있다.

제각기 다른 예산과 다른 테마로 치러지는 축제들이지만 이후 나오는 평가 결과보고서의 내용은 엇비슷하다. △행정 주도형 축제의 한계 △차별성 있는 콘텐츠 부족 △축제 운영 미흡 △면밀한 프로그램의 부재 △전문인력 부족 등이 공통적으로 지적된다.

지난해 치러진 탐라문화제 평가보고서에서 전문가들은 “우수한 콘텐츠 보유하고 있지만 완성도 및 전문성 갖춘 인력이 부족하다.” “사업 전반에 대한 운영 매뉴얼을 수립해야 한다.”(제55회 탐라문화제 평가보고/2016.12) 등을 지적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제주에선 유일하게 ‘우수축제’로 평가받는 들불출제도 “지금의 행정 주도형 축제로는 세계적 축제로의 발전 가능성에 한계가 있다.” “지역축제 벗어나 세계축제로 발전되려면 명확한 비전과 중장기적 육성대책이 필요하다.”(2016 들불축제 평가보고/2016.5)고 평가보고를 받았다.

지난해 치러진 들불축제(좌)와 탐라문화제(우) 평가보고서 내용 중 개선사항으로 지적된 부분

그나마 이 같은 전문가들의 지적은 ‘개선해야 할 사항이 있다’는 점을 지목한 면에선 나은 편. 한 축제 평가에 참여했던 평가위원은 “있는 그대로 축제를 평가해 올렸더니 이렇게 나가선 안 된다고 하더라.”며 일부 내용이 수정 완화 됐다 했고, 축제 운영에 직접 참여했던 한 외부 관계자 B씨는 “평가시스템이 제대로 나온 적이 없다. 행정 주도 축제는 반드시 1, 2위를 해야 한다는 이상한 심리가 깊이 깔려있다.”고 했다.

B씨는 “관 주도의 축제는 사람 중심 ‘뻥튀기 장사’”라며 “멀리 내다보고 작더라도 성공적인 축제로 안착시키려 노력해야 하는 데, 외형적이고 가시적인 성과 부풀리기에 혈안 돼 있다.”고 했다. 축제 전문가 C씨도 “누구 하나 제대로 된 지적을 하지 않으니 개선될 게 있겠느냐”며 “이래선 현상유지도 어려울 판”이라고 지적했다.

*‘전략’ 빠진 축제에 뿌리 박힌 ‘생태계’

제주의 30여개 축제에 대한 평가는 일부 축제를 제외하곤 ‘비슷하다.’는 평이 많다. 프로그램이 중복돼 차별화 전략을 찾을 수 없고 일회성에 멈춰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전략의 부재’에서 찾는다.

전체적인 맥락에서 축제는 기획, 운영, 평가의 단계를 거친다. 기획에선 전체 예산과 축제의 목적 설정, 프로그램 구성 등이 포함된다. 홍보와 조직 체계 마련도 기획의 중요한 요소다. 전반적이고 세밀한 운영 계획이 덧붙여져 밀도가 높아지고, 그 결과는 고스란히 축제의 현장에서 나타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차별화된 전략’은 여러 지역 축제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적 과제로 꼽힌다. 단순히 예산을 늘리고 규모를 넓히는 차원이 아닌, 축제라는 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지금 시대의 시스템을 ‘전략적’으로 적용시켜 실패하지 않기 위한 과정인 것이다.

반면 현재 제주에서 마련되는 대부분의 축제엔 이 ‘전략’이 포함되지 않고 있단 지적이다. 기존의 체계를 그대로 답습하며 매몰된 체계가 해마다 비슷한 평가를 받고, 비슷한 문제점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한 축제 평가위원은 “무대는 조그말지언정 축제에 대한 이해를 갖고, 정성을 들인 운영과 그 조직을 갖는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며 “지금의 제주 여러 축제는 ‘메뉴얼’조차 갖고 있지 않고 기획에서 ‘전략’을 갖고 프로그램을 하지도 않는 데 성공할 수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한다.

지역의 한 축제 관계자는 “구조적 문제가 뿌리 깊은 생태계처럼 박혀 있다.”면서 “축제 하나를 놓고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과연 이들이 축제에 대한 공감을 갖고 있는지 반짝이는 ‘결과’의 상장을 달려고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그러니 축제의 전략이고 뭐고 없이 받은 예산으로 한 해 한 해 넘기는 꼴”이라고 지적한다.

이들은 대안으로 “전략을 갖기 위해선 전문가의 능력의 필수다.”며 “현재 제주의 축제가 비슷한 것은 그 관계자가 그 관계자이기 때문. ‘새 판’을 짜야 한다. 외부 전문가를 적극 수용하더라도 지역축제의 중심축, 그 전략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세계섬문화축제, 지금의 제주에 가능한가?

문제는 시간도, 예산도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판이야 얼마든지 새로 짤 수 있고 할려고 한다면야 '국제'라는 이름을 붙인 축제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다만 지속가능한 축제, 성공한 축제로 세우기 위해선 '중심 세우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7월 세계섬문화축제를 다시 열 것을 제안한 제주도문화예술위원회 위원들은 당시 회의에서 "한시적으로 노는 자리가 아닌, 세계의 섬들이 공감할 테마를 가져야 한다." "공연이나 축제대신 제주와 비슷한 환경의 세계 섬들과 엮어 문화적 다양성을 염두에 두고 진행해야 한다." 등 '섬 문화'라는 공통된 화두를 중심으로 새 판을 짜야 한다고 했다.

세계 섬 문화와의 '교류'에서 더 나아가 '섬'의 미래까지 공통된 과제로 논의할 수 있는 축제의 다른 장이 돼야 한다는 기대다. 과거 세계섬문화축제가 일회성 공연들로 채워져 축제의 의미를 잃었다는 반성에서 나온 고민이기도 하다.

이런 고민의 연장선에서 세계섬문화축제를 이끌어내는 데는 큰 이견이 없지만 문제는 본격적인 축제 논의 과정에서 기존 축제에서 보였던 관행이 되풀이 될 경우다.

한 축제전문가는 제주의 세계섬문화축제 성공 가능성에 대해 "냉정하게 얘기하면 지금 같은 제주의 축제 시스템에선 성공할 수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왜 이 축제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깊은 공감과 축제의 전체 맥락, 세부 사항에 대한 시스템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한 축제 관계자는 "할려면 1년 내로도 만들어 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 관점으로 축제를 바라보고, 내실 있게 준비하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면서 "관은 예산을 대고 관여하지 않는 선에서 전문가들이 서로의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고 뛰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 주도의 과도한 개입과 상업적 조직들의 이해관계로 인한 축제의 변질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임재해 교수(안동대)는 ‘마을의 잔치문화에 갈무리된 축제성과 인간해방의 길’(2010)에서 “축제는 굳어진 상하질서를 뒤집어엎는 것인데, 오히려 축제를 안다는 이들이 기존질서에 영합하여 반축제적 축제기획을 담당하는 주역 노릇을 한다.”고 지적하고 축제에 뿌리박힌 '관행'을 지적했다.

신철하 교수(강원대)는 ‘지역축제의 콘텐츠’(2013)에서 “정치꾼들과 상업적 전문가들의 책략으로부터 축제를 해방시킬 묘안은 무엇인가.”라고 질문을 던지며 “축제가 불가능한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축제의 번성은 아이러니한 시민적 삶의 담면, 이에 대한 응시가 없는 축제 콘텐츠의 개발과 축제연구는 자기기만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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