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통령 선거 와중이다. 시끌벅적 하다. ‘대통령 탄핵사건’이 부른 회오리바람이다.

헌법 재판소의 탄핵 인용으로 대통령이 파면될 경우는 그로부터 60일 안에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한다.

탄핵이 기각되어 대통령이 살아남는다 해도 오는 12월 20일이 법이 정한 대통령 선거일이다.

이렇든 저렇든 올해는 ‘대통령 선거’의 해다.

격랑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조기대선 정국인 것이다.

이를 말해주듯 여야 정치권에서 너도 나도 대선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이른 바 잠룡으로 불리는 인사들의 물밑 활동도 열심히 오르내리고 있다.

각급 여론조사 기관에서도 연일 출마 예상자들에 대한 지지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대선 불씨에 부채질 하고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꾸준히 대선 잠룡으로 거론되어 왔다.

2007년에는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때 차기 이미지 구축에 나름대로 일정부분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있었다.

원지사는 예나 지금이나 ‘젊고 똑똑한 보수 개혁의 아이콘’으로 불리어 지고 있다.

보수 진영 내 몇 안 되는 개혁소장파 그룹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대선 잠룡의 반열에 이름이 빠지지 않았던 까닭이 여기에 있다.

도민이나 정치권이 그의 정치적 행보에 관심을 가졌던 이유이기도 하다.

원지사는 최근 새누리당에서 빠져나가 창당한 바른정당 소속이다.

그러나 원지사는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1월31일 바른정당 당사에서 열렸던 최고위원회에서였다.

“제주도는 지속성장의 기반 확립을 위한 수많은 현안 업무를 안고 있어, 이를 대선 출마 활동과 병행하는 것은 무리가 뒤따르기 때문”이라는 것이 불출마 변이었다.

‘제주 현안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 대선 출마를 접었다’는 것이다.

이를 놓고 설왕설래(說往說來)가 많다. 물론 한 잔 즐기는 술좌석 담론에서다.

비판적 시각은 원지사의 ‘정치적 그릇’에 대한 실망감의 표현이었다.

미래를 향한 도전 정신이 약하다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인물론에서 원지사는 제주의 자랑이며 소중한 자산이다. 제주지사에 만족해 그냥 주저앉아서는 아니 될 국가적 인재다.

따라서 이번 대선 불출마 선언이 아니고 지사직을 버리고 강단 있게 출마를 선언해야 했다는 것이다.

남경필 경기지사나 안희정 충남지사처럼 현직을 유지한 채 양손에 떡을 쥐듯 ‘아니면 말고 식‘ 의 출마 선언은 비겁하고 옹졸하다.

원지사는 이들과 달리 과감히 지사직을 던지고 국가 안보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온몸을 던지겠다는 강력한 리더십과 진정성을 국민에게 보여주고 평가를 받는 당당한 진검승부가 필요했다.

기득권을 버리고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수를 던져야 했다. 이는 다른 주자들과의 차별화이기도 하다.

존재감을 뚜렷이 각인시켜야 향후 정치적 자산을 축적할 수 있다는 논리다.

재선 여부에 관계없이 일 년 남짓의 지사직에 미련을 갖고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인 것이다.

정치는 가능성을 향한 무한 도전의 여정이라 했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도 했다.

대내외적으로 극도의 혼란 속 어려운 시기에 몸을 던져 불사르는 불세출의 리더십이 필요한 때다.

만에 하나 이번 도전이 실패한다 해도 그렇다. 정치적 진정성과 잠재력은 인정을 받을 것이고 지사의 브랜드 가치도 높아질 것이다.

좌절을 딛고 내년 보궐 선거 등 중앙 정치무대를 겨냥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 대선 불출마 선언은 패착이고 도지사직에 안주하여 미래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할 뚝심이 부족함을 드러낸 것이라 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불출마 선언은 도민과의 약속을 지키려는 당연한 결과라는 시각이다.

‘만약 출마 선언을 했다면 4년간 제주발전을 위해 분골쇄신 하겠다며 지지를 호소해 지사로 당선 시켜준 도민을 우롱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그동안 원지사가 중앙정치 무대에 한 쪽 발을 얹고 왔다 갔다 하며 도정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이 많았다.

지금 풀어야 할 제주의 현안은 산처럼 쌓였다.

교통대란·쓰레기 문제·하수처리·중산간 난개발·부동산 폭등 등 도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악재가 산적해 있다.

강정 문제와 제2공항 개발 등 도민 갈등 문제풀이도 만만치 않다.

그런데도 일 년이나 넘게 임기를 남겨 둔 상태에서 대선에 몰두한다면 제주도는 원지사의 정치적 놀이터에 불과하다.

산적한 현안들을 차근차근 풀어내고 도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제주경제와 도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라는 것이 도민 적 명령이다.

그것이 지도자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며 차차기에라도 대권 도전의 강력한 힘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정치적 입지나 욕심을 위해 뽑아준 도민들의 의사에 반해 불투명하고 불확실한 대선 열차에 올라탄다면 도정에 대한 배임이며 도민에 대한 배신행위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이번 대선 불출마 선언은 옳은 결정이다. 이것이 미래의 정치적 자양분이 될 수 있다.

그러기에 대선 불출마 선언은 바둑판의 손익계산으로 따진다면 ‘정치적 꽃놀이 패’나 다름없다.‘

원지사의 대선 불출마 선언에 대한 이 같은 두 방향의 시각은 그에 대한 정치적 성장의 기대와 성공적 도정 수행의 쌍갈래 주문일 수도 있다.

도민들의 술자리 안주 감으로 회자될 정도로 지사의 정치적 행보는 그래서 관심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대선 불출마 선언‘의 손익 계산서에서 적자를 기록하든 흑자가 되든 수지타산은 지사의 향후 역할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잠룡이 되었다가 승천 할 것인지, 이무기가 되어 잡룡이 될 것인지는 순전히 원지사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라는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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