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기당미술관 전경

서귀포시 기당미술관은 지난 1987년 개관한 국내 최초 시립미술관이다.

최근 개관 30주년을 맞는 서귀포시 기당미술관 두 번째 명예관장으로 서귀포 출신 원로작가인 고영우 화백이 위촉됐다.

초대 명예관장인 故 변시지 화백이 개관부터 위촉돼 계속 맡아오다가 지난 2013년 타계하면서 공석이 됐고 이번에 고 화백이 이어 받은 것이다.

변 화백과 기당미술관은 그 인연이 남 다르다.

그리고 변 화백은 기당미술관을 만든 장본인이나 다름없다. 제주가 고향인 재일교포사업가 기당(寄堂) 강구범이 사재를 털어서 만들고 서귀포시에 기증했지만 변 화백이 없었으면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사연은 이렇다. 변 화백이 일본에서 작품 활동을 하면서 1948년 일본 최고 권위의 광풍회전에 최고상을 받으며 일본천황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변 화백은 고향 지인인 강구범씨를 동행하고 천황을 만났다. 그 후 사업에 성공한 강구범씨가 변 화백에 대한 고마움으로 그를 위해 고향에 미술관을 건립하게 된 것이다.

이런 인연으로 변 화백은 명예관장을 맡아 자신의 소중한 작품 30여 점을 기증했을 뿐만 아니라 지인인 김기창, 장우성, 서세옥, 송수남, 민경갑, 이왈종, 박노수, 장리석, 박서보, 김원, 이대원 등 국내화단의 유명한 작가들의 미술작품을 기당미술관에 소장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최근 이런 故 변시지 화백의 업적에 찬물을 끼얹은 사례가 있어 안타까움이 일고 있다.

서귀포시의 세련되지 못한 문화행정을 두고 하는 말이다.

기당미술관 명예관장은 지난 1986년 서귀포시와 증여자(기증자 강구범, 법정대리인 강민범)가 함께 작성한 계약서에 보면 기증자가 추천하고 서귀포시에서 위촉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증여자가 사망해 버렸고 그 유가족도 일본에 살고 있어 현실적으로 추천이 어렵 자 서귀포시가 일방적으로 명예관장을 위촉한 것이다.

1986년 서귀포시와 기증자가 작성한 증여계약서 일부

그러나 추후 유가족 측에서 사전에 자신들과 협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증여계약서에 서명한 계약내용 위반이라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고 앞으로 미술관 증축 등 구조변경이 필요할 때도 반드시 기증자와 사전에 협의해야 되는 어려움도 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귀포시는 아직 명예관장실에 남아있는 故 변 화백의 유품과 집기들을 정리했으면 하고 변 화백의 유가족에게 통보했다. 그러나 현재 관장실을 변 화백의 유품실로 활용하자는 유가족과의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시간만 보내고 있다.        

故 변시지 화백

故 변시지 화백은 제주가 낳은 세계적인 화가다. 또한 변 화백은 비록 기당미술관의 기증자가 아닐지라도 그에 상응하는 예우는 받을만하다. 그리고 그가 남긴 작품뿐만 아니라 그의 손때가 묻은 유품 하나하나가 어쩌면 귀중한 서귀포시의 문화적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오히려 서귀포시가 변 화백의 유족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그 유품들을 기당미술관에 소장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문화도시를 추구하는 서귀포시의 세련되지 못한 문화적 마인드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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