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이성재 전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 대학생위원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안희정을 지지한다'고 밝혔던 제주청년 1219명의 명단이 조작된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청년을 소비하는 선거판 관행을 중단하라"는 제주지역 청년의 목소리가 온라인에서 퍼지고 있다.

이성재 전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 대학생위원장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안희정 대선후보를 지지한다며 제주지역 청년 1219명의 명단이 담긴 지지선언문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CBS 노컷뉴스는 이들이 공개한 명단 일부는 해당인의 동의 없이 실렸다고 보도했다.

이성재 전 대학생위원장은 잘못을 시인하면서도 "관행적으로 해온 부분에 대해 이해를 해 달라"고 취재진에 밝혔다. 이와 관련 22일 제주의 일부 청년들은 온라인 성명서를 내고 "청년을 소비하는 제주선거판 관행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Daoon Kim, 김지훈, 박건도, 정다운, 황용운, 고은영 등 제주지역 청년 이름으로 작성된 성명서는 '제주청년 N명 SNS성명서' 형태로 페이스북 등을 통해 퍼지고 있다.

이들은 "제주청년 지지자 명단 조작사건을 '제주 정치 기득권의 청년 이용 사건'으로 규정하고 당사자 공개사과와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의 폭넓은 책임을 묻는다."고 촉구했다.

이어 "지지명단을 조작하고 성명발표를 주도한 20대 청년(이성재 전 더민주제주 대학생위원장)은 '관행이니 이해해달라'고 밝혔지만 이해하 수 없다."며 "함부로 정당 명부에 올려 '페이퍼 당원'을 만드는 게 관행인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모든 것이 기득권 중심 정당 체제가, 제주 사회가 청년을 이용해 온 방식이다."면서 "개인정보를 가뿐히 도용하고, 청년을 쉽게 소비하는 뿌리 깊은 정치 관행이 이번 사건의 배후세력이며, 그 속에서 성장한 청년들이 저지른 참담한 결과가 이번 사건이다."고 주장했다.

또 "청년을 소비하는 데 급급한 정치 기득권과 함께 걸을 수 없다."면서 "선거판에 청년을 이용하지 말고 제대로 된 공약을 들고 대화를 요청하라."며 각 정당에 경고했다.

이같은 성명에 동의하는 제주청년들은 SNS를 통해 성명서를 복사해 게시물로 올리며 청년 지지자 명단 조작사건에 대한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다음은 SNS 성명서 형태로 퍼지고 있는 제주청년 N명 성명서 전문.

청년을 소비하는 '제주 선거판 관행',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용서하지 않겠다!

- 경고한다. 제주 정치 기득권의 청년 소비 중단하라.
청와대에 사는 최고 통수권자의 정치 생명을 끊어냈더니, 동네에서 뒤통수를 맞았다. 뼈아프다. 우리 제주 청년 N명은 더불어민주당 안희정 후보 제주 청년 지지자 명단 조작 사건을 ‘제주 정치 기득권의 청년 이용 사건’으로 규정하고, 당사자 공개사과와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에 폭넓은 책임을 묻는다. 더불어, 제주 정치 기득권의 각성을 촉구한다.

지지 명단을 조작하고 성명 발표를 주도한 20대 청년은 언론의 취재가 시작되자 ‘관행이니 이해해달라’고 밝혔다. 아니, 이해할 수 없다. 먼저, 우리는 청년을 소비하는 정치의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관행인지 묻는다. 만 19세가 막 된 자녀의 개인정보를 부모가 함부로 정당 명부에 올려 ‘페이퍼 당원’을 만드는 것만이 관행인가? 나이 어린 후배에게 반강제로 캠프 일손을 돕게 하며 친구들의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것만이 관행인가? 청년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일차원적 공약을 던져주고 표를 달라며 ‘딜’을 거는 것만이 관행인가? 대학 총학생회를 후원하며 후배 정당인을 키워내는 것만이 관행인가?

이 모든 것이 대의 민주주의가, 기득권 중심 정당 체제가, 제주 사회가 청년을 이용해 온 방식이다. 개인정보를 가뿐히 도용하고, 청년을 쉽게 소비하는 뿌리 깊은 정치 관행이 이번 사건의 배후세력이며, 그 속에서 성장한 청년들이 저지른 참담한 결과가 이번 사건이다.

타협이 곧 정치라 말하지 말라. 대체 왜 촛불을 들었는가? 촛불집회 한 주 쉬었다고 딴소리 하면 섭섭하다. 우리는 구태구악 관행과 타협하는 것이야말로 제2의 박근혜 창출의 길, 우주를 폭삭 망하게 하는 길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촛불의 선두에 섰던 청년과 청소년은 이미 미래에 산다. 전국의 정치, 경제, 교육, 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 천, 수 만 명의 청년이, 제가 속한 곳에서 균열을 내기 위한 외롭고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싸우는 사람이 청년이다. 우리는 각자가 속한 공동체 내에서 역린이 될 것이다.

우리는 특정 후보보다 먼저 헌법과 공동체 정신을 바탕으로 한 상식적인 사회의 실현을 지지하고, 청년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출발한 공약을 바란다. 때문에 청년을 소비하는 데에 급급한 정치 기득권과 함께 걸을 수 없다. 그들은 우리의 지지를 받을 자격이 없다. 이번과 같은 ‘셀프 소비’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우리의 방식으로 검증을 시작할 것이다. 물의를 일으킨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 전 대학생위원장에 대해, 당사자와 그를 품었던 해당 정당 지도부는 즉각 사과하라. 다른 도당들도 긴장하라. 선거판에 청년을 이용하지 말고, 제대로 된 공약을 들고 대화를 요청해라. 이런 사건이 발생했을 때마다, 부끄러움은 늘 청년들의 몫이었다. 이제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용서하지 않겠다. (끝)

2017년 3월 22일
Daoon Kim 김지훈 박건도 정다운 황용운 고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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