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개발 역사상 최대 규모의 사업으로 꼽히는 제주오라관광단지 조성사업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오라관광단지 사업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동의안 도의회에 제출했다. 제주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도의회의 행정사무조사권 발동을 요구하면서 도의회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30일 성명에서 "제주도의회는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을 직접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오라관광단지 사업 한라산 중산간에 6만명의 상주인구가 거주하는 작은 도시 하나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교통, 환경문제 등은 물론 한라산 중산간 생태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이 사업 환경영향평가 절차위반, 지하수 양도양수 과정의 편법 특혜 논란이 불거졌었다. 쓰레기, 하수, 에너지 사용, 주변 상권의 피해도 여러 차례 거론됐다.

특히 6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사업자의 계획에 대해 도대체 그 막대한 자본의 성격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자본을 과연 투자할 수 있을만한 공신력은 있는지 여전히 의문이다.

이제 공은 도의회에 넘어갔다. 도의회에서 통과만 되면 사실상 문제투성이 사업은 추진된다. 제주지역 시민단체들이 도의회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는 이유이다. 그동안 문제가 되었던 환경영향평가의 경우 감사위원회는 사실상 제주도의 행정적 절차가 문제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감사위원회의 판단을 따르더라도 도의회 상정 전에 환경영향 평가 심의를 열어야 한다. 수정 사항에 대한 보완 내용이 제대로 반영되었는지 심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절차는 여전히 생략됐다. 제주도가 왜 이토록 오라관광단지개발 사업에 목을 매는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제주환경운동연합도 이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은 “환경영향평가 문제의 경우 제주도감사위원회의 해석대로라면 이번 도의회 상정 이전에 환경영향평가 심의를 열고 보완된 내용에 대한 심의를 열었어야 한다” 면서 “하지만 절차도 누락한 채 제주도가 곧바로 도의회에 동의안을 제출한 것은 명백한 절차위반이자 감사위원회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 했다.

올해 초 제주 MBC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오라관광단지 개발을 반대하는 여론이 60%를 넘었다. 이같은 조사는 중국자본 유입에 대한 제주도민의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중국자본을 앞세운 개발이 결국 제주의 허파인 중산간 난개발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도민들의 여론을 보여준다.

원희룡 도정은 출범 초기부터 협치를 내세웠다. 하지만 유독 개발 사업에 관해서는 협치가 아닌 ‘독치(獨治)’ 행정으로 일관했다. 도민 여론에도, 시민사회의 반대에도 여전히 귀를 막고 있다. 원희룡 지사는 지난 4.13 총선 이후 일괄 사표를 냈던 측근들을 하나둘씩 도청으로 복귀시키고 있다. 현광식 비서실장, 김헌 정책보좌관실장, 라민우 정무기획보좌관, 김치훈 갈등조정보좌관 등 4명은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형식은 자진사퇴였지만 내용은 책임추궁이었다. 하지만 4.13 총선에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나섰던 강영진 전 제주일보 편집국장이 지난 1월 정책보좌관실장(4급 상당)에 임명됐다. 서울 주재기자로 오랫동안 원 지사와 교분을 맺었다. 강영진 실장은 4.13 총선 출마 회견에서 “원희룡 지사의 성공을 위해, 제주의 정치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 제 의지대로 출마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영진 실장과 함께 역시 한라일보 서울 주재기자를 지내며 원희룡 지사와 친분을 맺은 김치훈 전 갈등조정보좌관도 업무에 복귀했다. 서울본부 정책대외협력팀장도 조만간 채용할 예정이다.

사실상 친정체제를 강화하겠다는 정치적 속셈이다. 현광식 전 비서실장은 공식 직함은 없지만 여전히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선을 위한 사전 포석은 착착 진행하면서 정작 원희룡 지사 스스로 내뱉었던 ‘난개발 방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제주도가 ‘중산간 난개발’을 내팽겨치고 있는 상황에서 제주도의회의 책무는 막중하기만 하다. 제주지역 시민단체가 오라관광단지의 문제를 제주도의회가 직접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도의회는 제주도민의 대의기관이다. 혹자는 말할 것이다. 개발을 찬성하는 도민들도 있지 않느냐고. 하지만 이것은 찬반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성장주의 신화는 끝났다. 저성장사회는 이미 도래했고 경제성장률이 모든 판단에 앞서는 사회도 아니다.

일본의 사례를 들어보자. 과거사 문제에서 아베정권의 태도는 비난받아야 한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일본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 규정을 적용하겠다고 하고 있다. 비정규직도 정규직과 동일한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나섰다. 일본 직장문화를 상징하는 살인적인 야근문화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탈리아도, 그리스도 이미 성장주의 신화가 아닌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원희룡 지사는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이다. 조기 대선으로 이번은 꿈을 접었지만 언제고 다시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 대한민국을 바꿔보겠다는 그의 야심은 존중한다. 하지만 제주에서 새로운 미래, 탈성장 사회의 대안을 모색하는 현실의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그의 대권 꿈은 그야말로 일장춘몽에 불과할 것이다. 여전히 박정희식 성장주의 모델을 신봉하고, 최소한의 생태주의적 철학도 갖지 못한 도정의 막무가내 행정이 불안한 이유다. 이제 유일한 희망은 도의회다. 제주도의회가 촛불광장에서 울려퍼졌던 시대정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기를 도민의 한 사람으로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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