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대극을 보러가는 날~

바람소리에 눈을 떴지만 다행히 결항 소식은 없다.

잔뜩 낀 해무로 시야는 흐리고,

파고가 높아 배의 흔들림에 따라 크고 작은 비명소리가 들린다.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모슬포2호는 상동포구로 향한다.

섬 전체가 가오리처럼 덮개 모양으로 '가파도'라 부르는 섬은

섬 동쪽으로는 한라산을 비롯한 5개의 산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고,

서쪽으로는 국토 최남단 마라도가 보인다.

본섬과 마라도와는 중간에 위치한 가파도는

모슬포항에서 5.5km 떨어져 상동포구까지 15분 정도 소요된다.

섬 속의 섬, 바람의 섬 가파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키 작은 섬(해발 20.5m) 가파도

오르막, 내리막이 없이 바다 한가운데 구릉이나 단애없이 평탄한 섬 가파도

빼어난 경치와 황토길이 아름다워서 자전거 여행하기 가장 좋은 섬 가파도

해수바람과 맑은 공기를 마신 친환경 보리쌀의 으뜸인 가파도

 

3월이 시작되면서 청보리 섬의 축제는 시작된다.

희미하게 보이는 섬에서 제주도를 바라보는 이색적인 풍광에 빠져있는 동안

바닷가에는 바닷가의 보석 '뚜껑별꽃'이 봄소식을 전해준다.

해안길에는 커다란 녹색 잎을 한 '갯강활'을 시작으로

작은바람에도 흔들리는 '갯무'의 춤사위

작은 등잔을 올려놓은 듯 등대를 닮은 '등대풀'

짠맛나는  어린순을 나물로 먹는 갯상추라 불리는 '번행초'

시간을 거꾸로 사는 '갯쑥부쟁이'

나비를 닮은 바닷가 '갯완두'

한여름 은하수 하얀별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흔적만 남긴 '갯까치수영'

바닷바람과 노는 아이들~

섬 속의 섬은 시간이 멈춰버렸다.

언제부턴가 보이던 가지나아는

불턱 주위 공터에 수채화를 그려놓은 듯 노란물결로 물들였다.

우리 들꽃과 달리 크고 화려한 모습에 눈길이 간다.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기 위해

음력 2월달을 기점으로 기일을 택일하여

남자 주민 대표 9명이 3박 4일 동안 몸을 정갈이하고

정성껏 재물을 마련하여 하늘에 천제를 지내는 곳이다.

섬의 해안은 대부분 암석해안을 이루고 있고

화산석이 그려내는 자연풍광과 물빛바다는 한폭의 수채화를 그려낸다.

넘실거리는 청보리의 물결을 추억으로 담는 동안  

바닷가에는 바다바라기 '암대극'이 군락을 이루며

섬 속의 섬 가파도의 봄을 전해준다.

암대극은

대극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남부지방과 제주도에서 자생한다.

바닷가의 암석지대에서 자란다는 의미로 '암대극(巖大戟)'이란 이름을 가졌다.

'갯바위대극'이라고도 하는 암대극은 한 뿌리에서 한 뭉치가 나온다.

 

섬 속의 섬 가파도에도 암대극이 피어난다.

흙이 조금만 있어도 바위틈에서 자라는 모습이 보인다.

어긋난 타원형의 잎은 끝이 둔하거나 둥글고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전체에 털이 없고 밀생하는데 줄기를 자르면 흰 유액이 나온다.

우물은 가파도에 매우 귀중한 장소다.

약 150여년 전에 마을 주민들이 직접 우물을 파서 식수및 빨래터로 사용했는데

제주도 유인도 중 유일하게 물걱정 없는 마을이 될 수 있었다.

세상의 불어오는 모든 바람을

온 몸으로 맞으며 섬의 봄소식을 전하는 보리는

화본(벼)과에 속하는 한해살이 또는 두해살이풀이다.

아직 여물지 않은 푸른 보리를 청보리라 하는데 잎은 가늘고 길며 5월에 꽃이 핀다.

줄기 끝 이삭에 달린 수염은 까끄라기가 된다.

알이 껍질에서 잘 떨어지는 정도로 쌀보리와 겉보리로 나누고

파종시기에 따라 봄보리와 가을보리로 나눈다.

쌀 다음의 식용작물로 가장 오래된 작물중의 하나다.

평일인데도 포구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숨겨두었던 아름다움을 간직한 조용하던 섬은

푸른물결이 출렁이고 돌담과 바람에 넘실대는 초록의 청보리밭의 추억을 담아간다.

섬을 사랑한 바다바라기 '암대극'도  

화려하진 않지만 수수한 아름다움으로 섬의 봄소식을 전해준다.

 

바람의 섬 가파도

2017년 가파도 청보리축제는

가파도 일대 하수관 및 대합실 공사 관련으로 별도 축제는 개최되지 않는다고 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 날씨는 가파도로 떠나기 전

배편을 꼭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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