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 관덕정 광장에서 열린 24회 4.3문화예술축전 '해원상생굿'에서 서순실 심방이 유족들과 함께 질치기를 하고 있다. @김관모 기자

서순실 심방이 꽃질치기를 시작하자 사람들이 모여들어 맑은 물이 담근 그릇에 동전을 넣기 시작했다.

십오세를 넘기기 전에 죽은 아이들이 서천꽃밭을 건널 때 공책과 가방을 사가고 사탕도 사먹으라고 소리나게 동전을 던지는 것. 동전을 던지고 돌아서는 유족들은 70년이 지나도 마르지 않는 감정을 가까스로 추스르며 기도를 올렸다.

제주 4·3문화예술축전 ‘1947 관덕정 꽃놀레’의 첫째날인 4월 1일, 현장위령제 ‘해원상생굿’이 관덕정에서 열렸다.

(사)제주민예총이 주관하고 제주4·3평화재단이 후원하는 이번 행사는 제주4·3의 시작이기도 했던 관덕정에서 비극적인 역사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희생자를 기리는 것으로 사흘간의 일정을 시작했다.

오전에는 시왕맞이와 초감제로 극락왕생과 신에게 굿하게 된 사연을 고하는 굿으로 이번 축전과 해원상생굿의 시작을 알렸다.

4.3희생자 유족인 임택규 할아버지가 1948년 4월 당시 상황을 증언하고 있다. @김관모 기자

오후에는 1947년 3·1발포사건 희생자 유족인 오추자 할머니와 4·3사건 희생자 유족인 임택규 할아버지의 현장 증언을 듣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오추자 할머니는 3·1사건 당시 부친이 총에 맞아 돌아가셨지만, 집안이 가난해서 묘만 만들고 비석을 세우지 못했다. 이후 제주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왔지만 부친의 묘는 사라져서 찾을 수 없었고, 자신과 언니는 유족으로 결정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제주도 희생자를 위해 이런 행사가 있는지도 모른채 살아왔다”는 오추자 할머니는 “너무 감사한 마음뿐이며 그저 유족 이름만이라도 올릴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심정을 토로했다.

임택규 할아버지는 부친이 3·1사건 때 붙잡혔다가 풀려났지만, 1948년 4·3사건이 터지고 다시 잡혀들어간 뒤 소식을 듣지 못하고 있다가, 나중에 부친이 총살당했다는 이야기를 한 이웃 어른에게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그 이야기 이후 목이 메어 한참 말을 잇지 못하는 임 할아버지의 모습에 관덕정 장내는 숙연해졌다.

한림고등학교 주세연 학생이 노래보시 '애기동백꽃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김관모 기자

이어서 시인 허영선 작가가 4·3사건으로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심정을 담은 시보시 ‘한 늙은 어머니의 제문’ 낭송했다. 특히 한림고등학교 재학중인 주세연 학생의 노래보시 ‘애기동백꽃의 노래’와 ‘형’은 행사를 지켜보는 참가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또 제주춤예술원은 진혼무 ‘숨쉬는 기억’으로 4·3당시 민중들의 공포와 괴로움, 죽음의 순간을 표현하면서 4·3희생자의 명복을 빌었다.

마지막 순서로는 저승길을 닦아 영혼을 위무하고 저승길로 보내는 질치기와 서천꽃밭 질치기가 진행됐다. 이 날 행사에서는 세월호 희생자의 넋도 함께 기리며 과거와 현재를 함께하는 소통의 장이 되기도 했다. 민예총은 “제주4·3 희생자뿐만이 아니라 제주에 오려다가 스러져간 세월호 희생자의 명복도 함께 비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 민예총은 제주도내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청소년 4·3역사문화 탐방’도 함께 진행했다. 오는 2일에는 역사맞이 거리굿을 개최하며, 3일에는 일본, 충북 등 다른 지역은 물론 해외의 음악인들이 함께하는 평화음악회도 펼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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