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 나는 까마귀야, 시체 보고 우지 마라. 몸은 비록 죽었으나 혁명 정신 살아있다”

4월 산으로 올랐던 사람들이, 산에서 부르던 노래가 관덕정 광장에 흘렀다. 산으로 올라야만 했고, 산에서 죽어야만 했던 사람들. 입에서 전해지던 그들의 노래가 고니 프로젝트와 최상돈의 노래와 연주로 다시 무대에 올랐다.

제주 4·3평화음악회에서 고나프로젝트가 '산오락회'를 주제로 공연을 하고 있다.@김동현

3일 관덕정 광장에서 제주 4·3 평화음악제가 열렸다. 제주 노래패 노래세상 원이 처음 무대 위에 올랐다. 관덕정 광장 무대 옆에는 광목 천에 먹으로 그린 태극기가 휘날렸다.

3일 열린 제주 4·3평화음악회에 많은 관람객들이 찾았다.@김동현

2000년 제주 4·3 진상규명 특별법이 제정되기 이전까지 사실상 제주 4·3은 비합법의 영역이었다. 노래와 그림과 시는 비합법을 이겨내는 저항의 수단이었고 투쟁의 예술이었다. 69주년을 맞는 제주 4·3. 관덕정 무대에서 산사람들이 불렀던 노래와 록밴드의 공연이 함께 흘러나왔다. 관객들은 박수로 화답했고 음악인들은 노래로 이야기했다. 제주로 이주한 기타리스트 산하는 ‘사는게 뭣산디’를 연주했다. 재즈피아니스트 임인건의 공연도 제주 4·3 평화음악제를 더욱 풍성하게 했다.

4·3 평화음악회에서 기타리스트 산하의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 김동현

마지막으로 무대에 선 뮤지션은 자이니치 가수인 이정미. 2009년 한국어 음반을 내기도 했던 이정미가 무대에 오르고 예의 맑고 힘 있는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마지막 곡은 ‘아침이슬’

4·3평화음악회에서 이정미의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김동현

객석 앞에는 매년 4·3을 잊지 않고 제주를 찾아온 재일 교포들이 앉아 있었다. ‘긴밤 지새우고…’ 1절은 한국어로, 2절은 일본어로. 그렇게 재일과 제주는 노래로 하나가 됐고 4월의 밤은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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