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논란 오라관광단지 개발

6조2800억원. 제주개발사상 단일 규모로 최대의 사업인 제주 오라관광단지 개발 사업이 연일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동안 시민사회단체들을 중심으로 사업 타당성과 중산간 난개발 우려 등을 이유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이제는 제주지역 중소상인들도 개발사업 추진은 지역 상권 죽이기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 와중에 오라관광단지 사업을 추진하는 JCC의 주주 구성 문제가 거론되면서 "먹튀 자본" 논란마저 일고 있다.

먼저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JCC의 투자 자본 검증 문제부터 보자. 4일 김용철 공인회계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용철 회계사는 오라관광단지 사업 투기자본의 의혹을 제기했다. JCC 최대주주는 하오싱 사다. 이 회사는 조세회피처인 버진 아일랜드에 적을 두고 있다. 그런데 이 회사의 주주들을 확인해 본 결과 6개의 외국인 회사가 지분을 소유하고 있었다. 당초 박영조 전 JCC 대표는 자신의 아들이 하오싱 사의 주식을 100% 소유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는데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또 6개 외국인 회사 중 3개 회사는 일종의 특수목적 법인이라고 공개했다. 보통 영어로 SPC라고 하는데(Special purpose company). 이런 특수목적법인은 투자유치에 유리하고 목적이 끝나면 쉽게 청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국내외 기업들이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회피처에 이런 회사를 설립하는 일이 있기도 했다. 해외로 재산을 빼돌리거나 탈세를 위해서 이런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하는 일도 있다. 때로는 외국의 부동산 취득과 경영권 획득을 위해 설립하기도 한다. 김용철 회계사는 이 세 회사가 페이퍼 컴퍼니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면서 김 회계사는 박영조 대표 등 한국인 임원 4명이 작년 12월 JCC로부터 해임됐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JCC의 자본금이 약 949억원인데 과연 실제 돈 주인이 누구인지를 따진 것이다. 사실상 오라관광단지 사업을 추진하는 JCC가 ‘먹튀 자본’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 것이다.

공익적 성격 기자회견마저 법적 조치 운운하는 JCC

김용철 회계사의 기자회견은 공익적 목적에서 충분히 의혹제기가 가능한 사안이다. 문제는 이런 의혹제기에 대해서 JCC가 해명자료를 통해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밝힌데 있다. JCC는 개인 회계사가 자신의 회사 관련 자료인 투자기밀 관련 내용들을 공개한 것에 대해 그 유출 경위가 무엇인지, 배후가 누구인지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기자회견 때 주주회사 명단이 찍힌 서류를 기자들이 공개할 수 있느냐고 물었고 김용철 회계사는 이를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언론사 기자들은 관련 서류 내용을 사진으로 찍어서 언론에 보도했다. JCC는 보도 자체를 문제 삼았다. 실제로 몇몇 언론사에는 전화를 걸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JCC의 태도 과연 납득할 수 있을까.

6조원이 넘는 개발사업이다. 그리고 개발 지역은 한라산 국립공원 바로 밑이다. 원희룡 도정이 중산간 개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면서 중산간 난개발을 막겠다고 한 게 엊그제 일이다. 당연히 도민들의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도대체 이렇게 막대한 규모의 사업이 추진된다는데 자본은 건전한지, 사업 능력은 있는지, 그리고 사업이 추진되면 제주지역 경제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묻고 따져야 한다. 그런데도 JCC는 오히려 법적 처분을 거론하고 있다. JCC 주식을 100% 가지고 있는 하오싱 사가 조세회피처인 버진 아일랜드에 있어 투기자본의 성격이 짙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은 더 가관이다. JCC의 해명 자료를 그대로 옮겨본다.

“외투기업인 제이씨씨의 투자자 국적은 버진아일랜드입니다. 버진아일랜드를 활용한 투자는 세계적으로 금융선진국 투자자들이 절세를 위해 채택하는 투자기법의 하나입니다.”

조세피난처 탈세를 위한 수단이라는 것은 학계의 정설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일이다.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오윤 교수는 “조세피난처 법인은 탈세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다”면서 이러한 조세회피는 “우리 헌법상 실질적 평등의 정신에 부합하는 과세를 저해하는 것이므로 사회적 제재를 받아야 할 대상”이라고 밝히고 있다.(「조세피난처를 이용한 조세회피와 탈세 대응방안」, <조세학술논집>, 2014) 버진아일랜드 같은 조세회피처를 ‘선진 금융투자자들의 투자기법’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선진국들도 다국적 기업의 세금 회피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조세피난처의 탈세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금융선진국 투자자들이 절세를 위한 투자기법의 하나”라는 JCC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을 도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

제주도도 마찬가지다. 기자회견 직후 제주도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관련 자료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는데 공개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제주도가 관련 자료를 인지하고도 이를 도민들에게 공개하지 않았다면 더 큰 문제다. 언제부터 제주도가 사업자의 편익을 봐주기 시작했는가. 도대체 생각이 있는 공무원들인지 의심이 들 정도다.

본질 생각않고 자료유출 걱정만하는 제주도 역시 한심

사업자는 물론이고 제주도조차도 관련 자료 공개를 꺼리면서 억측만 난문하고 있다. 세간에는 JCC 박영조 전 대표와 도내 유력 언론사 대표와 만났다, JCC의 뒤에는 제주도내 유력 정치인이 있다, 제주지역 모 기업은 사업이 추진될 경우 모종의 대가를 받기로 결정이 났다는 등의 확인되지 않는 루머조차 떠돌고 있다. 이런 루머들이 나돌아 다니는 원인 제공은 바로 오로지 비밀주의로 일관하는 사업자와 제주도에 있다. 툭하면 검찰 고발 운운하고, 명예훼손 거론하는 JCC의 거만한 태도도 문제다.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가 6일 제주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서 동의안 상정을 보류했다. 도의회가 밝힌 표면적인 이유는 오라관광단지 개발 사업의 중대성, 도민사회 파급력 등을 고려해서 결정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이미 6조원이 넘는 대규모 프로젝트에 제주도내를 비롯한 많은 인사들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되어 있다. 사업자 측에서 보자면 그야말로 엄청난 이권이 걸린 사업이다. 6조원의 개발 사업이 추진되면 각종 토목, 건축 공사는 물론, 여러 가지 면에서 소위 ‘떡고물’이 떨어지기를 기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사업은 특정 기업에 이익을 위해서도, 제주지역 경제를 위한다는 경제적 논리만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도의회는 오라관광단지 사업 환경영향 평가 동의안 상정을 보류하면서 검증 절차에 나서기로 했다. 중산간 난개발 등 환경훼손 논란은 최우선 검증 대상이다. 특히 개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행정 절차도 반드시 따져야 한다. 환경영향평가 이행 등의 절차적 논란, 그리고 지하수 관정의 양도, 양수 절차에 특혜는 없었는지, 법 위반 사항은 없었는지 따지고 따져야 된다. 소관 상임위는 환경도시위원회이다. 6명의 도의원들은 막중한 책무를 느껴야 한다. 그들이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제주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라관광단지 조성 사업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들은 이제는 다시 되돌아보아야 한다. 생각해보면 오라관광단지 조성 사업에 대한 제주도의 지대한 관심(?)은 잘 이해되지 않는다. 원 희룡 지사는 2014년 6월 이미 건축인허가 절차가 완료된 드림타워와 신화역사공원 복합리조트 사업의 착공을 중단시킨 바 있다. 제주의 난개발을 막아낸 것이 민선 6기의 가장 큰 성과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정책결정권자의 의지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오라관광단지 개발 사업을 기존의 제주 지역 개발사례들과 비교할 수는 없다. 사업의 규모면에서도, 그리고 사업 부지와 사업 추진 과정에서의 행정절차에서도 이 사업은 앞으로 있을 많은 개발 사업의 기준이 될 수 있다. “오라관광단지도 어차피 됐는데...”라는 인식이 퍼진다면 제주의 중산간은, 제주의 자연 경관은 우리 세대가 보는 마지막 풍경이 될 수도 있다. 자연의 불가역성 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나약하다. 나약한 인간의 의지가 대지를 파헤치려 하고 있다. 제주의 대지를, 제주 땅에서 수많은 피눈물을 흘렸던 그 땅이 지금 울고 있다. 자본주의라는 이름으로, 개발이라는 삽날로 파헤친다면 그 뒷감당은 모두 우리 세대의 책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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