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귀초등학교에 불법으로 설치돼 반발이 컸던 4․3추모표지석이 결국 철거됐다.

이번 4․3추모표지석은 지난 3월 30일 제주4․3정립연구․유족회에서 설치한 것. 이 연구․유족회는 초등학교나 관공서에 사전 동의도 없이 몰래 의귀초등학교 교문 바로 옆에 설치했다.

이를 뒤늦게 확인한 학교측과 유족회 측은 연구․유족회측에 철거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부정적인 답변만 돌아왔다.

결국 현의합장묘유족회의 요구로 의귀초등학교는 추모표지석을 지난 7일 오후 철거했다.

이 추모표지석은 불법 설치도 문제지만, 그 내용에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특히 ‘1949년 1월 12일 새벽 이덕구가 지휘하는 남로당 무장대 200여 명이 공격했지만’이라는 내용과 ‘이 사건 직후 의귀교에 수용했던 80여명이 학교 동녘밭에서 총살되었고 이 시신은 현재 의귀리에 있는 ‘현의합장묘’에 안장되었다’라는 문구가 문제가 됐다.

양봉천 현의합장묘유족회 회장은 “무장대 200여 명이 군인을 공격한 것은 맞지만 이덕구가 지휘했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며 “단지 추정만으로 사실처럼 표지에 남기는 것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철거된 추모표지석 자리@사진제공 양봉천 현의합장묘유족회장

또한, “80여명의 마을사람들이 총살되었다는 내용은 있으면서 누가 했는지에 대한 내용은 일부러 뺐다”며 “추모표지석 내용의 흐름을 보면 마치 무장대가 죽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 놓았다”고 말했다.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의귀리에서 마을사람들을 총살한 것은 2연대 제1대대 2중대 군인들이었다. 2중대가 남로당 무장대에게 공격받은 직후 일어난 사건이었음에도 추모표지석에는 이런 내용이 생략돼 있었다.

양봉천 회장은 “의도적으로 역사를 왜곡해 갈등을 부추기려는 행위”라며 “이제 용서와 화합을 이야기하는 시기에 이런 행위는 근절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4․3정립연구․유족회는 이번 일과 관련해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연구․유족회는 지난 2013년 11월에 창립돼 이동해 장로와 오균택 씨, 홍석표 전 교수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제주4․3경찰유족회와 함께 경찰지서 옛터에 추모표지석 건립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관련태그

#N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