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 합니다’.

지난 1980년대 한 전자회사의 TV 광고 카피다.

짧지만 강력한 흡인력은 당시 광고시장에 공전(空前)의 히트를 쳤다.

제품에 대한 자신감을 담아 소비자의 흉중을 꿰뚫고 구매욕을 자극했던 멋진 한 방이었다.

지금까지도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 한다’는 슬로건으로 널리 인용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선택의 기로에 서게 마련이다. 어느 것을,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 질 수 있다.

시쳇말로 ‘대박’이 날 수도 있고 ‘쪽박’을 찰 수도 있다.

선택은 운명의 갈림길이다. 그만큼 중요하다. 선택의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가정이든, 사회든, 국가든, 선택지에 따라 운명이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지금은 국가 미래의 명운을 가릴 중대한 선택의 순간이다. 국가 운명이 갈림길에 선 것이다

대통령 탄핵과 파면에 따른 조기대통령선거가 만들어 놓은 선택지다.

앞으로 남은 29일, 오는 5월 9일이 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이다. 사실상 비정상적인 대통령 선거 국면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대통령 파면이 결정된 후 고작 60일, 제대로 된 정책공약이 나올 리가 없다. 후보자들에 대한 검증기회도 모자라다. 후보자들에 대한 선택의 폭이 좁아진 것이다.

그러기에 유권자들의 선택이 더욱 중요하고 그만큼 책임은 막중하다.

그렇다면 어떤 후보를 선택하고 어떤 후보를 버려야 하나.

후보자별 정책 공약을 비교 분석하고 제대로 검증할 시간이 없다.  한가하지가 않다. 후보 감별을 위한 다른 선택지를 찾아야 한다.

지금까지 경험한바 정치인의 공약(公約)은 믿을 것이 못된다. 헛공약(空約)으로 그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예산 확보가 전제되지 않은 공약남발은 그 정도로 유권자들을 기만하는 것이다. 피땀으로 짜올린 국민세금을 빨아먹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정치란 본래 도덕이나 윤리와는 거리가 멀다. 오래전부터 내려온 경험칙이 그렇다.

‘정치란 어차피 사람을 갖고 노는 게임’이라거나 ‘사람을 속이는 기술’이라는 정치 혐오증도 여기서 비롯된다.

정치 집단의 거짓 선동에 넘어가거나 놀아나지 말아야 하는 유권자의 자각이 필요한 이유다.

따라서 드러난 현상을 갖고 평가하고 선택하는 ‘대통령 후보 감별법’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먼저 정직하지 못하고 거짓말 하는 후보는 걸러내야 한다. 거짓말은 불신의 씨앗이다. 그것은 국가 경영의 신뢰감을 상실케 하는 국가분열의 악성 종양이나 다름없다.

위기의 한국 사회 지도자에게 필요한 것은 카리스마가 아니다. 입에 발린 화려한 수사(修辭)가 아니다.

비판을 수용하는 겸허한 자세, 진실을 고백할 수 있는 용기, 네 탓이 아니라 내 탓이라고 가슴 치는 책임감이 요구되는 것이다. 모든일에 최선을 다하는 관리능력이다.

현재 유력 대선 후보들에 대해 제기되는 도덕적 해이도 이 같은 지도자의 덕목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어느 후보의 아들과 관련한 의혹도 얼렁뚱땅 덮고 가려고만 해서는 곤란하다.

아무리 과거의 잘못이라고 하더라도 진실을 밝히고 용서를 비는 당당함이 필요한 것이다.

‘나라를 다스리고자 하는 자는 먼저 집안을 잘 다스려야 하고 집안을 잘 다스리고자 하는 자는 먼저 자기 자신을 닦아야 한다’(修身齊家) 治國平天下)라는 사서오경(대학)의 가르침이 있지 않는가.

미국 22대 대통령 클리 블랜드는 역사에 기록되는 ‘정직한 대통령’의 표상이요 대명사다.

대통령 선거전이 한창일 때 그에게 열 살짜리 사생아가 있다는 비밀이 드러났다.

참모들은 “치명타가 될 것”이라며 이 사실을 강력하게 부인할 것을 권고 했다.

사실 상대 당으로서는 선거 국면을 역전시킬 수 있는 최대 스캔들이었다.

클리 블랜드는 참모들의 권고를 거부하고 사실을 고백했다.

10년 전 어느 과부와의 사이에서 아들이 태어났고 지금까지 아이에게 계속 양육비를 주고 있으며 아이 어머니가 알코올 중독자가 되자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법적 조치까지 취했다고 숨김없이 털어놨다.

그런데도 클리 블랜드는 대통령에 당선됐고 재선까지 했다.

유권자들은 잘못을 인정하고 고백하는‘진정한 용기, 정직한 대통령’을 원했던 것이다.

영국의 ‘처칠 정치 강점’은 솔직했다는 데 있었다고 했다. 솔직함은 처칠의 정치 철학이었다.

처칠은 “언제나 국민에게 진실을 말해라. 처음에는 화를 내고 욕도 하겠지만 국민에게 숨기는 게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국민은 더욱 신뢰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솔직한 지도자, 잘못을 인정하는 정직하고 용기 있는 지도자를 유권자들은 원한다. 능력은 오십보 백보다.

후보감별법의 다음은 갈등을 부추기고 분열을 부채질하는 지도자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

입으로는 통합을 말하면서 실제로는 네편, 내편으로 편을 가르는 ‘분열의 리더십’으로는 나라가 온전할 수가 없다.

갈등과 분열 조장은 모든 선의의 모든 가치와 합리성을 삼켜버리는 블랙홀이다.

지지 세력이든, 반대 세력이든 양쪽의 에너지를 묶어 국민적 시너지로 끌어올리려는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한 것이다.

‘적폐세력 청산’을 말하면서 새로운 적폐세력의 벽을 더욱 강고하게 구축하는 편가르기 후보는 누구인가.

후보자들의 언행을 읽을 줄 아는 유권자들은 충분히 감별해 낼 수가 있을 것이다.

세 번째의 후보 감별법은 소신과 신념이 없는 지도자는 경계해야 한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흰 것도 검은 것도 아닌 모호성으로는 올바르게 나라를 경영할 수가 없다.

‘눈치 보기 리더십’은 철학이 실종된 애매모호성으로  혼란만 부추길 뿐이다. 그것은 소극적 리더십일 수밖에 없다.

국가 마지막 보루인 국가 안보문제와 관련해서, 특히 사드배치와 관련하여 소위 ‘전략적 모호성’으로 국면을 넘기려는 애매모호한 안보 의식은 책임 있는 지도자의 모습은 아니다.

물론 끝까지 소신과 신념을 바꾸지 않고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것은 여간 용기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국가를 위해 자기가 옳다고 믿어왔던 신념을 바꾸는 것은 더욱 큰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일관성도 좋지만 과오를 깨달아 옳은 쪽을 선택하는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모호성 유지와는 다른 용기인 셈이다.

역대 어느 정권이든 말로(末路)는 아름답지 못했다. 권력부패의 악취가 진동했다.

이 같은 실패의 경험에서 미래를 찾지 못한다면 희망이 없는 것이다.

그러기에 이제는 실패의 사이클을 바꿀 때가 된 것이다.

나쁜 선거 결과의 해독제는 유권자밖에 없다. 유권자의 선택만이 유일한 해독제다.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이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게 되는 것이다.

대통령 후보를 철저하게 감별해야 할 까닭이 여기에 있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 한다’는 TV 광고 카피가 새삼 가슴에 와 닿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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