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설 탐라공인노무사 대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하 ‘퇴직급여법’이라 한다)에서는 ‘퇴직급여제도 중 하나 이상의 제도를 설정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법에 의한 퇴직급여제도에는 퇴직연금제도와 퇴직금제도가 있으며, 사용자가 퇴직급여제도를 설정하지 아니한 경우 퇴직금제도를 설정한 것으로 간주된다. 퇴직금제도가 설정된 경우 사용자는 퇴직근로자에게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하여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한편 종전에 폭 넓게 인정되어 왔던 퇴직금중간정산의 요건을 무주택자인 근로자의 주택 구입에 필요한 경우 등 꼭 필요한 경우로 한정하여, 퇴직금은 퇴직시점 이후에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퇴직급여제도 및 퇴직금중간정산과 관련하여 2012년 퇴직급여법이 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현장에서는 다양한 이유와 필요에 의하여 퇴직금중간정산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하에서는 퇴직금중간정산에 대한 판례의 태도 등을 검토하고자 한다.

Q. 갑은 종업원 1명을 고용하여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을은 갑의 식당에서 만2년(2015.3.1.~2017.2.28)을 근무했다. 을의 월급은 1년차 180만원, 2년차 200만원이었다. 갑은 을과 합의하여 1년차에는 매월 15만원을, 2년차에는 매월 17만원을 퇴직금으로 월급날에 을의 계좌로 지급하였다. 을은 퇴직 이후 갑에게 퇴직금 지급을 요구하고 있으며, 갑은 월급 이외에 매월 퇴직금을 지급하였기 때문에, 퇴직금을 이중으로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을은 퇴직금미지급을 사유로 하여, 갑을 상대로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했다.

A. 적법한 중간정산이 없는 한 퇴직금은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여야 하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가 합의하여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퇴직급여법 시행령에서는 ‘무주택자인 근로자의 주택구입 또는 전세금 부담, 근로자 본인 또는 부양가족의 6개월 이상의 요양, 근로자에 대한 파산선고 또는 개인회생절차개시 결정, 임금피크제의 시행 등’ 중간정산사유를 명시하고 있다. 시행령에 명시된 사유 이외를 원인으로 한 퇴직금 중간정산은 적법하지 아니하다. 또한 월급에 퇴직금을 포함시켜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은 퇴직금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이다.

문제는 적법하지 아니한 퇴직금중간정산이 다양한 이유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와 관련한 분쟁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하에서는 질문과 관련하여 적법하지 아니한 중간정산의 효력을 검토한다. 설명의 편의를 위하여 질문에서 갑이 을에게 지급의무가 있는 퇴직금은 400만원(퇴직 당시 월급 200만원의 2년분)으로 한다.

① 적법하지 아니한 중간정산은 퇴직금의 선지급으로서 퇴직시점에 이를 정산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이러한 견해에 의하면, 질문의 경우 384만원(15만원 및 17만원 각 12회 합계액)이 퇴직금으로 미리 지급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갑은 차액 16만원(400만원 - 384만원)을 지급하면 민 · 형사상의 책임이 없다. 2012년 퇴직급여법이 개정되어 중간정산사유가 엄격히 제한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견해가 인정되기는 어렵다.

② 이미 지급된 중간정산금품은 부당이득이라는 견해가 있다. 이러한 견해에 의하면 부당이득은 정당한 권한 없이 얻은 이익이므로 반환해야 하고, 2분의 1에 한하여 상계처리가 가능하다고 한다. 질문의 경우 을은 384만원 부당이득금 반환의무, 갑은 400만원의 퇴직금지급의무를 각각 부담한다. 다만, 2분의 1에 한하여 상계처리가 가능하므로 갑은 400만원에서 192만원(384만원의 2분의 1)을 상계한 208만원을 퇴직금으로 지급하여야 한다. 한편, 을이 부당이득금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192만원을 반환하지 아니하는 경우 갑은 별도로 부당이득금의 반환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여야 한다. 2010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입장이며, 현재 판례의 태도이다.

③ 적법하지 아니한 중간정산과 관련하여 무효인 부분은 ‘퇴직금으로 지급한다’는 부분이고, ‘매월 일정한 금원을 지급한다’는 약정은 유효하므로 해당금원은 임금이라는 견해가 있다. 이러한 견해에 의하면, 질문의 경우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한 15만원 또는 17만원은 퇴직금을 미리 지급한 것이 아니라 임금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갑은 을에게 434만원(퇴직 당시 월급 217만원의 2년분)을 퇴직금으로 지급하여야 하며, 을에게는 일체의 반환의무가 없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소수입장이다.

상술한 부당이득법리는 실질적인 퇴직금분할약정이 존재함을 전제한다. 이에 그 실질이 임금을 정한 것에 불과함에도, 퇴직금의 지급을 면탈하기 위해 분할약정의 형식을 취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질문의 경우 당사자 합의 없이 15만원 또는 17만원을 갑이 임의대로 퇴직금명목의 금원으로 지급한 것이라면, 15만원 또는 17만원은 퇴직금의 선지급 또는 부당이득이 아니라 임금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경우 갑은 을에게 퇴직금 434만원을 지급하여야 한다. 이러한 법리는 결과적으로 퇴직금중간정산과 관련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소수입장과 같다. 다만, 소수입장은 퇴직금분할약정이 존재함을 전제로 하는 반면, 퇴직금의 지급면탈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경우에는 분할약정의 존재를 부정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한편 질문의 경우 을은 퇴직금미지급을 사유로 하여, 갑을 상대로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하였다. 고용노동부 조사에서 퇴직금미지급이 인정되면 갑은 민사상의 책임 뿐만 아니라 형사상의 책임까지 부담하게 된다. 현실적으로 퇴직금중간정산을 이유로 사업주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여 진정이 제기된 경우, 퇴직금명목으로 지급한 금품이 퇴직금으로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고용노동부에서는 사업주에게 미지급퇴직금을 지급하도록 명령한다. 사업주가 고용노동부의 지급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벌금(형사상 책임)이 부과되기 때문에 민사상 책임을 다투지 아니하고, 금품지급으로 사건이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 사용자에게 노동법 위반의 고의가 없었다면,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형사상 책임까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의 판결을 하고 있다. 퇴직금 미지급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관련 민사사건에서 퇴직금 지급의무가 있는 것으로 확정되기는 하였으나, 제반 사정을 종합할 때 법 위반의 고의를 단정할 수 없어 형사처벌 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고 있다.

위에서 검토한 바와 같이 퇴직금중간정산은 여러 가지 복잡 법률분쟁을 야기할 수 있다. 또한 2012년 퇴직급여법의 개정으로 중간정산사유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부당이득법리를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이에 중간정산을 배제하고 퇴직급여법에 의한 퇴직급여제도를 설정함으로써, 불필요한 법적분쟁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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