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금희 논설위원

우리는 살아가면서 의도치 않게 점 점 더 물질만능의 세계로 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가 생긴다. 올 봄에 캄보디아 사람들을 만나며 행복과 만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볼 기회가 있었다. 캄보디아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물질적으로는 다소 모자란 것이 있을지 몰라도 표정이 밝아서 마음으로는 풍요와 행복을 누리는 것처럼 보인다. 스스럼없이 밝게 웃는 캄보디아 사람들을 대하면 나도 모르게 온화한 얼굴로 그들을 대하게 되었다. 해외 세미나에서 토론자로 참석한 후에 앙코르의 미소로 유명한 앙코르왓을 탐방하였다. 입헌군주국인 캄보디아왕국은 한국의 약 1.8배로 북쪽으로는 태국과 라오스가 있으며, 동쪽과 남쪽으로는 베트남, 서쪽으로는 바다와 접해 있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이며, 1992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캄보디아의 앙코르왓은 400여년동안 밀림에 가려져 있다가 1858년 프랑스학자 헨리 모호가 발견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앙코르왓은 캄보디아의 자이야바르만 7세 왕이 37년의 공사 끝에 건설했다. 앙코르왓의 정교함은 현대의 첨단기술을 동원하여 건설한다 해도 100년 이상이 걸려 가히 7대 불가사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지만 캄보디아의 위대한 유적 못지않게 감동을 주는 것은 그들의 행복하고 만족스럽게 보이는 삶의 태도와 아름다운 미소이다.

관광지 또는 관광객이 출입하는 식당 입구에는 구걸하는 아이들이 몰려있다. 그러나 이 아이들도 비참해보이지는 않고 명랑하며 장난기가 가득해 보인다. 가이드는 그들에게 돈을 주지 않는 것이 그들을 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들에게 돈을 주게 되면 그들은 다른 노력을 하지 않고 쉽게 돈을 벌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발전적으로 노력을 하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남루한 옷을 입고 있거나 슬리퍼조차 신지 않고, 비쩍 마른 아이들의 지저분한 행색을 보면 동정심이 생겨 돈을 주고 싶어진다. 그러나 동정심이 아이들이 건전하게 크는 것과 캄보디아의 발전을 방해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주장에 공감이 간다. 가이드는 차라리 관광지에서 바나나나 머플러, 혹은 팔찌 등의 장신구를 파는 아이들에게 물건을 사주는 것이 그들의 앞길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물건을 판매하는 것을 통해 아이들이 돈을 바르게 버는 방법을 알게 되고 노력을 통해 개척하는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구걸하는 아이들에게는 사탕을 주었고 물건을 파는 아이들에게는 넉넉히 값을 지불하고 물건을 사주었다.

캄보디아의 앙코르왓

캄보디아에서 만나는 순박한 사람들을 보면 1975년 4월부터 1979년 1월까지 캄보디아에서 크메르루즈가 동족을 학살했던 것을 배경으로 제작한 영화 ‘킬링필드(Killing Field)’를 믿기 어려울 것이다. 당시 크메르루즈군이 학살했던 캄보디아인은 200백만명에서 300백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크메르루즈군들은 어린이들을 세뇌시켜 지식인들을 학살했는데 안경을 쓴 사람, 손에 굳은살이 없는 사람 등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하였기에 현재 캄보디아의 문맹률이 50%이상이다. 캄보디아는 현재 세계 최빈국에 속하며 상수도 보급률도 10%에 지나지 않는다. 도시를 벗어나면 수도와 전기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고, 도로 사정도 열악하기 그지없다. 기본적으로 버스나 택시를 이용할 수 있는 교통 인프라도 구축되어 있지 않다. 그나마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으로 삼륜차인 툭툭이가 있다. 자동차는 경제적으로 부유한 집이나 소유할 수 있는 사치품이다. 포장되지 않아서 먼지가 날리는 도로에 자동차가 흔치 않은 풍경이 캄보디아의 현재의 모습이다. 캄보디아 곳곳에서 풍요와는 거리가 먼 빈곤한 삶을 쉽게 마주하게 된다. 정전이 되거나 상하수도에 문제가 생긴다면 우리는 큰 고통을 느끼고 불만에 가득 차게 될 것이다. 캄보디아인들은 삶의 편리를 위한 기본 시설도 구축되지 않은 불편함과 빈곤 속에서도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다. 과연, 행복과 만족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나도 모르게 물질만능을 추구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작은 것에도 기쁨을 느낄 수 있고 만족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행복한 삶을 사는 지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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