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연의 소설 <사월꽃비>는 제주 4·3항쟁과 베트남전쟁이 다르지 않음을 이야기한다. 제주와 베트남에서 가해와 피해의 역할이 뒤바뀐 역사의 비극 앞에서 과연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진중하게 묻는 이 소설에서 조중연은 미군의 ‘용병’이 될 수밖에 없었던 한국 군인들의 모습을 베트남인의 입을 빌려 이렇게 묘사한다.

따이한은 잔인하기 이를 데 없는 미군의 용병이다. 미국의 TV나 신문에서 반전운동이 득세해 미군들은 마치 죄인이라도 된 것처럼 잔뜩 기가 죽어 있는데, 따이한 일말의 죄의식조차느끼지 않은 것 같다.

한국 군인들에 의해 자행됐던 베트남 민간인 학살의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는 이 소설에서 베트남과 제주 4·3항쟁의 문제는 하나로 이어진다. 오랫동안 베트남 민간인 학살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던 한베평화재단(이사장 강우일)은 오는 26일 오후 3시 강정 성프란치스코 평화센터에 베트남전 종전 42주년을 기념하하는 베트남 피에타 동상 제막식을 연다.

베트남 피에타는 베트남전 한국군 민간인학살 희생자인 어머니와 이름도 없이 죽어간 무명 아기들의 넋을 위로하고자 제작하였다. 한베평화재단은 지난해 종전 기념일에 맞춰 베트남 피에타 원형을 공개한 바 있다. 한베평화재단은 이 피에타상을 베트남 다낭 박물관과 베트남 국민 시인 탄타오에게 기증하기도 했다. 이때 베트남 피에타 동상 설립 모금 활동을 통해 한국과 베트남에 하나씩 세울 것을 약속하고, 올해 종전기념일에 맞춰 첫 번째 베트남 피에타를 세우게 된 것.

베트남 피에타를 세우는 제주 강정마을 성프란치스코 평화센터는 ‘생명과 평화의 바람, 평화를 위한 연대’를 꿈꾸며 2015년 출범해 생명 평화 실현을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베평화재단 강우일 이사장은 “10년 전 해군기지 유치를 결정한 그 날, 강정마을의 운명을 가름하는 그 날 이후 ‘강정’과 ‘평화’는 같은 말이 되었다. 평화를 염원하는 뜨거운 가슴들이 강정을 찾았다. 그리고 10년이 지나 평화의 이름으로 베트남 피에타가 강정에 깃들었다”고 밝혔다. 2007년 4월 26일은 제주 강정마을이 해군기지 유치를 결정한 날이기도 하다.

한편, 4.3에서 강정까지 제주의 슬픔이 베트남 피에타와 함께, 생명과 평화의 씨앗을 품은 어머니와 함께하는 터전으로 거듭나길 바라며 추모공간도 조성한다. 추모공간에는 고은 시인과 탄타오 시인의 평화에 대한 기림을 동판에 새기게 된다. 고은 시인의 시 ‘평화’, 베트남 찜짱(Chim Trắng) 시인의 시 ‘수련꽃’, 강정마을 농부시인 김성규의 시 ‘평화란!’도 베트남 민간인 학살 기억에 함께한다. 고은 시인은 이번 베트남 피에타 동상 설치에 맞춰 ‘나의 야만을 기억하고 기억한다’는 반성의 글을 보내왔다. 추모공간에는 강정 평화활동에 함께한 외국인 ‘빅스’ 신부의 유해도 안치될 예정이다.

행사를 주최하는 한베평화재단은 1999년 ‘미안해요 베트남’ 운동 이후 베트남전 한국군 민간인학살에 대한 한국 사회의 반성과 성찰을 이어 평화로 나아가기 위해 2016년 4월에 발족하였다. 

다음은 ‘베트남 피에타’ 동상 제막 관련 주요행사

1. 제주 ‘평화의 소녀상’ 작가와 함께 하는 월요문화제

○ 주제: 전쟁없는 평화

○ 일시: 2017년 4월 24일 저녁7시

○ 장소: 제주시 방일리공원 ‘평화의 소녀상’(한라대학교 맞은편)

○ 초대: 김서경·김운성(평화의 소녀상 작가)

○ 주최: 제주평화나비, 제주민예총, 한베평화재단, 성프란치스코평화센터

2. 강정 평화토크콘서트(제막식 전야제)

○ 주제: 우리가 몰랐던 베트남의 기억

○ 일시: 2017년 4월 25일 저녁7시

○ 장소: 생명평화강정마을 평화센터

○ 초대: 구수정(한베평화재단 상임이사), 김서경·김운성(평화의 소녀상 작가), 고경태(한겨레 기자), 문진오·김가영(노래하는 나들)

○ 사회: 장혜옥(전교조 지도자문위원, 전 전교조 위원장)

○ 주최: 강정국제팀, 강정평화학교, 한베평화재단, 성프란치스코평화센터

3. 베트남전 종전 42주년 기념 기자회견 및 ‘베트남 피에타’ 동상 제막식

○ 일시: 2017년 4월 26일 오후3시

○ 장소: 성프란치스코평화센터

○ 주최: 한베평화재단, 성프란치스코평화센터

○ 사회: 김광철, 김은지(제주 평화나비)

○ 식순

[1부] 기자회견

여는 공연_노래하는 나들(문진오, 김가영)

참석자 소개

기자회견문 낭독_강우일 이사장

베트남 피에타 추진 경과보고_구수정 한베평화재단 상임이사

[2부] 제막식

베트남 피에타 제막에 부쳐_김서경 작가

공연_추모춤(김미선)

시낭독_김경훈 시인, 김성규 시인

4. 제주교육대학교 초청 구수정 박사 특강

○ 주제: 웹데이터기반 역사교육 운영방안(베트남전쟁 사례를 중심으로)

○ 대상: 제주지역 교육전공 대학생

○ 일시: 2017년 4월 28일 오전 10시

○ 장소: 제주교육대학교 원격화상강의실Ⅱ

○ 주최: 제주교육대학교, 한베평화재단, 성프란치스코평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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