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365, 가시리 오름 레이스

가시리 마을 주변 오름

(붉은오름, 물영아리오름, 큰사슴이오름, 따라비오름, 병곳오름)

을 오르며 제주를 만끽할 수 있는 

특별한 제주여행을 경험하는 행사가 유채꽃프라자에서 열렸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녹산로'

양쪽으로 길게 이어지는 그림같은 노란물결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와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를 잇는 녹산로는

조선시대 최고의 목마장인 녹산장과 갑마장을 오가는 길이다.

가시리 마을 진입로를 시작으로 10km로 이어지는 유채꽃이 만개한 환상적인 길

녹산로의 바람따라 향긋한 봄내음은 코 끝에 전해진다.

 

바람의 마을, 가시리

유채꽃향기로 물들어가는 제주의 4월은

봄을 잇는 마을, 더 재미진 마을 가시리로 모여들기 시작한다.

우리들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는 풍물패의 신나는 한마당이 열리고

징소리와 함께 출발한다.

큰사슴이오름을 시작으로

녹산로~병곳오름까지 가시리 오름 레이스를 펼쳐본다.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 위치한 큰사슴이오름은

대록산이라고 불리는 표고 474.5m로 원형 굼부리형태를 하고 있고

사면이 가파르고 정상을 중심으로 두 개의 굼부리가 특이한 모습이다.

정상까지는 30분정도 소요된다.

한라산의 고운 능선으로 이어지는 오름군락의 파노라마,

시원스럽게 펄쳐지는 드넓은 초지는 저절로 탄성을 지르게 한다.

정상에서는 유채꽃축제장과 정석항공관,

화산활동으로 쏟아져 나온 용암들이

중턱에 멈춰 만들어진 화산 평탄면의 원지형태를 볼 수 있고

화산 평탄면이 만들어낸 드넓은 초지는 녹산장과 갑마장을 형성하고 있다.

큰사슴이오름은 가시리 목축산업 발전의 원류라 할 수 있다.

4월의 산 속은 작고 앙증맞은 들꽃들이 한창이다.

굼부리로 내려가는 길에는 상산나무의 짙은 향이 코 끝을 자극하고

발 아래에는 봄의 전령사였던 얼룩덜룩한 잎의 새끼노루귀가 지천에 깔렸다.

유독 식물로 알려진 천남성 

뱀의 머리를 쳐들고 있는 형상이라고 해서 '사두화'

라 불리는 천남성도 봄나들이 나왔다.

10~11월 검붉은 덩어리 열매가 아름다운 천남성의 꽃말은

'여인의 복수', '비밀', '장대한 아름다움' 이다.

샛노란 유채꽃 향연이 펄쳐졌던 유채꽃프라자는 초록의 목초지로 탈바꿈했고

광활한 초지대는 가시리 풍력발전기와 태양열 발전단지가 조성되었다.

할아버지의 근엄함과 포근함을 갖춘

따라비오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오름군락의 파노라마

바다위의 궁전 '성산'의 모습도 희미하게 눈에 들어오고

풍력발전기 돌아가는 소리는 바람타고 들려온다.

전망대에서 잠시 쉬어간다.

 

오름을 내려오니 넓은 태역밭에는

흰 솜털에 덮혀 둘둘 말렸던 고비는 깃털모양의 연두잎이 봄햇살에 빛나고  

꼼짝꼼짝 고사리는 벌써 보자기를 내놓고 기지개를 편다.

유채꽃축제는 끝났지만 유채꽃광장은

아직까지도 샛노란 유채꽃 향연이 펼쳐진다.

쌩쌩 돌아가는 풍력발전기 소리는 바람타고 더욱 크게 들려온다.

 

병곳오름으로 레이스를 이어간다.

병곳오름은

서귀포시 가시리에 위치한 번널오름과 이웃한 오름으로

표고 288.1m로 화구는 원래 원형이었으나 한쪽이 침식하면서 말굽형 형태로 바뀌었다.

봉황새가 자기 보금자리로 돌아온다고 하여 '봉귀악(鳳歸岳)'이라 부르기도 하고,

무기고와 닮았다 하여 '병고악(兵庫岳)', 병의 주둥이와 같은 형국이라 하여 '병구악(甁口岳)',

기러기가 둥우리에 앉아 있다 하여 '안좌오름(安坐岳)'이라 부르기도 한다.

번널오름을 감싸안은 듯 병곳오름의 모양새가 당당해 보인다.

농로길 따라 500m쯤 가면 오름 기슭에 도착하고

정상까지는 20분 정도 소요된다.

나무계단으로 시작되는 오름 초입 

숲 속으로 들어서자 바람의 마을 가시리의 바람은 잠잠해졌다.

작은 바람 타고 코 끝을 자극하는 은은한 향기

다른 나무를 감고 올라가는 손바닥모양 잎이 아름다운

숲 속의 여인 으름꽃의 고운 자태에 빨려들어간다.

산체는 비교적 크고 가파른 사면을 이르지만

남사면은 완만한 등성이가 길게 뻗어내려 간다.

전사면은 소나무와 삼나무가 자리잡고 있고

잡목과 가시덤불이 어우러져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희미한 한라산 맥을 따라 이웃한 번널오름과 더불어

녹산로 건너편의 오름군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모습에 잠시 시선이 멈춘다.

녹산장과 갑마장을 오가던 말과 말테우리의 모습이 떠오르고

뺨에 닿는 부드러운 4월의 바람은

멀리서도 풍력발전기 돌아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 하다.

화구 안에는 억새가 무성하게 자라고 묘가 몇자리 자리잡고 있다.

겨울의 여왕 '동백꽃'

윤기나는 초록잎 새로 붉게 피어나길 한 번

겨울비와 모진바람에 견뎌내지 못하고 통째로 바닥에 떨어진 서러움에

땅에서 붉은피를 토해내 듯 다시 한 번 피어나는 동백꽃

그 아래에는 봄꽃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한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고은님의 '그 꽃'이란 시에 딱 어울리는 꽃 '큰구술붕이'

를 내려오는 길에 만났다.

 

봉황새가 날개를 펴고 앉아 있는 듯

영험한 기운이 솟아나는 병곳오름의 매력은

녹산로의 아름다운 봄날을 파란 도화지에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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