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오 찬란하다 자연의 빛

해는 빛나고 들은 웃는다

나뭇가지마다 꽃은 피어나고

떨기 속에서는 새의 지저귐

넘쳐 터지는 이 가슴의 기쁨

대지여 태양이여 행복이여 환희여

사랑이여 사랑이여‘

괴테의 시 ‘오월의 노래’중 몇 소절이다.

5월이다. 색깔은 푸르다. 밝고 건강한 미래의 표상이다. 맑고 싱싱한 꿈도 따라 피어난다.

진록의 푸르름, 그 속에는 또 따뜻하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진득거린다. 참으로 향기로운 5월이다.

말을 돌릴 필요가 없다. 5월5일은 꿈과 희망으로 상징되는 어린이날이다. 미래사회 주역인 어린이들이 티 없이 맑고 바르게, 슬기롭고 씩씩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법정 공휴일이다.

5월8일은 사랑과 존경으로 엮어 가야 할 어버이 날이다. 어버이의 은혜에 감사하고 어른과 노인을 공경하는 경로효친의 전통적 미덕을 기리는 날이다.

5월의 첫날, 푸른 희망과 사랑과 효경(孝敬)을 글머리에 올리는 뜻도 여기에 있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상징적으로 묶어 이를 전통적 삶의 가치로 삼자는 데 있다.

우리나라 부모들의 자녀 사랑은 유별나다. 어른 공경역시 각별하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지정도 그 유례야 어떠하든 이 같은 정서적 바탕에 근거하고 있다.

어린이들에겐 꿈과 사랑을, 어버이나 어른들에게는 존경과 예의를 엮는 날인 것이다.

이는 물질보다는 정신적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동양적 정서에서 비롯된다.

어린이를 사랑하고 어버이에 대한 은혜를 헤아려 공경하는 일은 삼백예순날을 매달려도 모자랄 일이다. 그것은 시간의 문제가 아니다. 인본의 문제다.

따라서 그것이 보편적 삶의 가치로서 전통성과 정통성을 확보하려면 생활화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러기에 특정일을 정해 하루만이라도 어린이에 대한 사랑과 어버이에 대한 공경의 시간을 가져보자는 것이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지정인 것이다.

그러나 해마다 맞고 보내는 이 날들이 우리의 전통적 가치로서 얼마나 유용하고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일까.

정말 지정된 하루만이라도 어린이에게 진심어린 사랑을 베풀고 어버이 은혜를 진정으로 헤아리고 있기는 하는 것인가.

사실을 말하자면 특정일 하루로 정신적 전통을 일으켜 세울 수는 없다. 특정일 하루로 어린이 사랑과 부모공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도 없다.

물론 시간이 어린이 사랑이나 어버이 효도의 깊이를 재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시간은 어린이 사랑이나 부모에 대한 효경의 물리적 수단이나 필요조건은 될 수도 있다.

빙빙 변죽을 울릴 필요가 없다.

어린이 사랑과 어른 공경과 어버이에 대한 효도가 인간이 지녀야 할 가장 높은 수준의 도덕적 가치라고 한다면 이 소중한 가치를 위해서 과감히 시간을 투자하자는 것이다.

어린이날을 공휴일로 정했듯이 어버이날도 공휴일로 지정하자는 제안인 것이다.

그것도 어린이날 하루, 어버이날 하루, 건너뛰기 징검다리 공휴일이 아니다. 이왕이면 매해 어린이날인 5월5일에서 어버이날인 5월8일까지 4일간을 화끈하게 연휴로 지정하여 이를 어린이 사랑과 부모 공경의 정신적 가치 창출 기회로 삼자는 것이다.

‘4일 연휴’ 제안은 엉뚱할 수도 있다. 코웃음 치는 일각도 있을 터이다. 근로시간이 줄어 산업생산성을 저하시킨다는 반박논리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충분한 휴가나 휴식은 삶의 질을 높일 뿐만 아니라 근로자들의 생산성을 높여 내수 진작 및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전문가 그룹의 주장도 많다.

하버드 대학의 레스리 A 펄로 교수는 “휴식은 생산성 향상 시간”이라고 주장했다. ‘무수히 많은 창조적 일들이 휴가나 휴식을 취한 후에 해결되는 것이므로 쉬는 것은 낭비가 아니’라는 논리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도 휴가가 필요하다는 주장인 것이다.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 물질적 욕망이나 풍요에서 오는 것은 아니다.

정신적 시간적 여유가 질 높은 행복의 조건이며 삶의 가치인 것이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묶어 통합연휴로 만들자”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삶의 여유를 찾아 인간애를 키우자는 것이다.

사랑과 효경을 통해 행복한 가정을 만들고 이를 통해 건전한 사회, 건강하고 여유 있는 국가를 만들자는 것이다.

마침 대통령 선거일을 포함하여 최장 11일간의 징검다리 황금연휴다.

이를 계기로 새로 출발하는 정부에 연휴의 생산성과 삶의 가치 창출을 위한 ‘어린이날·어버이날 통합 연휴 지정’을 제안하는 것이다. 신중히 검토해 볼 일이다.

그래서 푸르른 5월이 더욱 푸르고 그리운 사람들이 만나 향기를 뿜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신명나는 일일 것인가.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문득 서정주의 시 한 소절이 가슴에 와 닿는 푸른 5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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