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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는 강정이다"식물정권의 사드 '알박기'...평화를 바라는 소성리 주민들의 하루
제주투데이 | 승인 2017.05.03 21:38

<편집자 주>=미군이 전격적으로 사드배치를 시작했다.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성주 주민들은 미군의 사드배치 강행에 거세게 항의하며 연일 집회를 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됐지만 박근혜 정부는 여전하다. 오는 9일은 대통령 선거일이다. 사드 배치 문제를 차기 정권에 넘기자거나 사드배치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대선 주자들의 주장은 박근혜 정권의 부역자들에게는 마이동풍 격이다. 제주투데이는 갑작스러운 사드배치로 날벼락을 맞은 성주의 소식을 김재훈 시인의 르포로 전한다.

르포 안과 밖_소성리에서 강정 찾기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푸르고, 작고, 조용한 산골 마을이다. 맛이 달기로 유명한 성주참외가 이 마을의 특산품이다. 65가구로 이뤄진 작은 마을 소성리는 야트막한 산들에 둘러쌓여 있다. 소성리의 저녁에는 어르신들이 노후를 돌아보며 산책을 나서기에 좋은 빛이 머문다. 그래서일까. 소성리는 원불교의 성지이기도 하다. 소성리는 하루하루 농부들의 땀방울과 원불교인들의 마음공부로 채워지는 마을이다.

그런 평화로운 산골 마을이 소란스럽다. 주민들의 뜻과 무관하게 배치되고 있는 사드(THAAD) 때문이다. 사드 배치 문제는 대선 정국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 중 하나다. 사드를 서둘러 배치하겠다는 속셈이 엿보이는 정부의 조치에 대해 문재인 후보는 차기 대통령에게 맡겨야 한다는 뜻을 표명다. 또 심상정 후보는 이 사안에 대해 전면 재검토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물론 홍준표, 유승민, 안철수 후보 등 보수적 입장에 서 있는 후보들은 정반대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2일 밤 소성리 사드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는 모습. 2017년 대선 김선동 민중연합당 후보도 보인다.<사진=김재훈 시인>

식물정권의 사드 '알박기', 날벼락 맞은 소성리 주민들

이와 같은 대선 후보들의 뜻과 무관하게 지난 1일에는 사드 미사일 발사대 추가 배치를 위한 운반 작전이 5월 3일 0시에 이뤄질 것이라는 정보가 돌기 시작했다. 소성리 마을주민, 대책위 들은 우려와 경계 섞인 눈빛으로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SNS 등을 통해 도움을 요청했다.

다음 날인 2일 오전 7시, 예상대로 상당 규모의 경찰 병력이 소성리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 시 소성리 주민, 원불교, 활동가 들의 항의를 무력화하기 위한 병력들이었다. 이후 사드에 반대하는 시민들도 소성리 마을회관으로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저녁이 되자 마을과 대책회의 요청에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배를 타고 전국에서 모여든 시민들의 수가 소성리 종합 상황실 측 추산으로 연인원 800여 명에 이른다.

2일 오후 4시 소성리마을회관 마당에서 연 기자회견에 소성리마을 주민, 원불교 관계자, 활동가, 전국 각지에서 모인 시민들이 함께 했다. 강상욱 교무가 마이크를 잡고 있다.<사진=김재훈 시인>

이들은 밤늦도록 문화제를 열고 사드 철수와 평화를 촉구했다. 문화제가 끝난 뒤엔 사드 반대 투쟁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도 상영됐다. 평화를 꿈꾸는 사람들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축제와 같은 시간이었다. 공식 집회가 마무리 된 뒤에도 밤새도록 장작난로 곁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소성리의 평화와 나라의 미래를 우려하며 보다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이들의 바람과 열망이 전해졌기 때문일까. 예상과 달리 미사일 발사대 운송 차량은 마을에 들어오지 않았다.

295일 불타오른 성주 촛불...공권력 일상적 폭력에 주민들 전전긍긍

나이 지긋한 노인들이 대부분인 소성리 주민들은 약하고, 공권력은 위압적이다. 사드 배치 예정지 발표 뒤에 불을 밝힌 ‘성주촛불’은 3일 현재 어느새 295일째를 맞고 있다. 소성리에서 경찰에 연행된 사람들이 지난 4월 한 달 동안 5명이 발생했다. 그 중 한 명은 연행 과정에서 패닉을 일으켜 병원으로 후송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상황을 전한 대책위 관계자는 “사드 반대 투쟁의 장기화가 예상된다. 소성리 주민들은 공권력에 의한 다양한 양상의 폭력에 노출될까 큰 걱정”이라고 밝혔다.

전국 각지의 연대자들을 만나 큰 용기를 얻게 됐다는 이석주 소성리 마을이장. 마을이 깊어서 밤하늘이 유난히 맑게 느껴진다고 전하자 이석주 이장은 소성리가 워낙 깊은 마을인 터라 중학생이던 시절 매일마다 10km 가까운 거리를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서 초전중학교까지 통학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생각만으로도 웃음이 나는 옛 기억들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평화로운 시골 마을의 일상. 그것은 소성리 주민들 모두가 향유해오던 것이다. 그러나 소성리 주민들은 이제 그 평화를 국가에 빼앗겼다. 이제는 국가와 싸워서 되돌려 받아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석주 소성리장

원불교도들 "성지 소성리에 전쟁무기 배치는 안돼" 한 목소리

소성리는 원불교에 있어서도 매우 특별한 곳이다. 이 마을은 원불교의 두 번째 종법사가 나고 자란 성지이기 때문이다. 소성리에서 주민들과 소통하고 있는 강현욱 교무는 “원불교인들은 마을 주민들과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원불교의 성지를 수호하고, 이 마을에 전쟁 무기를 배치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소성리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내고자 이사를 와 몇 해째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한 주민은 “골프장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결정하면서 마을에 살던 골프장 직원들도 이사를 가서 손님이 많이 줄었다. 골프장에서 조경 등의 일을 하던 몇몇 주민들도 일자리를 잃은 셈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용한 노후를 보내려던 소박한 꿈이 깨어진 데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리고 예전의 일상을 다시 찾고 싶다면서 주민들을 응원하기 위해 전국에서 찾아와 준 연대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소성리는 강정, 주민의 삶이 무너지는 것만은 막아야

천주교 인천 교구 천주교정의평화위원회에서 준비한 버스를 타고 내려 왔다고 밝힌 서울시민 박경림 씨는 “국가 폭력이 자행되는 현장에 가장 필요한 것은 함께해주는 사람이다. 소성리는 강정마을과 비슷한 상황이다. 주민들의 삶터와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많은 분들이 용기를 내서 함께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찌그러진 채 방치된 천막 뼈대가 마을주민들이 처해 있는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사진=김재훈 시인>

사드 배치 강행에 저항하는 소성리의 일상은 분주하다. 현재 소성리의 사드 반대 대책 본부는 여섯 개의 주체로 구성돼 있다. 성주투쟁위, 사드저지전국행동, 대구경북대책위, 김천대책위, 부울경대책위, 원불교 등이다. 여러 조직이 구성돼 있지만 일꾼이 부족하고 급하게 전개되는 사드 배치 과정에 대처하도 바쁜 상황이다. 그렇다 보니 아직 소성리 마을 상황과 관련 정보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사이트 등은 아직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연대 요청에 대한 SNS 게시물과 입소문을 타고 알음알음 사람들이 찾아들고 있다. 소성리 소식이 궁금한 사람들은 소성리 종합 상황실로 전화하면 소성리 상황이나 주민들을 돕는 방법을 안내받을 수 있다. 전화번호는 050-933-5520이다.

소성리 할머니들이 주먹을 쥐고 마을을 위해 구호를 외치는 모습을 보며 해군기지 반대 투쟁을 10년째 해오고 있는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없는 일이다. 아니나 다를까. 2일 밤 강정마을 주민 세 명이 소성리 주민들을 응원하기 위해 소성리에서 밤을 보냈다. 그 전에는 강정마을 주민들과 소성리 주민들은 각 마을의 특산물인 한라봉과 참외를 서로 주고 받기도 했다. 더 많은 강정마을 주민과 활동가 들은 주말 배편을 이용해 소성리를 찾는다는 계획이다. 강정마을에서는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릴레이 단식도 5일째 이어가고 있다. 마을이 다른 마을에 평화를 건네주는 모습이 마치 초에 불을 켜고 있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초에 불을 붙여주는 장면을 연상케 한다. 더 이상 안보 이데올로기로 공동체를 파괴하는 일을 멈출 것을 소성리와 강정마을 주민들이 바라고 또 바라고 있다. 

김재훈 시인=2010년 문학동네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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