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생전에 꼭 한번 참배해야 할 불뇌사리보탑(佛腦舍利寶塔)

설악산 적멸보궁 봉정암(鳳頂庵)은

강원도 인제군 설악산 소청봉 서북쪽 해발 1,244m에 위치한

대한불교조계종 제3교구 말사인 백담사의 부속암자이다.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 중 하나로

적멸보궁이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한 전각을 말한다.

오세암에서 아침공양을 하고

통트기 전 삼삼오오 모여서 봉정암으로 향한다.

아침 차가운 공기는 계속되는 된비알에 

조금 걸었는데도 이마에는 벌써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오세암에서 봉정암까지는 4km로 3시간 정도 소요된다.

 

계곡에는 따스한 봄바람이 느껴질 때 피어나는

진분홍 꽃이 잎보다 먼저 무리지어 피어나는 참꽃 '진달래'와

이제 막 꽃잎을 여는 연분홍 꽃모자를 뒤집어쓴 개꽃 '철쭉'이

고즈넉한 깊은 산 속 계곡의 아침을 화사하게 만들어준다.

된비알(아주 험하고 거친 비탈)은 숨이 턱까지 차오르게 하고

네발로 미끄러지지 않도록 바위를 오르고 밧줄에 의지하며 오르고 또 오르길 여러번

0.6km 거리의 깔딱고개 산 능선마다

설악의 강풍에 흐트러짐없이 이어달리기를 하듯

고운자태를 선보이는 긴 초록치마를 입고 보라색 꽃을 피운 

'처녀치마'는 나의 작은 기쁨이 되어준다.

처녀치마는 백합과 여러해살이풀로 치마풀이라고도 한다.

땅바닥에 펑퍼짐하게 퍼진 잎 모습이

옛날 처녀들이 즐겨 입던 치마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처녀치마'이다.

산지의 습하고 물기가 많은 곳에서 자라는데

이른 봄 언땅이 녹으면서 싹이 올라온다.

깔딱고개 능선 하나를 넘을때 마다 바위틈에서 힘든 나에게 위안이 되어준다.

밧줄이 보인다.

마지막 깔딱고개일까?

능선을 오르고 나면 또 다른 능선이 기다리고

오르고 내리기를 수없이 반복하는 산길을 두발로 혹은 네발로 기어 오르고 보니

기가 막힌 설악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공룡능선의 하단부를 따라 넘나드는 길이라 했던가!

공룡능선과 마주하는 용아장성, 가야동계곡, 오세암 등 설악의 비경에

힘에 부쳤던 깔딱고개는 잠시 잊게 한다.

마지막 깔딱고개를 올랐다.

중청봉과 소청봉 아래 봉정암이 눈에 들어온다.

소리를 지르고 싶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사리탑으로 향한다.

자장율사는 봉황이 인도한 뜻에 따라 부처님 형상을 한 바위에

불뇌사리를 봉안하고 5층석탑을 세우고 암자를 지었다.

그 후 원효대사와 고려 때 보조국사가,

조선 때는 환적스님과 설정스님이 쓰러진 암자를 다시 중창했다.

 

내려가는 산비탈에는 바람난 여인 '얼레지'와 노랑제비꽃이 지천에 깔렸다.

오세암보다 훨씬 고지대라 얼레지가 아직까지도 고운자태를 선보인다.

설악산에서 볼 수 있다는 산솜다리를 만났다.

안개가 많은 고산지대 음지 바위틈에서 자라는 산솜다리는

식물체에 솜처럼 흰털이 많이 붙었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석가봉(부처님 모습을 닮은 바위)을 중심으로

가섭, 아난, 할미, 산신, 독성바위 등 좌우에 병풍처럼 둘려진 일곱 개의 바위가

봉정암 법당을 외호하면서 참배객들을 맞이한다.

봉황이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을 한 길지중의 길지라는 설명이다.

설악산 적멸보궁 봉정암은

선덕여왕 13년(644년) 신라의 고승 자장율사에 의해 창건되었다.

봉정암은 내설악 백담사의 부속 암자로 기암절벽 아래 자리한

백담사에서 대청봉까지 내설악에 최고의 절경을 이룬 용아장성 기암괴석군 속에 있다.

봉황이 부처님의 이마로 사라졌다 하여 '봉정암(鳳頂庵)'이라 이름지었다.

 

순례객들과 등산객으로 붐비는 봉정암이지만

부처님오신날을 앞둬서인지 산 속 암자는 고즈넉하고 조용함만이 감돈다.

새로 이전한 법당으로 가는 오른쪽에는 

5월 중순까지 정상 통제라는 안내글이 야속하다.

봉정암에서 1km를 더 오르면 소청봉~중청봉~대청봉에 이르지만

다음을 기약할 수 밖에 도리가 없다.

5월 하순까지 설화(雪花)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암자의 법당인 적멸보궁에는 불상이 없다.

산정의 5층석탑에 불사리가 봉안되어 있기 때문이다.

 

법당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숨이 멎었다.

귀때기청봉과 마차바위, 산정의 5층석탑, 석가봉을 중심으로 병풍처럼 둘러진 바위

법당 안에서 보는 설악 최고의 모습에

등에 짊어졌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진다.

'산봉우리에 솟구친 거대한 바위들은 천년을 하루같이 탑을 향해 참례한다.'

 

삼배를 하고 저녁예불까지 잠시 쉬어간다.

법당으로 가는 계단도 깔딱고개?

저녁공양을 하고 법당으로 오르는 118계단도 힘에 부친다.

저녁예불 전 사리탑으로 지는해는 법당 안으로 들어온다.

구름과 숨바꼭질을 하면서 점점 떨어지는 해는

어느 순간 어둠을 밝혀주는 사리탑의 불은 밝은 세상을 열어준다.

저녁예불을 마치고 바로 사리탑으로 올랐다.

봉정암에서 4월 마지막 밤도 지나간다.

 

새벽예불을 마치고 아침공양 후

제주가는 비행기시간 때문에 서둘러 백담사로 내려간다.

봉정암에서 백담사까지 등산길은 10.6km이다.

하산하면서 시작되는 직각에 가까운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는 깔딱고개

이 길을 힘들게 올랐던 옛날 기억도 떠오르지만

500m 내리막길을 내려가는 것도 결코 순탄치만은 않다.

승천하는 용을 닮은 쌍용폭포

쌍용폭포는 '두 마리의 용이 하늘로 승천하고 있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구곡담계곡을 대표하는 Y자 모양의 폭포이다.

내려오는 길에 만난 산골짜기 다람쥐 아기다람쥐

도토리 대신 밤을 줬더니 꿈쩍도 않고 오물오물 잘도 먹는다.

그 덕에 나의 귀여운 모델도 되어주고...

뺨 속 주머니에 음식물을 가득 주워담는 모습이 앙증맞다.

 

아침 햇살 바위틈에 소담스럽게 피어난

단풍잎을 한 하얀색 돌단풍이 눈에 들어온다.

밑바닥이 훤히 드러난 맑고 투명한 계곡믈 위로 아침해가 비친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계곡 물에 발을 담궜더니

발 아래로 전해지는 차가움은 피로가 씻기는 듯 하다.

험준한 협곡 사이에 자리잡은 백담사 

만해 한용운이 '님의 침묵'을 쓰면서 은거했던 곳이기도 하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이 5공비리로 유배된 절로 더 유명해졌다.

산과 산, 그 아래 계곡에는  

흰자갈과 돌 사이로 흐르는 맑고 깨끗한 물

무슨 소원이 그리 많은지 크고 작은 돌탑은 해가 지날 수록 점점 늘어난다.

 

백담계곡은 내설악의 대표계곡으로

용대리 입구에서 백담사에 이르는 계곡으로 시원한 계곡물과 기암괴석,

울창한 숲이 어우러져 있어 뛰어난 경관은 숨을 멎게 한다.

인제는 설악산을 끼고 있어 곳곳이 절경을 이룬다.

맑은 마음을 가진 사람은 향기가 난다고 한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깨달음과 자비의 등불을 밝히고

'설악의 찬바람이 적멸보궁의 새벽을 깨우면

천년 넘게 자리를 지켜 온 부처님 사리탑은 말없는 법문을 전한다.'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은

설악산 봉정암, 오대산 상원사, 사자산 법흥사, 태백산 정암사, 영취산 통도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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