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초순 동포 한 사람(황효길:黃孝吉.65)이 요즘 쓴 시인데 읽어 보라고 한다. 일본어로 쓴 시를 스스로가 한국어로 다시 번역했었다.

그는 우리 말로 간단하고 짧은 대화는 가능하지만, 자신이 일본어로 쓴 시를 우리 말로 번역한 그 노력에 필자는 놀랬다.

우리 말 번역 중에 약간 필자가 고친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그가 번역한 것을 그냥 게재한다. 한편의 시라기 보다는 어머니에 대한 절절한 사모곡(思母曲)이었다.

어머니와 아이

(2014년 2월 28일 어머니 향년 94세)

너다섯의 아이의 시선에는/ 이 길은 무척 넓은 길이다/ 황혼도 끝나고 밤의 장막에 들어선 길을/ 어머니 등에 업혀 어머니 목에/ 손을 감아 쉬는 가는 숨소리 / 아이의 기억이 있다

어머니니는 아이를 생각하여/ 아이를 자비롭게 보살피고/ 아이는 어머니 무릎의 따뜻함에/ 기분 좋은 졸음에 머무는/ 단 하나의 아이를/ 가슴 속에 품고/ 어린 아이 머리를/ 어머니가 정말로/ 정답게 쓰다듬는/어머니의 따뜻한/ 기억이 선명하다/

어머니와 걸으며 올려다본 어머니는/ 너다섯의 아이에게는/ 너무나 큰 사람/ 무척 큰 어머니/ 아이는 어머니 손을/ 놓지 않고/ 힘껏 움켜진/ 아이의 기억이 있다

어머니가 펼친 양팔이/ 부드러운 유영/ 손목과 손가락이 공중에 활 춤을/ 두 다리는 가볍게/ 다다미를 스치고/ 단 한번만의 어머니의 한국 춤/ 아이의 기억에 있다

어머니가 좋아하는 것/ 어머니가 싫어하는 것을/ 아이는 모른다/ 먼 기억 속에/ 어머니가 피우는 담배/ <이코이>를/ 이 작은, 산 담배를/ 어머니에게 빨리 드리기 위해/ 아이는 힘 있는데까지/ 추운 날씨 속에 달렸던/ 기억이 있다

어머니와 사는 한칸방에/ 누워/ 빛바랜 전등이 방을 비추는/ 천장의 나전구를/ 가만히 응시하면서/ 어머니가 없어질 때의 불안과 동요/ 그 현실의 무서움을/ 여섯 살의 작은 아이는/ 처음 알았다/ 밤도 깊어 가는데/ 아래 층에서 아이를 부르는/ 어머니 목소리에 왜 울었는지/ 기억하고 있다

어머니가 자란 조국의 열여덟 살까지의/ 어머니의 삶을 모른다/ 어머니가 나이도 채 들지 않는 남동생, 여동생을 남겨두고/ 단 혼자서 일본에 온 이유도/ 모른다/ 어머니의 20세의 생활을 모른다/ 어린 아이는/ 아버지를 모르고/ 어머니 밖에 모른다/ 

"어머니"/ 아이가 부르는 소리에/ 어머니는 얼굴을 들고/ 조금 지나서 미소를 띄고/ "곳쨩카?"/ 어머니는 일손을 멈추고/ 아이는 어머니를 찾은 안도감에/ 어머니 곁으로 뛰어간다/ 어머니는 다정히 아이에게/ "전차로 왔니?/

"걸어서 왔어."

작은 아이에게는/ 낯선 / 5,6킬로의 길은/ 한없이 먼 길이다/ 어머니는 그런 내 아이를/ 사랑스럽게 쳐다본다/ 아이는 어머니의 눈이 닿는/ 어머니가 일하는/ 옛 병기공장의 주변을/ 아이의 호기심 속에/ 놀고 있다

일하러 가는 어머니는/ 아침에 지은 밥통을/ 보자기에 싸서/ 개어 놓은 이불 사이에 넣어서/ 아이에게 언제나 따뜻한/ 밥을 주고/ 아이는/ 일을 마치고 돌아오/ 어머니를 위해서/ 똑 같이 밥통을/ 따뜻하게 해두었다

아이는 마음대로 뛰놀며/ 어머니를 기다린다.../ 돌아온 어머니에게/아이는 매달려서/ 어머니를 도우며 응석부린다

아이는 해를 거듭할수록/ 커 가고/ 어머니는 해를 거듭할수록/ 작아진다/ 아이의 이름을/ 기억도 희미해져서/ 중얼거리는 것도 잊은/ 나이 든 어머니는 얼굴은 작아지고/ 주름투성이의 피부가/ 뼈에 붙어/ 파란 혈관이 떠오른다/ 뼈가 굳어지고/ 구부러진 엄지 손가락.../ 그 손은/ 아이를 애지중지한/ 너무나 너무나/ 큰 손이며/ 어릴 때부터 아는/ 따뜻한 손이었다/ 나를 지긋이 바라보는/ 어머니의 눈은 맑고/ 지금은 큰 아이가 된 나는/ 어릴 때 응시하던/ 아이를 생각하는/ 어머니의 부드러운 눈과/ 다르지 않다

사치스럼 없는/ 검소하고 평온 속에/ 어머니가 한 곳에서/ 해를 거듭하면서/ 어머니와 자라나 생활을 하고/ 어머니와 아이가 걸어온 길에/ 그때와 변함없는 거리에/ 늙으신 어머니의/ 걷는 모습을 찾은/ 아이를 알아보고/ 아이에게 미소 짓는 어머니의/ 선명한 기억이/ 나를 문득 멈춰 서게 한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와 아이가 살았던/ 어머니가 나이를 먹었던 주변에서/ 나도 어머니처럼/ 나이를 들고 있다

어머니에게 있어서 나는/ 단 하나의 아들이었고/ 아이였다/ 나는 어머니로부터/ 나의 이름인/ "효길"이라고 단 한번도/ 불리웠던 적이 없다/ 어머니에게 있어서/ 60세도 지난 나는/ 언제나 어릴 때부터/ "곳쨩"이었다/ 지금은 나를 그렇게 부를/ 어머니는 없다

나는 어머니의/ 단 한 사람의 아이였다.  

다음은 <어머니와 아이>의 원문인데 일본어 전문을 소개한다. 

母と子

(2014年2月28日、母、享年94歳)

四っ、五つのこの目線には/この道はとても広い道である/夕暮れも終わり、夜の帳にかかる道を/母の背に抱かれ、母の首に/手を巻いて薄い寝息をかく/子供の記憶がある

母は子を思い/子を慈しみ、育み/子は母の膝の温かさに/心地よい寝気に宿る/ただ一人の子を/胸の中に包み/幼児の頭を/母が実に/愛しく撫でる/母の温かな/記憶が鮮やかにある

母と歩き、見上げた母は/四っ、五つの子供には/とても大きな人で/とても大きな母で/子は母の手を/離さず/強く握りしめた/子供の記憶がある

母の広げられた両腕が/しなやかに泳ぎ/手首や指先が空に弧を舞い/両の足が軽やかに/優しく畳を撫でる/只、一度だけの母の韓国舞いに/子供の記憶がある

母の好きなもの/母の嫌いなものを/子は知らない/遠い記憶の中に/母が吸っている煙草/「いこい」を/この小さな買い物を/母に早く渡すために/子があらん限りに/寒む空の中、駆け出す/記憶がある

母と暮らす一間の間借りの部屋に/寝そべり/赤茶けた灯りを部屋に照らす/天上の裸電球を/じっと見つめながら/母がいなくなる不安と動揺/その現実の怖さを/六つの小さな子は/初めて知った/夜も半ば過ぎて/階下から子を呼ぶ/母の声になぜか泣いた/記憶がある

母が育った祖国の十八歳までの/母の生活は知らない/母は年端もいかぬ弟、妹を残し/たった一人で日本に来た理由も/知らない/母の二十歳の生活をしらない/幼き子は/父を知らず/母だけしか知らない

”おかちゃん”/子を呼ぶ声に/母は顔をあげ/少しして微笑みをし/”こっちゃんか?”/母は仕事の手を止め/子は母を見つけた安堵に/母のもとに駆ける/母は優しく子に/”電車で来たんだか?”

”歩いて来た”

小さな子にとって/見知らぬ/五、六キロの道は/途方もない道のりである/母はそんな我が子を/愛しげに見つめる/子は母の目が届く/母が仕事をする/昔の兵器工場跡辺りを/子供の好奇心で/遊びまわる

仕事に行く母は/朝に炊いた釜のご飯を/風呂敷に包み/積み重ねた/布団の間に差し入れる/子にいつも温かなご飯を与え/子は/仕事を終えて帰る/母のために/同じように釜を/温かめ置いた

子は無邪気で遊び/母を待つ.../帰った母に/子は纏わり/母を手伝い、甘える

子は年を重ねるたびに/大きくなり/母は年を重ねるたびに/小さくなる/子の名前を/記憶も薄れて/つぶやくことも忘れた/老いた母の顔は小さく/皺だらけの皮膚が/骨にはりつき/青い血管が浮かぶ/骨が固まって/曲がった親指.../その手は/子を慈しんだ/とても、とても/大きな手であり/幼き頃から知る/温かな手である/私をじっと見つめる/母の目は澄み/今は大きな子である私の/幼き頃に注いだ/子を思う/母の優し目と変わらない

驕奢もなく/質素で慎ましく/母が一つどころで/年を重ね/母と育ち、生活をし/母と子が歩いた道に/あの頃と変わらない街中に/老いた母の/歩く姿を見つけ/子に気付き/子に笑む母の/鮮やかな記憶が/ふと私を立ち止まらせる

母が亡くなってから/母と子が生活をし、/母が年を重ねた辺りに/私も母と同じように/年を重ねている

母にとって私は/只一人の息子であり/子である/私は母から/私の名前である/「孝吉」と只一度も/呼ばれたことがない/母にとって/60歳も過ぎた私は/いつも小さい頃からの/”こっちゃん”である/今は私をそう呼ぶ/母はいない

私は母の/只、一人の子である

시를 쓴 황효길 씨는 본적지가 제주시인데 일년에 한두번은 한국에 가는데 지난 4월 초순에는 처제 딸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제주에 갔었다.

그때 <김만덕 기념관>을 보고 나서 3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18세 때 제주 산지항에서 일본으로 떠났던 그곳을 둘러보고 하염없는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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