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억원에 이르는 제주공연 투자사기 사건 주모자인 A 컴퍼니 대표가 경찰에 자수하면서 이번 사건의 전모가 밝혀졌다.
 
제주동부경찰서(서장 김학철)는 23일 오전 브리핑에서 고액 투자사기 혐의를 받은 공연기획사 대표 김모 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의 혐의로 24일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5일 피의자 김씨가 가족들에게 자수의사를 밝히고, 이날 저녁 동부경찰서를 찾아오면서 7시 45분경 경찰에서는 체포영장을 집행하고 18일 구속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공연기획 투자사건은 2017년 4월 10일 최초 고소장이 접수되어 수사가 착수된 이후 피의자 김씨가 잠적 도주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추가 고소가 이어졌다. 경찰서는 이번에 접수한 피해자는 15명이며, 기망행위를 통한 사기금액만 92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경찰서는" 피해금액은 총 27억원이지만 기망행위에 의해 교부받은 금액 전체를 사기죄로 적용하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라며 이번 사건의 중대성을 감안해 그동안 피의장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하고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정밀 추적을 벌여왔다고 전했다. 
 
경찰의 조사에 따르면 김씨는 2013년 A 컴퍼니를 설립하고 2014년부터 지인으로부터 돈을 빌려 공연기획 사업을 시작했으나 빚 일부만 갚고 약 1억원 가량은 갚지 못하면서 2015년부터 다수의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 회사 운영을 시작했다. 하지만 2015년 6월 메르스 파동 등으로 야외공연 활동이 어려워졌고, 같은 해 8월부터는 '돌려막기'를 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2016년 3회에 걸쳐 '원더랜드 인 제주공연'을 무료로 진행하면서 10억여원의 적자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페스티벌 공연과 여행사 송년회, 유채꽃 축제 등 행사를 진행하는데 돈이 필요하다"거나 "관공서 등에서 추진하는 행사에 입찰하려는데 회사의 신용도를 입증하기 위해 통장 잔고증명이 필요하다"는 등의 말로 투자자들을 속이고 돈을 빌려왔다고 경찰 조사 드러났다. 그 결과 처음 1억원으로 시작했던 빚이 무모한 사업 추진으로 스노우볼링 효과가 나면서 2년 사이에 100억원 가까이 늘어나게 된 것.
 
김씨는 그동안 높은 수익금을 약속하고 돈을 빌리면서 범행 초기에는 바로 원금과 이자를 변제하면서 채권자들에게 신뢰를 쌓고 다른 지인까지 소개받아왔다. 이후 계속 수익성도 없는 공연기획으로 원금상환 독촉과 높은 이자율 등으로 피해금액이 더욱 커졌다는 것이 김씨의 진술이다.
 
박미옥 제주동부경찰서 수사과장@김관모 기자
한편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피해금의 대부분을 기존 차용금 변제와 공연 주최 비용으로 사용했으며, 피해금액을 별도로 은닉하거나 사기를 공모한 다른 관련 인물이 있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박미옥 제주동부경찰서 수사과장은 "지인간의 거래일지라도 사회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사업에 대해서는 사업 타당성, 사업전망, 수익구조 등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고 신중하게 투자결정을 해야 사기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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