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성산읍 주민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사진제공 제주도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성산읍 마을투어를 두고 소통의 장에 대한 기대와 함께, 불통의 행정만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함께 나오고 있다.
 
원희룡 도지사는 고창덕 특별자치행정국장, 고운봉 도시건설국장, 윤창완농축산식품국장, 김창선 해양수산국장, 임성수 공항확충지원본부장과 이중환 서귀포 시장 등과 지난 22일부터 23일까지 '마을투어 시즌4'라는 이름으로 성산읍을 방문해 주요현안인 제2공항과 상수도 공급문제, 지방도승격 관계 등과 관련해 주민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원 지사는 22일 오후 6시에 13개 마을 이장들과 온평리 전통식당인 '옛날옛적에'에서 간담회를 갖고 각 마을의 현안과 입장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어서 고성리 경로당에서 자생단체장 및 주민들과 현안사항을 두고 토론을 진행한 뒤 경로당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 1박을 했다.
 
다음날 23일 오전에는 성산포수협위판장을 현장 방문해 주민들을 만나고 수산업 현황을 점검하는 시작을 가졌으며, 이후 성산읍연합청년회 8명과 만나 조식간담회를 가졌다.
 
이번 대화과정에서 제2공항 문제는 비중이 낮게 다뤄졌지만 그 논란은 뜨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을 이장들 사이에는 찬반 의견이 커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마을이장과의 간담회에서 신풍리 이장이 "공항발전계획에 신풍리도 넣어달라"고 요청하자 반대하는 입장의 이장들이 거세게 반발한 것. 또한 김석범 수산1리 이장은 원 지사에게 무릎을 꿇고 "제2공항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달라"고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이장은 "환경영향전략평가를 빨리 진행해달라"고 요구하자 "전략평가를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놀아나는 것"이라는 반발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번 마을 투어에서 원희룡 지사는 "제2공항은 처음부터 오름은 단 1m도 건드리지 않는 것이 전제였다"며, "항공기 이착륙할 때 주변 오름이 장애가 될 수도 있 다는 내용으로 KDI 용역진이 비용계산을 하며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얘기한 것일 뿐, 오름은 건드리는 일이 없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한 남북탐색구조대와 관련해서는 "기본설계시 군부대가 들어오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계획에 반영되지 않으면 절대 들어올 수 없다"며 제2공항은 순수 민간공항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도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은 고수했다. 임성수 본부장은 "비록 5개월이 늦어졌지만 영향평가를 진행해 동굴여부나 환경보전적 측면을 검토하고, 주민과의 소통과 상생방안을 고려한 기본계획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원 지사는 지난 4월 국토교통부에 동굴조사 등을 부롯한 전략환경영향평가 용역의 수립을 촉구했고,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적극검토할 것이라며 화답한 바 있다.
 
결국 원점 재검토라는 반대의견은 사실상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인 셈. 결국 이번 주민과의 대화가 문제를 해결하고 의견을 모으는 장이 아니라 오히려 갈등만 부추기고, 제주도의 입장만 확인시킨 자리였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었다는 성산읍의 한 주민은 제주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동안 조용히 지내고 있는 편이었는데 원 지사의 방문으로 주민갈등만 다시 부추긴 꼴"이라며 비판했다.
 
친행정적인 주민단체만 만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강원보 성산읍  제2공항 반대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이번에 원 지사가 온다는 내용을 전해듣지 못한 주민들이 대부분이었다"며 "반대하는 입장의 사람들은 만나지도 않고 연락마저 취하지도 않는 것은 정면돌파가 아니라 측면돌파도 못되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또한, 제2공항 전면 재검토와 새로운 제주를 위한 도민행동에서는 23일 즉각 논평을 내고 "제주도의 전략환경영향평가로 검토해보겠다고 하는 것은 순서가 완전히 뒤바뀐 것이며, 원 지사는 성산읍을 돌며 제2공항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며 "오름 절취 문제는 환경평가 이전에 사업부지를 일방적으로 선정하면서 입지 적합여부가 제기된 중차대한 사안이므로 이 문제는 전략환경영향평가로 풀 것이 아니라 현재 세워진 제2공항 계획과 사업입지에 대한 근본적 접근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마을 투어에서는 ▲관광단지의 개발 ▲상수도 공급문제 ▲해안 쓰레기 수거 ▲해상물류운송보조비 등에 대한 이장단들의 건의와 ▲대중교통 개편의 홍보 ▲장애인 거동권과 일자리 보장 ▲임대아파트 확대 등의 다양한 민원도 나왔다. 제주도에서는 이날 수렴한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상세 검토 후 도정정책에 반영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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