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 선정은 불합리 했고 내용은 부실했으며 과정은 비겁했다”.

제주도의 이른바 ‘행복주택’ 건설 계획에 대한 일반의 반응은 싸늘했고 일각의 비판은 날카로웠다.

제주도는 지난 8일, 제주시 도남동에 위치한 시민복지 타운 내 공공청사 부지에 행복주택 등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전체 면적 44000평방미터 중 30%에는 행복주택, 나머지 30%는 공공시설, 40%는 녹지공간을 조성한다는 것이었다.

총 사업비 980억원 규모의 소위 ‘도남 해피타운’은 700세대가 입주하는 4개동 10층 규모의 행복주택과 80세대 규모의 실버주택 조성이 핵심이다.

행복주택과 실버주택은 대학생·사회초년생·신혼부부에 80%, 저소득층과 노인층에 20%를 공급한다고 했다.

립스틱 짙게 바른 도 당국의 입에 발린 소리대로 젊은이들이 주거 부담 없이 사회에 조기 적응 할 수 있는 희망의 주거 디딤돌이 되고 어르신과 함께 거주하는 편안하고 따뜻한 안식처가 된다면 행복주택과 실버주택건설은 쌍수 들어 환영할 일이다.

눈에 쌍심지 돋우며 반대 할 일은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왜 시민사회단체나 일부 사회 여론 주도층이 시민복지타운내 행복주택 건설을 반대하며 비판하고 있는 것인가.

입지 선정의 부당성과 불합리, 형식적이고 독단적의 정책 결정 과정 때문이다. "하필이면 왜 시민휴식 공간으로 활용할 그곳이어야 하느냐"는 장소의 문제인 것이다.

한마디로 시민복지 타운에 시민은 없고 행정의 독주만 있었다.

문제의 시민복지타운 부지는 사실상 제주시 도심에 남은 마지막 공공용지다.

우후죽순(雨後竹筍)의 철근 콘크리트 건축물로 숨 막히는 도심에서 그나마 숨을 쉴 수 있는 유일한 녹지 공간이다.

제주의 대표적 랜드마크로서의 시민광장이나 녹지조성을 통한 시민 힐링 캠프로 활용되어야 할 소중한 공공자산인 것이다.

도가 추진하는 젊은이들을 위한 행복 주택이나 실버타운은 더 넓고 쾌적한 도시 근교의 공공용지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조천읍이나 애월읍 지경 등 시내와 30분 거리에 대단위 택지 개발을 통해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타운을 조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야 도심 팽창에 따른 각종 부작용도 덜어낼 수 있다.

도는 행복주택 건설 사업 추진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협업으로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LH가 확보하고 있는 대규모 토지 중 일부를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시민복지타운 내 행복주택 입지 선정이 부당하고 불합리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음은 형식적인 여론 수렴과정을 통한 졸속 정책 추진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여기서 ‘여론조작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정책 강행을 위해 형식적인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그것을 유리한 쪽으로 왜곡했다는 문제제기다.

시민복지타운 내 행복주택 건설의 당위성이나 긍정적인 내용만을 설명 한 후 찬성을 유도했다는 의문인 것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제주도에서는 시민복지타운 내 공공청사 부지 중 약 30% 면적에 행복주택을 건설 할 계획이다.

행복주택은 사회 초년생, 신혼부주, 대학생 등 주로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다.

최대 6년간 거주 후 다시 새로운 입주자가 거주하는 공공임대주택으로 일반에 분양되지 않는다.

입주 대상자는 청년층 80%, 저소득층 및 노인층이 20%이며 국비 등 70%가 지원되는 제주도 소유다.

시민복지타운 내 행복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가‘.

노골적 찬성유도 질문이다.

목적을 위해 수식어를 동원하여 교묘하게 유리한 답을 얻어내려는 것은 악의적으로 여론을 조작 왜곡시키는 비열한 방법 중의 하나다.

행복주택 조성계획의 인지도를 묻는 질문에도 함정은 있었다.

‘어느 정도 내용을 알고 있나?’라는 질문에 응답자 중9.4%는 ‘자세히 알고 있다’고 했다. ‘어느 정도 알고 있다’가 24.5%, ‘들어는 봤지만 잘 모른다’30.8%. ‘전혀 모른다’가 35.3%였다.

일반적 분석틀로는 잘 모르거나 전혀 모르는 것이 66.1%로 설명되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인지도를 64.7%로 봤다. ‘들어는 봤지만 잘 모른다’는 응답을 알고 있는 것으로 확대 해석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는 진정성 있는 시민 여론 수렴보다 공정성과 객관성과 신뢰성을 팽개치고 불완전한 여론조작을 통해 정책을 강행하려는 부도덕한 행정의 꼼수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현재 추진 중인 시민복지타운 내 행복주택 건설계획의 방향 전환이 필요한 까닭이기도 하다.

또 있다. 도는 행복주택 공급 물량 중 80%를 대학생,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에 우선 공급한다고 했다.

공공임대주택 정책의 우선순위에 있는 저소득 취약계층은 사실상 소외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학생을 우선공급순위에 올려놓는다면 행복주택이 대학생 기숙사나 자취방 수준으로 전락 할 수밖에 없다.

대학생 대부분이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그렇다.

그리고 임대기간을 최대 6년으로 제한한다면 그것이 안정적이고 행복한 희망의 주거 디딤돌이 될지도 의문이다. 6년 동안 새 주거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그들은 거리로 쫓겨 날 수밖에 없을 터이다.

부당하고 불합리한 입지 선정, 여론조작 오해를 받는 당당하지 못한 여론수렴 과정, 부실한 내용의 행복주택 건설 계획은 그렇기 때문에 도정의 아킬레스 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행복주택 건설 자체를 시비하는 것이 아니다. 공공임대 행복주택은 필요하고 환영해야 할 일이다.

다만 입지 변경 등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발상의 전환을 주문하는 것이다.

시민복지타운은 시민에게 돌려주고 더 넓고 쾌적한 곳으로의 행복주택입지 변경이 ‘행복주택’이 ‘불행주택’이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그러한  도정추진 지혜가 보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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