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태텃밭 이론교육은 일부러 콩을 주제로 잡아봤다. 더위와 가뭄에 매일 작업하며 고단한 회원들 잠깐 쉬자는 의미도 있고, 서로의 속을 터내 텃밭을 왜 가꾸는지 제대로 공유할 필요도 있었다.

‘콩’을 가지고 제주 사람들의 오랜 먹거리 문화를 이야기했다. 생콩잎을 쌈으로 싸먹는 “콩잎쌈”에 제주 사람이면 다들 입맛을 다신다. 육지엔 없는 음식이다(경상도 일부만 먹는다). “고기 먹으쿠과, 멜젖에 콩잎쌈 먹으쿠과?” 물어서 젓갈에 콩잎을 택하면 제주 사람이라는 말에 나도 고개를 끄덕인다. 어릴 땐 못 먹었는데 어느 순간 어른이 되어 즐겨먹는 자신을 보고 내 몸속 어딘가에 ‘제주 사름 DNA’가 흐르고 있음을….

지역에서 나는 작물로 음식을 만들고, 지역의 언어로 음식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간은 참 신기한 경험이다. <할망하르방이 들려주는 제주 음식이야기>(허남춘․허영선․강수경)에는 그러한 기억들이 담겨 있다. 비린 콩잎에 비린 멜젖을 올리면 그 비린 맛이 모두 사라진다. 환상적인 조합이다. 마이너스와 마이너스가 만나면 플러스가 되는 이치일까. 상생을 만드는 제주 사람의 지혜가 여기 있다. 삶의 깊이가 담긴 음식문화를 공감해본다.

자연친구 생태텃밭 오연숙

아, 콩국 우르르 넘지 못하게 지켜 앉아 끓여 먹은 기억이 난다. 콩죽 끓을 때 손 데어 폴딱폴딱 뛰던 일도. 이런 기억이 모두 우리의 역사고 문화다. 앞으로도 지속되길 원한다면 오래된 식재료인 콩부터 지켜야 한다. 계속 콩 농사를 지어야 한다. 이야기를 나누는 모두가 토종종자를 지키는 일이 단순히 텃밭 가꾸기가 아님을 공감했다.

슬로푸드 맛의 방주에 등재된 제주의 푸른콩(일명 독새기콩) 묘종을 바라본다. 무럭무럭 자라서 어랑어랑한 콩잎 따먹고 푸른콩으로 익기 직전 풋콩대로 삶아먹고 잘 익힌 다음엔 가루 내어 두부도 만들고 볶아서 보리랑 미숫가루도 만들고…. 내년 농사를 위해 종자를 갈무리해야겠다고 얘기를 나누다보니 세 시간이 후딱 가버렸다.

이 글은 제주대안연구공동체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jejui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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