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화적 관점

이글은 제주관광 연구자인 강성일 박사가 제주토박이의 관점에서 본 제주이주현상을 다룬 글입니다. 총 3회에 걸쳐 연재할 예정입니다.

 

개인적으로 잘 가는 제주 스페셜티(로스터리카페) 맵이다. 대부분은 제주토박이가 아닌 이주민들이 운영한다. 비교적 새로운 숙박형태인 게스트하우스도 마찬가지이다.

개인적으로 잘 가는 제주 스페셜티(로스터리카페) 맵이다. 대부분은 제주토박이가 아닌 이주민들이 운영한다. 비교적 새로운 숙박형태인 게스트하우스도 마찬가지이다.<이미지=강성일 박사>

2016년 제주는 문화적으로 아노미의 상태가 아닐까 싶다. 섬이라는, 주변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부족했지만 주어진 자연 속에서 수눌음과 조양정신으로 이어져 왔던 전통적 제주사람들과 자본주의 최전선에서 치열하게 살다 때로는 쉬고 싶어, 때로는 돈을 벌기 위해 이주해오고 있는 이주민들이 짧은 기간에 뒤섞여 살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에서 이처럼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이주해 온 적이 있었던가? 만약 있었다면 이들은 어떠한 식으로 서로를 인정하고 영향을 미치며 살아왔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먼저 제주의 역사에서 이주나 이동, 그 중에서 대량 이주의 역사를 살펴보고 현재의 제주이주 현상이 갖는 함의점을 도출해보고자 한다.

<사진=강성일>

주체적 해양세력이었던 탐라국의 시대를 접고 한반도내 중심세력이었던 고려에 복속된 이후, 제주는 독립변수라기보다는 종속변수 중의 종속변수로 여겨져 왔다. 이것은 확장성에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는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제주는 고려 이래로 떠나야할 곳이지 머물러 살고 싶은 곳은 아니었다. '사람은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로 보내라'라는 말은 이러한 사람들의 제주에 대한 생생한 인식을 드러낸 말이다. 

<사진=강성일>

따라서 제주의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제주로의 대량 이주는 역사적으로도 드문 케이스이다. 역사적으로 고려 이후 제주로의 대량 이주라는 관점에서 보면, 고려말 몽고인의 집단 이주와 조선시대 귀향자들의 이주, 그리고 6.25 피난민과 70년대 호남사람들의 대량 이주로 크게 세가지 정도의 흐름으로 대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몽고인들은 제주의 목축문화에 많은 영향을 미쳤고, 귀향온 사람들은 속도는 느렸지만 오랜 기간 천천히 토템적 문화요소가 강한 제주를 유교문화에 동화되도록 하는데 일정부문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그리고 6.25와 70년대 호남 사람들의 대량이주는 호남사람들의 상업적, 정치적 영향력이 제주에서 확대되는 계기를 마련하는데 일조하지 않았나 싶다. 이는 지금도 호남향우회의 지지는 제주 정치지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이처럼 사람의 이동은 곧 문화의 이동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이주민, 그것도 대량이주는 전통적 지역사회에 문화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쳤으리라 추측할 수 있다. 현재의 제주문화는 전통적 문화에 더해 이렇게 이주민들에 의해 유입된 문화가 혼합되어 생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대표적 사례는 매년 새해에 행해지는 마을의 신과세제는 제주의 전통 굿문화의 발현이지만, 같은 시기 유교식으로 행해지는 마을제에서 볼 수 있다. 예로부터 장이나 강한 양념문화를 갖지 않던 제주의 음식이 지금은 고추장 등의 양념이 많이 한 음식이 주류를 이루는 것은 호남사람들의 영향력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이렇게 본다면 역사적으로 제주이주민들은 문화브로커이기보다는 문화혁신자의 모습이지 않을까 한다. 비록 통시적 관점의 결과론적 주관적 해석이긴 하지만 말이다.

<사진=강성일>

2016년 제주는 매달 약 1,500명이 이주해오고 있다. 이런 이주민 외에도 매년 약 1,300만명이 관광객이란 이름으로 제주를 방문하곤 한다. 앞에서 샆펴본 바와 같이 역사적으로 제주로의 대량이주는 그 시대의 정치적 상황의 영향, 즉 중심부 한반도의 상황변화에 종속적이라는 측면이 강했다면, 2010년 이후 제주로의 이주 또는 이동은 삶에 대한 가치 또는 라이프스타일 가치에 따른 독립적 측면을 많이 함유하고 있지 않은가 싶다. 경쟁적인 현대 자본주의의 피로한 삶을 힐링해주는 곳 또는 이러한 이미지를 소비하기 위해 잠시 머물기 위해 또는 소비하기 위해 찾는 곳이란 이전과는 괘를 달리하는 이주이고 이동의 물결이다. 전자를 이주민이라고 부른다면 후자는 관광객의 모습이다. 이전까지는 권력이나 생계유지를 위한 피동적 이동이라면 현재는 가치적 측면에서의 능동적 이동인 셈이다. 

사람의 이동에는 가치와 같은 문화의 이동이 수반됨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그것이 짧은 시간 대규모로 발생한다면 그 이동을 수용하는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 예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에 따른 영향이 현재의 제주사회에 긍정적일 것인지 또는 부정적일 것인지는 10여년도 되지 않은 짧은 기간이라 쉽게 추측하거나 예측하기는 어렵다. 추측이나 예측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은 현재의 이동이나 이주의 성격이 역사적으로 경험한 제주로의 대량 이동 현상과 성격에서 그 궤를 달리 하기 때문이다. 즉, 현재의 제주이주 현상은 이전시기의 생존을 위한 것이기 보다는 보다 나은 삶의 추구와 같은 라이프스타일적, 문화적 속성이 많다. 

문화적 관점에서 보면 현재 제주 이주민은 문화브로커일까 아니면 문화혁신자일까? 이들이 그들의 문화와 동질감이 더 큰 관광객과의 상호작용은 제주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까? 다음에는 이러한 점을 중심으로 지난 몇년동안 나름의 관찰을 통한 생각을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이어지는 글: 제주토박이 관점에서 본 제주이주민 2: 문화혁신자와 문화브로커 사이

 

#관련태그

#N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