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억원 상당의 제주 민영버스 랩핑사업이 이해하기 어려운 공모 방식을 적용하고 있어 제주업체를 의도적으로 배제시키고 특정업체에 몰아주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제주 민영버스 랩핑 색상정보@자료제공 제주특별자치도
제주가 보조해주고, 다시 업무도 대행하고? 

제주특별자치도(도지사 원희룡, 이하 제주도)는 오는 8월 26일 대중교통 개편을 앞두고 650대의 민영버스 외부 색상을 새로 하는 랩핑사업을 지난 20일부터 공모하고 있다.
 
사업기간은 계약일로부터 오는 9월 30일까지이며 사업비는 16억9,800만원으로 제주내 버스 랩핑사업 규모 중에서는 최대이다.
 
그런데 제주도는 이 공모사업을 일반 사업자들이 주로 찾는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나라장터'에 올리지 않고 도청 홈페이지의 '입법·고시·공고'란에 올렸다.

게다가 제대로 홍보조차 하지 않아 제주내 랩핑업체들은 이 사업의 진행여부를 모르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의 해명은 더 아리송하다.
 
제주도 교통관광기획팀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 랩핑사업은 민간경상보조사업으로 제주도가 민간회사의 공모 업무를 대행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제주도가 추경예산으로 보조해주는 민간사업을 제주도가 대행까지 맡아서 처리해주는 구조가 된다는 의미인데 절차가 매끄럽지 않아 보인다.
 
제주도는 모든 버스들의 차종이나 디자인이 조금씩 달라서 일괄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아직 추경예산 전부터 급하게 서두르고 있어 절차나 홍보가 미비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제주 민영버스 외부 도색 가이드 내용@자료제공 제주특별자치도
"랩핑만 하는데 디자인회사? 듣도보도 못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문제는 신청자격이다.
 
이 사업에 대표자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경쟁입찰 참가자격 요건을 구비한 업체, ▲중소기업, ▲산업디자인진흥법에 따른 산업디자인전문회사로 3년 이내 5억 이상의 매출실적과 래핑 디자인 실적이 5건 이상인 업체 등 세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이 조건 중 세번째 사항을 충족하는 업체가 제주도 내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아 제주도 업체를 일부러 배제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제주내 한 랩핑업체 대표는 "15년 이상 전국적으로 랩핑사업을 해왔지만 산업디자인전문회사를 자격요건으로 하는 경우는 처음 봤다"며 "이미 디자인까지 도에서 다 마련한 상태여서 랩핑만 하면 되는데 디자인전문회사여야 한다는 것은 어떤 업체에게 일을 몰아주기로 작정한 것이 아니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 교통관광기획팀의 관계자는 "계약을 7월 초에 맺게 되면 차량 랩핑을 8월 15일까지 완료해야 하기 때문에 한달동안 650대 랩핑을 끝마쳐야 한다"며 "하루에 20대 이상의 버스를 소화해야 하는데 제주업체는 하루 한대도 감당하지 못한다는 답변을 들어서 이렇게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해명에 랩핑업체 대표들은 "제주도 내 업체를 무시하는 발언"이라고 분개했다.
 
1억원 미만의 사업은 원자재 비용 때문에 중소기업들이 감당하기 어려워서 대체로 수의계약을 맺어서 하는 편이지만, 이 사업은 규모가 크기 때문에 전국 어떤 업체가 들어와도 어차피 5~6개 업체들이 컨소시엄으로 진행해야 하는 사업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제주내 업체들의 경우 15년~20년의 경력을 지닌 회사들이 많기 때문에 제주업체들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제주도는 대표사로 참여하는 기업은 반드시 제주도내 사업장을 두고 지역업체와 컨소시엄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조항을 달아두고 있다고 해명했다.
 
공고 전부터 정보 입수한 회사가 있다?

하지만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처음 공고가 시작된 20일 이전부터 이미 공고와 관련된 정보를 사전에 입수해서 제주업체들에게 컨소시엄을 요청한 업체가 있다는 것.
 
제주내 랩핑업체 대표는 "2주일 전부터 서울에 있는 한 업체에서 자세한 사항을 이미 알고 컨소시엄을 문의하는 전화가 왔었다"며 "제주업체도 모르던 것을 어떻게 서울에 있는 업체가 알 수 있는 건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또한, 이 대표는 "업무도 그쪽 업체가 랩핑의 대부분을 도맡고 제주업체는 노선도나 번호판, AS 정도만 맡고 아주 소소한 금액만 받게 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경기가 좋지 않을 때일수록 도정에서 제주업체들을 배려해야 하는데 제주업체를 하청이나 맡으라는 것 아니냐"고 분개했다.
 
현재 제주도 버스의 모습@사진출처 제주특별자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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