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학교 본관 전경

도내 유일의 국립대학인 제주대학교에 들어서면 여러 사람의 흉상과 만날 수 있다.

대학 본관 앞에는 효천 강충남 박사(2000년, 장학기금과 학술연구기금 10억), 청봉 이근식 박사(2001년, 학술연구기금 15억), 연암 남상수 박사(2004년, 발전기금 6억), 소천 고인호 선생(2006년, 대학 발전에 물심양면 지원)의 흉상이 보인다.

그리고 대학 정문 쪽 소공원에는 덕산 김명신 선생(1995년, 토지 6400여 평, 감귤나무 1300여 그루), 서암 김여종 선생(2000년, 제주대학교병원 부지 포함 2만7000여 평 기증), 이왈옥 박사(2003년, 장학기금과 학술연구기금 6억), 월자 고추월 박사(2015년, 발전기금과 장학금 11억), 유성 오헌봉 박사(2013년, 발전기금과 장학금 15억), 양지혜 박사(2017년, 발전기금 10억)의 흉상이 자리 잡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자수성가한 제주출신 사업가이지만 일부는 제주에 사업체를 둔 기업인들도 있다.

흉상은 흔히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상반신을 다룬 조상(彫像)을 말하며 역사적으로 볼 때 로마시대부터 정교하고 다양하게 제작돼왔으며 그 후에도 예술작품 또는 기념물로 만들어져 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1960년대 이후 학교, 마을, 공원 등 의미 있는 장소에 나름대로의 명분으로 많은 흉상들이 세워져 있다.

6월 21일 양지혜 회장 흉상건립(우측 허향진 제주대 총장)

지난달 21일 제주대학교에 양지혜 회장(제주대 명예 경영학박사)의 흉상이 세워졌다.

대학 측은 복합리조트 제주신화역사공원 사업자인 중국 안휘성 출신인 양 회장이 제주대에 10억원의 발전 기금을 쾌척해 흉상을 제막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시중에 두 가지 시각이다. “대학이 너무 돈에 쫓아서 대학 고유의 정체성을 잃고 있다” “열악한 국립대학 재정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인재육성 및 대학 발전에 충분한 의미가 있다” 엇갈린 의견이다.

아시아의 명문을 꿈꾸는 제주대학교가 올해로 개교 65주년을 맞는다.

무한경쟁의 시대에 국립대학도 자율적 재정기반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면 한 단계 높게 도약하기가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대학발전기금의 활성화는 대학이 안고 있는 매우 중요한 과제다.

세계 유수 대학의 재정은 학생 등록금, 정부 지원금, 발전기금, 재단 전입금 등으로 마련되고 있다. 특히 인구, 경제규모가 작은 제주지역은 지리적 특성상 더욱 어려움이 크다. 제주지역 대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동문, 지역주민, 재외도민, 기업, 자치단체 등이 힘을 모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시 정리하면, 대학 발전기금을 낸 분의 흉상 제막을 두고 이러쿵저러쿵 시비를 거는 것 보다 십시일반으로 모은 대학 발전기금을 우수한 인재육성과 대학 발전에 효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따뜻한 관심을 가지는 것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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