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일 제주시 남광로 중학교 근처의 한 스튜디오에서 학교밖아이들을 대상으로 뜻깊은 시간이 열렸다. 학생들은 쑥케이크와 치즈케이크를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고 맛보면서 자기만의 케이크 만들기를 배울 수 있었다.

'제1회 청소년 무료베이킹 세미나'가 진행된 이 스튜디오에서는 장애인과 탈북여성 등 소외계층에게 무료로 베이킹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었다. 아담하지만 정갈하고 따뜻함이 느껴지는 이곳, 강소이 대표가 운영하는 제주소이쿠킹 스튜디오이다.
 
▲지난 2일 소이쿠킹스튜디오에서는 허니비케이크 조은정 셰프 '제1회 청소년베이킹세미나'가 열렸다.@김관모 기자
제주의 첫 제과제빵 학원, 제주 베이킹 트랜드 선도
 
2014년 11월에 오픈한 제주소이쿠킹은 제과제빵 학원으로 등록된 곳에서는 가장 먼저 시작됐다. 이곳에서는 주로 제과제빵나 디저트 만들기 강의를 주로 하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베이직 8주 과정, ▲스페셜 4주 과정, ▲원데이클래스 ▲개인클래스(카페 창업 레슨) 등으로 이뤄져있다.
 
강의를 받고 싶은 사람들은 각 과정에서 배우게 되는 메뉴를 선택해서 다양한 방법과 종류의 과자나 빵을 만드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스콘은 한번 할때 8가지 이상의 다양한 스콘을 하게 돼요. 마카롱이나 슈폰도 5가지 이상의 똑같은 결과물을 낼 수 있고요."
 
▲제주시 남광로에 위치한 제주소이쿠킹 스튜디오의 모습@김관모 기자
▲제주소이쿠킹 스튜디오에서 수강생들이 쿠키 만들기 실습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출처 소이쿠킹 블로그
강소이 대표는 사람들이 배우고 싶은 메뉴에 따라 시간과 과정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수업비도 한 회당 4~5만원 선으로 다른 학원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게다가 한번 수업을 신청한 학생이면 언제어느때나 스튜디오에 방문해서 실습을 하거나 소일거리를 하며 시간을 때우다 갈 수도 있다.
 
▲에너지키친 경미니 셰프
이외에도 스튜디오에서는 와인클래스나 주스앤스무디 수업 등을 개설하기도 했다. 특히 '에너지키친'으로 유명한 경미니 셰프가 주스를 만들고 창업기술 등을 강의하는 주스앤스무디 수업이 오는 20일에 시작한다. 12시간에 100여만원이 드는 수업이지만 주스의 개념을 계몽하고 주스바를 만들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무척 좋은 기회인 셈이다.
 
아무도 시작하지 않았던 시기에 처음으로 와인이나 주스바 강의를 제주에 전파했고, 지금도 제과제빵 학원으로서는 다양한 트랜드들이 이곳에서 출발하고 있다.
 
이처럼 제주소이쿠킹 스튜디오에서는 강사와 수강생, 수강생과 수강생들이 만나는 일종의 만남의 장소이자 인적 네트워크가 이뤄지고 있다.  
 
뜻하지 않은 기회, 뜻있게 만든 공간
 
이 스튜디오의 문을 연 강소이 대표는 서울 양재동에서 내려온지 5년정도된 '이주민'이다. 
 
처음에 내려왔을때만 해도 강 대표는 제과제빵 학원을 운영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밝혔다.
 
▲강소이 대표(사진 중앙)@사진출처 소이쿠킹 블로그
"처음에는 아는 사람 없이 무작정 제주에 내려왔는데 우연히 알게된 언니가 사람도 사귈 겸 배우러 가자고 해서 온 곳이 이곳 베이킹 스튜디오였어요. 서울에 있을 때도 요리를 좋아해서 자주 배우러 다녔지만 가르치는 일은 여기서 처음 해본 거였죠."
 
그런데 갑자기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 처음 이 스튜디오에서 가르치던 선생이 새로운 장소로 이전하려 한다면서 강의생들에게 투자를 받은 후 갑자기 야반도주해버린 것이다. 
 
스튜디오의 집주인도 그 이전 선생으로부터 돈을 받기 모연해지자 강 대표에게 월세만 받는 조건으로 스튜디오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생각도 하지 못한채 스튜디오의 모든 장비가 완비된 장소를 떠맡게 된 것이다.
 
강 대표는 스튜디오 이름을 먼저 바꾸고, 본격적인 제과제빵 학원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 준비없이 시작했던 일이었고 당시만 해도 아직 제주도에서 제과제빵에 대한 수요도 많지 않았다. 그래서 강 대표는 처음에는 장애인 등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을 생각했다.
 
"고가의 수업료로 배우기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접근하기 쉬운 곳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이후에 미혼모, 탈북여성들에게도 무료세미나를 열기 시작했고 이제는 학교밖아이들 같은 청소년들까지 오게 된 거에요."
 
그렇게 차츰 스튜디오가 알려져가던 과정에서 '마스터셰프', '냉장고를 부탁해' 같은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면서 베이킹 수업에 대한 수요가 늘기 시작하면서, 소이쿠킹에도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척추장애인 제주협회 제과제빵 1기 수료식의 모습@사진출처 소이쿠킹 블로그
 
▲소이쿠킹스튜디오 내부 주방@김관모 기자
욕심 없이 항상 초심으로 
 
아무 연고도 없는 제주에서 스튜디오를 하는 일은 강 대표에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갑자기 어느 주부들이 와서 "스튜디오 그만 둬라"며 배척하기도 했었다고 한다. 주변에서도 "망하니까 하지 말아라"라고 말리기도 했다.
 
하지만 강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스튜디오 일은 힘들었지만 도와주거나 응원해주는 사람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면식도 없이 10년동안 SNS로만 알았던 셰프가 도와주러 제주에 내려오기도 한다. 현재 많은 수업을 강 대표가 맡고 있기는 하지만 제빵수업의 경우 울산엠제과제빵 이정용 강사가 도와주고 있다.
 
▲허니비케이크 조은정 셰프
이번부터 시작한 '청소년 무료베이킹 세미나'도 서울 강남에서 허니비 케이크에 있는 조은정 셰프가 맡아서 도움을 주고 있다.
 
이렇게 스튜디오에 많은 사람들이 찾고 함께 하려는 이유는 아마도 이 스튜디오의 분위기 영향이 크다.
 
강소이 대표는 제주소이쿠킹을 누구나 찾을 수 있도록 24시간 오픈하고 있다. 예전에는 열쇠도 잠궈놓지 않고 누구나 아무때나 와서 실습하고 즐기다가 갈 수 있도록 했다. 최근에는 근처에 술집이 생겨서 도어락을 달아놓았지만, 수강생에게는 비밀번호를 공유하고 있어서 아무때나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번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은 다른 수업도 청강할 수 있으며, 자기가 만들고 싶은 것이 있으면 이곳의 도구들을 이용할 수 있다.
 
"문을 잠그면 내 공간이라는 욕심이 생기잖아요. 이미 다 마련된 곳에서 저에게 기회가 온 것이니 이곳은 제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도구를 잃어버려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도 기회를 열어주고 싶었어요. 집에서는 쿠키나 빵을 굽기 어렵잖아요. 재료만 사서오면 모든게 구비돼있으니 맘껏 이용할 수 있어요."
 
이렇게 오픈되어있음에도 지금까지 스튜지오가 어지럽혀지거나 없어진 물건이 없었다고 한다. 그만큼 신뢰를 주고 받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 셈. 
 
이제 제주도에도 따뜻함을 나눌 수 있는 진정한 빵만드는 집이 생긴 것이다. 모두가 함께 할 수있는 제주소이쿠킹 스튜디오에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이길 바란다.
 
 

 

#관련태그

#N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