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지사가 단단히 화가 났다. 임대아파트 임대료 인상과 관련하여 사실상 해당 기업을 겨냥해 “방아쇠를 당겼다”고 까지 말했다.

지사의 발언은 예전에 없이 거칠고 강경했다. 특정기업을 조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었다.

지난 6일과 14일, 제주시 삼화지구와 서귀포시 혁신도시 내 부영그룹(이하 부영) 임대 아파트 입주민과의 간담회자리에서였다.

부영은 지난 4월 제주시 삼화지구와 서귀포 혁신도시 내 임대아파트의 임대보증금을 법정상한 선인 5% 인상 했다.

특히 부영은 지난 4월10일자 임대보증금 5% 인상을 통보하면서 바로 뒷날 (4월11일)까지 납부하지 않으면 이자율과 연체 가산률을 합한 이율로 12%까지(변동시 변동 이율 적용)적용하겠다고 통보했다.

당연히 입주민들의 반발을 불렀다. 불평과 불만, 입주민들의 항의가 거세게 일어나자 지사가 ‘기업 저격수’로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

제주도는 지난 6월20일 공문을 통해 ‘서민주거 안정을 위해 부영 측에 임대료 인상폭을 최소화 해 줄 것’을 요청했었다.

6월30일에도 “제주시와 최종 협의 때까지 임대료 인상 및 연체료 부과를 유예해 달라“고 협조 공문을 보냈었다.

그러나 부영측은 가타부타 입을 닫아 버렸다. 행정의 협조요청을 모르쇠로 일관하는 오불관언(吾不關焉) 태도였다.

지사가 화 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그래서 지사가 “제주도가 갖고 있는 정책적 모든 수단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최고의 강한 수단을 동원 하겠다”고 강한 톤을 동원했다.

“부영아파트 임대료 문제를 도의 시급한 현안으로 다루겠다”거나 “하자 부분도 도지사가 직접 챙기겠다”고 ‘부영’쪽을 정조준 했다.

이와 함께 “부영 측 임대 보증금 5% 인상계획에 청와대와 국토부, 전국 17개 시도지사협의회를 통해 최우선 과제로 올리겠다” 며 전선을 전국으로 확장하는 확전의지도 서슴없이 드러냈다.

평소 지사답지 않은 강경모드다. 오라관광단지, 행복주택 문제 등 풀어야 할 현안이 쌓여 있는데 왜 지사가 특정기업 죽이기에 팔을 걷어 부치고 있는 것일까.. 그것도 문제 발생 3개월이 지나서다.

시중 여론의 분석은 여러 갈래다.

그 하나가 행정과 기업의 자존심 싸움에서 찾고 있다.

제주도 입장에서는 서민 주거복지 향상 차원에서 입주 민원인들의 반발을 그냥 넘길 수는 없었을 터였다.

서민주거 안정과 서민경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제주도 행정력의 총 본산으로서 부영 측에 임대료 인하 협조요청을 했던 것이다. 당연한 행정행위다.

그러나 부영측은 이러한 행정의 협조 요청을 묵살했다. 도의 위민행정(爲民行政)시스템과 행정의 자존심에 상처로 작용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시쳇말로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방아쇠를 당긴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가능하다.

지사는 이참에 정보공개 청구 등을 통해서라도 부지매입과 건축단가, 공사비 등 관련 자료를 공개하여 주택 건설 사업과 관련한 일반의 궁금증을 풀어준다는 카드도 꺼내 들었다. 전 방위 적 압박 작전으로 볼 수 있다.

지사의 강경 행보를 다르게 보는 시각도 있다.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은 내년 지방선거를 내다본 정치적 포석의 일환으로 평가 절하하는 시각이다.

지사로사는 억울한 일이지만 표밭갈이의 일환이라는 주장이다.

또 있다. 행복주택이나 오라관광단지 반대 또는 반발여론 등을 희석시키기 위한 이른바 ‘물타기의 정치적 꼼수’로 폄하하는 쪽이다.

의도하는 바가 어디에 있든 행정과 기업 간의 싸움은 도민 적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사안이다.

부영은 2016년 기준 자산규모가 20조원을 넘어선 민간부문 재계순위 16위의 거대 기업집단이다.

주 사업 영역은 임대주택과 주택건설이다.

창업 후 지난 30년간 전국 348개 단지에 27만호 이상의 주택을 건설 했다.

그러기에 전국적 주택 시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경영 노하우를 꿰차고 축적했을 것이다.

따라서 부영으로서는 제주도의 행정 협조요청을 하찮거나 우습게 여길 수도 있다. 일반적 상상력을 동원한다면 그러하다.

‘도의 임대료 인상폭 최소화 요청’을 무시하고 법적 상한선인 임대보증금 5% 인상을 고수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지도 모른다.

부영의 입장에서는 법정한도 내에서 임대료를 인상했는데 행정의 과도한 개입이 불편 할 것이다.

그런 속내라면 그것은 바로 ‘기업의 불편한 자존심’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부영은 임대주택으로 오늘의 부를 이루며 성장했다.

임대주택은 서민을 위한 사업이며 그렇기 때문에 서민을 상대로 돈을 버는 것이다. 돈벌이 대상이 바로 ‘서민’인 셈이다.

그렇다면 임대주택 사업 수익의 바탕인 서민에 대한 진지한 고려가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다.

‘경제적 착취가 아니라 경제적 공생’이 임대주택 사업 기업의 윤리성이어야 한다.

부영의 기업 슬로건은 ‘사랑으로 지은 집’, ‘사랑으로 가득한 집’이다.

‘사랑’을 컨셉으로 하고 있다.

부영은 ‘모든 고객들이 화목하고 행복한, 사랑이 넘치는 가정을 이루기를 기원하는 건설 철학으로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고 자랑하고 있다.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법적 상한선(5%) 인상, 하자 보수 등 입주민 불편 해소 미흡 등 입주민들의 경제적 부담과 생할 불편을 주는 기업활동을 ‘사랑으로 지은 집’, ‘사랑으로 가득한 집‘으로 자랑할 수는 없는 일이다.

견강부회(牽强附會)다. 양두구육(羊頭狗肉)이거나 ‘웃으면서 뺨때리기 식’ 건설 철학이나 노하우라면 부영의 30여년 주택 건설 사업은 사상누각(砂上樓閣)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가 없을 것이다.

돈만이 아니고 기업윤리에 관한 한 그렇다.

그렇지 않아도 전주시 등 다른 지방에서도 부영의 과도한 일방적 임대료 인상에 반발하여 경찰에 고발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 행위 직권조사를 요청하는 등 잡음이 일고 있다.

부영이 소재하고 있는 전국 20여개 지방자치단체 등과의 관련 사항에 대한 공동대응 모색 소리도 들린다.

물론 행정이 위법 사항이 없는 기업을 대상으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하여 압박하거나 제재하는 것은 옳지 않다. 행정의 지나친 개입은 자제해야 한다.

임대료 인상과 관련하여 부영측은 인근 주거비 및 물가지수, 인근지역 전세가격 변동률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법에 따라 합리적으로 조정했다고 설명하고 있기는 하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서민을 상대로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이라면 법을 빙자한 일방통행보다는 행정과 이해당사자인 입주민 등과의 협조를 통해 서민주거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 한 일이다. 그것이 순리에도 맞은 일이다.

법에 따른 기업 활동 못지않게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한 기업 집단의 윤리성 회복도 중요한 것이다.

제주도와 부영, 그리고 입주민들간의 조화롭고 지혜로운 상생해법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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