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놀랐다. 다음은 화가 났다. 그리고 슬프게 했다.

제주도교육청의 반칙과 변칙, 돌처럼 굳어져버린 비정상적인 부조리를 보면서 느꼈던 감정이다.

이야기는 일 년에 50일정도 일하고 6645만원을 받았던 이른바 ‘황제 꽃보직 운전원’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

제주도감사위원회는 4일 ‘2017년 제주도교육청 종합감사 결과 보고서’를 공개했다.

여기서 드러난 도교육청의 관리시스템은 엉망이었다.

인사와 보직관리, 조직운영은 정상이 아니었다.

비정상의 외투를 걸치고 반칙의 목도리를 두르고서도 얼굴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뻔뻔함이었다.

도감사위의 감사결과만을 근거로 한다면 그러하다.

도교육청은 1993년 12월 지방 운전원 1명을 고용했었다.

그리고 제주도서울연락사무소와 서울주재 사무실로 파견근무를 명했다.

제주에서 교육감 등이 도외 출장 때 출장사무의 효율적 업무지원을 위해서였다.

파견근무 기간은 1996년 12월까지였다.

그러나 파견기간과 서울소재 사무실 임대 기간이 끝났는데도 파견 또는 고용연장 등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적법하고 적철한 절차도 없이 운전원은 1996년부터 지난 5월2일까지 20여 년 간 꼬박꼬박 월급을 받으면서 근무했다.

사실상 사무실 없는 재택(在宅) 근무나 다름없었다.

그러면서 지난해의 경우, 연간 50일정도만 운전업무를 수행했다.

그런데도 6645만2000원의 임금을 받았다.

특별한 업무성과도 없고 단순 운전업무 종사인데도 성과상여금 최고 등급인 S등급을 받았다.

일 년에 고작 50일 정도 운전근무하고 6600만 원 이상의 급여를 받았다면, 그것도 자택근무를 하면서 그런 대우를 받았다면, ‘황제 꽃보직 운전원’ 칭호를 받기에 충분했다. 선망(羨望)의 꽃보직이다.

연봉에 근무일수를 나눈 단순 산술로 이 운전원의 일당은 122만9천원이다.

이를 다시 하루 8시간 근무로 간주해 시급(時給)으로 계산하면 시간 당 15만원이 넘는 금액이다.

정부의 현행 최저임금 시급 7530원과 비교해도 무려 20배 이상 차이다.

하루 1만원도 버거운 무더위 속 ‘폐지 줍는 노인들’의 벌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막히고 할 말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다리가 퉁퉁 붓도록 일하면서도 시간 당 4000~5000원이 고작인 알바(아르바이트)생, 힘겹게 유모차를 밀면서 폐지를 줍는 ‘길거리 노인들’의 고단한 삶과, 에어컨이 팡팡 터지는 시원한 관용차에 앉아 운전만 해도 하루에 1백 수 십 만원을 챙기는 예의 ‘꽃 보직 운전원’ 이야기는 극단적 사회양극화 현상의 한 측면이 아닐 수 없다.

상상을 뛰어넘은 ‘꽃 보직’에 놀라웠고, 불평등 사회의 상대적 박탈감에 화가 났고, 가난하고 약한 이들의 밑바닥 삶이 (우리를)슬프게 했다.

울컥하고 부르르 떨리는 복합적 감정을 주체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것도 국민의 세금으로 먹고 사는 교육행정당국에서 비정상 관행을 조성해 왔다면 그대로 모른 채 넘길 일은 아니다.

도감사위는 또 도교육청이 승진후보자 명부에 등재돼 있는 공무원을 배제시키고 편법을 동원하여 특정인을 승진 시켰던 인사부정 사실도 .밝혀냈다.

부조리한 교육행정 시스템관리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제주시교육지원청 교원징계위원회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은 교육감 아들(교사)에 대한 징계심의를 하면서 ‘눈치 보기 불합리 처분’을 내렸다.

징계 감경사유가 될 수 있는 상훈 공적이 없고 능동적 업무처리 과정에서 생긴 과실이 아닌데도 ‘불문 경고’를 했다.

교육감의 눈치를 본 ‘꼬리 내리기 징계 심의’라는 일각의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러한 제주도교육청의 행태는 앞과 뒤가 다른 두 얼굴의 ‘야누스 적 교육행정’으로 읽혀질 수도 있다.

제주도교육청은 그동안 ‘대한민국 청렴기관 1위’라고 자랑해왔다. 올해도 청렴도 1등급이 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그렇다면 상식을 초월한 비정상적인 운전원 보직 관리, 편법을 동원한 특정인 승진 인사관리, 교육감 아들에 대한 불합리한 징계심의 등 비정상적 반칙과 불공정한 시스템 관리가 대한민국 청렴기관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요인이라는 말이 된다.

어이없고 이해 할 수 없는 청렴 측정 시스템이다.

따라서 이러한 불신을 받지 않기 위해서도 도교육청은 적어도 위에서 제기됐던 ‘꽃 보직 운전원’, ‘편법동원 승진 인사’, ‘교육감 아들 봐주기 징계 의혹’ 문제 등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교육행정의 신뢰성 회복을 위해서도 그래야 한다. 국면(局面)을 피하기 위한 변명보다는 진솔한 고해성사의 심정으로 문제 사안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문제인 정부는 반칙과 변칙을 거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취임사에서다.

‘나라다운 나라, 공정함에 바탕을 두고 상식이 더 득이 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새 정부의 국정 철학에 동의한다면 제주도교육청도 환골탈태(換骨奪胎) 각오로 나서야 할 것이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첫 걸음이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 잡는 일이다.

도감사위의 지적사항에 대한 진솔한 고백은 그 출발점이다.

#관련태그

#N
저작권자 © 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