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특별법’(이하 제주특별법) 개정의 핵심이 될 제주특별자치도 6단계 제도 개선안이 심의, 의결됐다. 이날 회의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주재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참석했다. 이날 의결된 6단계 제도 개선의 주요 내용에서 주목할 부분은 제주특별법 제1조 목적조항의 변경이었다.

지금 제주특별법의 목적 조항은 ‘국제적 기준의 적용 등을 통하여 국제자유도시를 조성함으로써 국가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로 되어 있다. 이를 ‘국제적 기준 등이 적용되는 친환경적인 국제자유도시를 조성함으로써 도민의 복리증진과 국가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로 바꾸겠다는 것. 제주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제주 미래 비전의 핵심 가치인 ‘청정과 공존’의 내용도 법률에 담기로 했다. ‘친환경적’, ‘도민복리증진’을 목적 조항에 담은 것은 진일보했다고 볼 수 있다.

제주도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6단계 제도개선에서는 제주도에서 개선 과제로 내세운 90건 중에서 42건이 심의를 통과했다. 국무조정실과 소관 부처와 협의 과정 결과이다. 목적 조항의 수정은 지난 총선에서도 논의되었다. 하지만 한계 역시 분명하다. 청정과 공존, 도민 복리 증진을 넣기로 했지만 제주특별법의 지향점인 ‘국제자유도시’에 대한 근본적 성찰은 빠져 있다. 목적 조항을 바꾸었지만 제2조에서 정의되고 있는 ‘국제자유도시’는 손보지 않았다. 제주특별법에서 정의되고 있는 ‘국제자유도시’는 “사람·상품·자본의 국제적 이동과 기업활동의 편의가 최대한 보장되도록 규제의 완화 및 국제적 기준이 적용되는 지역적 단위”이다. 한마디로 제주를 ‘기업 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이 ‘국제자유도시’의 실체이다.

목적 조항에 청정과 공존, 친환경적, 도민 복리 증진을 넣었지만 여전히 지향점은 바뀌지 않았다. 이번에 수정된 목적 조항은 ‘공공적 가치’를 특별법에 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하지만 제주특별법은 여전히 기업의 자유라는 ‘사적 가치’가 보장되는 도시를 지향한다. 당장 앞으로 공공적 가치와 사적 가치가 충돌할 수 있다.

제주특별법 제정된 이후 제주도가 마주한 수많은 문제들은 기업을 위한 사적 가치의 보장을 위해 제주라는 공공적 자산을 마구잡이로 이용하면서 비롯되었다.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센터(JDC)는 ‘제주 다 판다 센터’라는 오명으로 불렸고 중국인 투자 자유를 위해 제주의 땅을 팔아치웠다. 그 10년의 결과가 지금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는 이미 우리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2006년 531만명이었던 관광객은 1585만명(2016년 기준)으로 늘었다. 지역내 총생산은 8조5천억원에서 15조 4천억원으로 늘었다. 이 기간 경제성장률은 5.3%로 뛰었다. 제주특별자치도 지원위원회 회의 결과를 홍보하면서 내놓은 제주도의 자료를 보면 외형적 성장을 제주특별자치도의 성과로 내세우고 있다.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제주도 근로자의 평균 임금 수준은 전국 최하위 수준이고, 부동산 가격 상승률은 세종시에 이어 전국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교통체증은 강남 수준이라는 성장의 그림자는 애써 외면하고 있다.

민간 주택의 분양가 상한제와 전매 제한 제도 도입 등은 중앙 부처의 반발로 무산됐다. 지역의 자기결정권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재정 자율성을 위한 대책들도 빠져 버렸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에 관한 제도개선도 중앙 부처의 반발로 없던 일이 되어 버렸다. 원희룡 도정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국제 수준의 카지노 감독권 행사도 물 건너 가버렸다. 벌써 이번 심의 결과가 허울 좋은 선언적 의미만 있고 실제 제주도가 얻은 것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낙연 총리의 ‘립서비스’를 듣고 환하게 웃는 원희룡 도지사의 모습은 그나마 원 지사에게 걸었던 기대마저 사라지게 한다. 도대체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문제를 외면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제주 출신 국회의원들도 문제다. 국제자유도시라는 허울 좋은 미망(迷妄)을 언제까지 죽은 자식 불알 잡듯이 잡고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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