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었다"고 했다.

"너무 놀라 전율을 느꼈다"고도 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 사고를 치신 것 같다"는 말도 했다.

제주출신으로서는 처음으로 가톨릭 주교로 임명된 '문창우 주교' 이야기다.

제주출신 가톨릭 주교 탄생은 제주에 가톨릭이 전래 된지 118년만의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올해는 제주출신 교구 첫 사제(고승욱신부)가 배출 되어 50주년이 되었다.

가톨릭 제주교구 설정 40주년 되는 해이기도 하다.

이런 뜻 깊은 해에 제주출신 첫 주교가 탄생한 것은 놀랍고 기쁘고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본인도 놀랐고 가톨릭교회도 놀랐고 제주 사회 역시 놀랐다.

문주교는 지난 6월20일 교황청 대사관으로부터 주교 임명과 관련한 의미 있는 연락을 받았다.

21일에는 교황대사관에서 주교에 임명될 것이라는 소식이 왔다.

교황청 공식 발표는 제주교구 사제들이 영성수련 피정 중인 6월 28일이었다.

교황대사관으로부터 첫 연락을 받은 후 공식발표 때까지 8일 동안 문주교는 그야말로 '잠 못 이루는 불면의 여름 밤'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외성에 당혹했고 두려웠기 때문이었으리라.

주교 임명 후 언론 인터뷰에서 보였던 반응을 봐도 그렇다.

"결핍 투성이인 제가 주교가 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솔직히 제가 주교가 되는 것은 관례상 이상한 일"이라고도 했다.

이러한 반응은 겸손의 표현일 수도 있다.

그러나 거기서 진정 놀랍고 당혹스럽고 두려운 심정의 일단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불면의 8일 밤' 동안 남에게 말도 못하고 끙끙 앓으면서 기도에 매달렸다.

"저는 아닙니다. 죽여 주십시오"라고 기도했다고 한다.

"그런데 하느님께서 한국어를 제대로 몰라 '죽여주십시오'를 '주교 주십시오'라고 들으셨는지 번복하지 않았고 7월4일 충성서약을 했다"고 했다.

'죽여주십시오'에서 '주교주십시오'로의 반전은 세속적 익살이나 유머가아니다.

'떨리고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가슴 벅찼던 불면의 신앙고백'으로 이해 할 수 있다.

'시대의 아픔과 고민을 함께해야 한다'는 부르심에 응답하고 순명할 수밖에 없었음을 고백한 것이다.

문주교의 주교 서품식은 오는 15일 오후 8시 한림읍 이시돌 내 삼위일체 성당에서 열린다.

전국에서 다수의 주교와 사제들과 신자들이 참석하여 축하하고 주교 직무 수행의 성공을 기원하는 자리다.

문주교의 사목표어는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다.

문주교가 사제 서품 때부터 오래도록 가슴속에 품어오던 성서구절(요한복음 17장 21절)이라고 했다.

'한국사회의 아픔과 갈등, 시련까지도 기꺼이 품어 모두가 하나가 되게 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불의와 정의가 착종(錯綜)되고 거짓과 진실이 헝클어져 분열과 갈등으로 얽힌 사회적 아픔에 동참하여 정의와 진실이 서로 만나고 사랑과 평화가 입을 맞추는 더불어 사는 사회지향의 뜻으로 읽혀진다.

'섬김과 사랑의 봉사직'이라는 문주교의 직무 의지는 그의 문장(紋章)에서도 뚜렷이 새겨져 있다.

보통 문장에서는 가장 윗자리를 차지하던 주교를 상징하는 모자를 가장 밑자리에 배치한 것을 봐도 그렇다.

가장 낮은 곳에서 섬김과 사랑의 봉사직을 수행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문장 방패안의 한라산과 파도는 험난한 역사 속에서도 우뚝 솟아 있는 제주의 모습을 상징한다고 했다.

아무튼 가톨릭 제주교구 부교구장 문창우 주교 서품은 제주에 또 한 명의 종교지도자가 탄생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의 사목활동이 사목표어 성구처럼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고 ''제주사회가 하나 되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찬·반 갈등이 첨예한 사회적 의제에 접근함에 있어 편향적으로 개입해 더 큰 갈등과 분열을 부채질 한다면 도민 적 기대에 대한 배신이나 다름없다.

그런 비판을 받았던 종교인이 없지 않았기에 흙탕물이 튀지 않을까 노파심에서 하는 소리다.

종교는, 신앙은, 사회적 약자나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를 잃지 않아야 하고 어렵고 가난한 이들을 껴안아 사랑을 실천하고 구원하는 일이다,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봉사하는 사명을 안고 있는 것이다. 사랑과 섬김의 봉사직인 것이다.

주교 서품을 받은 문창우 가톨릭 제주교구 부교구장을 향하는 기대가 더욱 크고 간절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주교의 사회적 갈등치유와 종교적 사랑의 실천, 섬김의 리더십을 보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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